현실이 되면 좋겠다
우리나라 과학자들이 미국 아카이브 논문사전공개 사이트에 올린 상온 초전도체에 관한 논문 때문에 전 세계가 난리다. 요 며칠 유튜브 과학채널에 해당이슈로 도배가 되었고 전 세계 초전도체 유관 주식들(대체 무슨 연관이 있다는 건지 잘 모르겠지만)은 날마다 떡상을 하고 있다.(당연히 나는 지켜보며 손가락만 빨고 있다... 우와~ 하면서...)
https://newsis.com/view/?id=NISX20230802_0002400184&cID=10406&pID=13100
상온 초전도체가 저렴한 가격에 상용화가 된다면 이건 정말 획기적인 일이다. 전력에너지의 이송, 저장, 이용은 물론 발전, 수송, 정보통신 분야 등 생활 대부분의 영역에서 일대 변혁이 예고된다.
현재의 송전시스템에서는 어쩔 수 없는 자연전력손실이 생긴다. 이걸 최소화하기 위해 고전압을 쓰는 건데 고전압을 쓸수록 시스템 가격은 비싸지고 이에 비례하여 전자기파가 강해지므로 주변환경에 악영향을 미친다. 그런데, 송전 시 저항을 0으로 만드는 초전도체를 쓴다면 전력손실을 0으로 만들 수 있으니 낭비되는 에너지를 최소화할 수 있다.
전력에너지는 기본적으로 저장이 안 된다. 전력저장장치라고 하는 것은 어떤 형태든 에너지 형태를 변형시켜 저장하는 것이다(배터리 : 화학에너지. 양수발전소 : 위치에너지, 압축공기방식 등). 전력저장장치의 종류 중 관성을 이용한 장치가 있다. 플라이휠 ESS라고, 초전도자석을 이용해서 커다란 팽이를 진공장치 안에서 뱅뱅 돌리고 필요할 때 그 관성에너지를 다시 발전시키는 장치인데 만일 상온 초전도체가 상용화된다면 초전도자석을 매우 저렴한 비용으로 만들 수 있으니 전력저장이 지금보다 훨씬 수월해질 수 있을 것이다.(초전도 자석 없이도 플라이휠 ESS를 만들 수는 있지만, 지속적인 마찰저항으로 저장된 에너지가 자연 소진된다.)
모든 가전제품 이용 시 발열이 생긴다. 전기가 흐르는 모든 곳에는 전기저항이 있고 전기가 저항을 만나면 열에너지로 바뀌기 때문에 전력을 이용한 제품은 발열을 피할 수 없다. 전열기구가 아닌 다음에야 발열은 곧 에너지손실을 의미한다. 초전도체가 전기제품에 폭넓게 사용된다면 발열이 생기지 않는 제품을 만들 수 있으며, 전력효율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
발전소에 들어가는 발전기의 여자기, 계자기, 변압기 등 수많은 코일을 초전도체로 바꾸게 된다면 전력손실 감소로 효율이 엄청나게 좋아질 것이다. 더불어, 꿈의 발전방식으로 얘기되는 핵융합 발전방식의 경우, 강력한 자기장을 발생시켜 초고온 플라즈마를 가두는 토카막(Tokamak) 방식이 주류를 이루는 연구방식으로 극저온으로 유지되는 초전도자석과 엄청난 길이의 코일이 필요하다. 이를 상온 초전도체로 대체할 수 있다면 설비제작 및 운영이 훨씬 쉬워지고 효율이 상승할 것이며 이는 토카막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토대가 된다. 토카막을 장기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면 비로소 핵융합을 제어하여 발전시설로서 가동할 수 있다는 말이고 이는 곧 핵융합 발전, 새로운 시대가 열린다는 말이다.
자기부상열차가 잠깐 떴다가 도로 외면받은 이유는 초전도체로 열차를 부상시키는 에너지가 생각보다 많이 들어가고 운영이 쉽지 않아 그런 건데, 상온 초전도체가 가능해지면 자기부상열차가 다시 주목을 받을 것이다. 더불어, 공중부양이 가능해진다. 대량의 상온 초전도체가 생기면 지구자기장에 대응하여 공중부양한 섬이나 선박, 비행체를 만드는 것이 가능해지며 이를 이용한 수송체 제작도 가능하다. 공중부양한 컨테이너 선박으로 대양 간 물류를 이동시키는 것도 불가능한 꿈은 아닌 게 되는 것이다.
정보통신 분야 중 상당 부분의 에너지가 중앙처리장치 연산 과정에 사용된다. 성능 좋은 쿨러가 GPU, CPU에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것은 해당소자에서 소모되는 열량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기존 CPU, GPU를 상온 초전도체로 대체하면 이 문제가 해결될까? 아마도 아닐 것이다. 기존 CPU, GPU는 기본적으로 "반도체"로 만들기 때문에 전기가 저항 없이 무한정 잘 흘러버리는 "초전도체"로 대체해서 만들수가 없을 것이다. "반도체"라는 용어 자체가 특정 상황에서는 전류가 흐르고, 특정상황에서는 전류가 흐르지 않는 물질을 이야기하는데, "초전도체"는 늘상 전기가 저항없이 흐르는 물질을 말하는 거니까 그 특성이 완전히 다르다. 상온 초전도체가 정보통신 분야에 기대되는 이유는 초전도체가 양자컴퓨팅에 이용되기 때문이다. 반도체가 전력제어를 통해 0과 1을 제어하는 원리는 트랜지스터의 원리로 어렴풋이 이해되지만 양자컴퓨팅이 양자얽힘, 양자중첩 등의 양자이론으로 제어된다는 소리는 아무리 읽어봐도 무슨 원리로 연산을 한다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암튼 그렇다고 한다. 어쨌든 상온 초전도체가 상용화되면 전혀 다른 세계의 컴퓨터 기술이 상용화될 수 있단다.
상온 초전도체가 현실이 된다면 상온 초전도체를 발견 또는 발명한 사람은 당연히 노벨상을 받을 수 있는 정도를 넘어, 발견(발명)자의 이름을 딴 새로운 명망 높은 상이 만들어질 거라고들 한다. 그만큼 파급영향이 크고 엄청난 기술인 것이다. 인터넷에 수많은 밈들이 돌아다닌다.
연구팀이 아카이브에 게시한 논문은 아직 교차검증이 끝나지 않은 논문으로 여러 말들이 많다. 나도 혁신기술이라는 것들에 하도 많이 속아서, 아직까진 100% 신뢰가 안 간다. 하지만, 나 역시 이 연구결과가 정말 진짜 현실이 되길 바라는 사람 중 한 명이다. 상온 초전도체가 현실이 된다면 머지않은 미래에 우리 주변 생활 전반이 바뀔 것이 확실시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너무 빨리 축배를 들지는 말자. 충분한 교차검증이 먼저 필요하며, 만일 논문의 연구가 모두 사실이라 할지라도 실험실에서 검증한 물질을 상용화 양산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이니까. 탄소의 새로운 구조인 그래핀이 발견된 지도 근 20여 년이 되었으나(그래핀은 2004년에 발견되었다.) 여전히 상용화의 문턱은 너무나 높다. 현대 과학기술은 이 물질의 구조는 알지만 대량으로 어떻게 안정적으로 만드는지를 여전히 알아내지 못하고 있다.
정말 우리나라가 상온 초전도체를 발견(발명)한 게 맞을까? 항간의 떠들썩한 이 과학뉴스가 그냥 해프닝으로 끝나지 말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