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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제보다 나은 오늘 Aug 08. 2023

그 많던 1,100억 원은 누가 다 먹었을까?

2023 세계 잼버리 대회를 바라보며

 2023 세계 잼버리 대회로 전국이, 아니 세계가 시끄럽다.


 나는 그간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국민으로 내 조국이 대한민국임을 당당하게 말할 수 있었는데, 요즘 며칠은 그런 마음이 점점 쪼그라든다. 지금보다 훨씬 못 살던 시절 훨씬 더 큰 올림픽이란 행사도 당당하게 잘 치렀고, 월드컵도 성공적으로 마친 나라인데 그거보단 수월해 보이는 행사에 이게 무슨 국제적 망신살인가.


 개인적으로 야영을 별로 즐기진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정말 이해가 안 되는 몇 가지.


1. 시기

 7말 8초는 굳이 일기예보 찾아보지 않아도 한국에서 가장 더운 주간이다. 그런데 왜 딱 이 시기에 잼버리 대회를 개최하자고 했을까? 잼버리 정신이 "도전정신"이라 그랬을 수도 있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하니까, "한국의 극한 여름 체험"이 주제라면 충분히 또 이해할만하다. 이 시기 한국의 더위를 에어컨디셔너 없이 잘 견딜 수 있는 사람이라면 세계 어딜 가더라도 그깟 더위쯤은 가볍게 이길 수 있을 것이다. 실제 나는 더 더운 나라 살기는 하지만, 체감적 더위지수는 한여름 습도 높은 한국을 따라갈 나라가 별로 많이 없을 것 같다. 실제 습도 높은 한국의 여름 무더위가 이곳 파키스탄보다 더 견디기 힘들다.

 물론, 전 세계 학생들의 여름방학 시기에 맞물려 개최해야만 최대한의 참가자를 모집할 수 있었을 것임을 짐작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위가 조금은 꺾이는 8월 중순 이후면 조금 낫진 않았을까? 운영위는 정말 극한 더위체험 시키려고 일부러 그랬을까? 진짜로? 리얼리? 액츄얼리?? 진심???



2. 장소

 나는 야영 전문가 아니지만 야영 명당이 대충 어딘지는 안다. 나무그늘 있고 숲 가깝고 깨끗한 물도 가까우면 최고다. 그러면서 소나기 등 기습 폭우로부터 안전해야 한다. 적당한 고도의 계곡 가까운 산속 평지라면 명당이지. 지자체들이 조성하는 야영장 역시 숲과 그늘을 적당히 제공하며 물을 쉽게 쓸 수 있는 곳에 야영장을 설치하며 입지가 좋은 야영장에는 주차장 장기 알박기를 하는 등 자리 쟁탈전이 치열하다.

 그런데... "만"을 매립한 늪지대에 야영장을 설치하면 가고 싶은 사람?

 바닥은 진흙창에 발이 푹푹 빠지고 바닥에서 물이 올라오며 주변에 나무라곤 없고 나무가 없으니 그늘도 없고 산새도 없고 여기저기 진창이라 벌레만 가득한 곳에 무슨 운치며 볼 게 있다고 여기에 야영장? 그것도 8월초 초불볕더위에??? 이 시기엔 바깥활동도 자제하라면서요? 네??



 아, 그렇지. 잼버리 정신은 "도전정신"이지. 역시 1번과 마찬가지로 사서 "극한체험"이 목적이라면 이 또한 수긍이 가능하다만... 진짜 이게 목적이었을까? 아니겠지?? 설마???


https://www.dispatch.co.kr/2259960



3. 예산

 뭐, 1번, 2번 다 괜찮다. 참가자 본인들만 괜찮다면.

 그런데, 돈만 처바르면 사막에서도 스키를 탈 수 있다. 두바이를 보시라. 증거도 있다. 배정예산 전부를 새만금 야영장 조성에만 썼으면 참가자들이 스키까지는 아니더라도 눈썰매는 타고 놀 수도 있었을 것 같다. 한여름에 즐기는 눈썰매의 추억! 한국의 기술력도 뽐내고 스케일에 감탄하고. 오 좋지 아니한가.(물론 예산낭비라고 역풍을 맞았을 수도 있긴 하지만, 어쨌든 지금보단 나았을 것 같다.)

자료출처 : 중앙일보


 잼버리 대회 개최를 위해 집행한 예산이 1,100여 억 원이 넘는다고 한다. 1,100여 억 원 출처를 살짝 봤더니, 잼버리 준비 및 탐방 목적의 해외 연수가 무려 99회에 달한다. 공공영역에서의 해외연수란게 사실 다 거기서 거기긴 하지만 공개된 자료를 보니 좀 심했다. 아니 적당히 팔아먹고 갖다 붙여야지. 그래도 양심은 있는지 100번을 꽉 채우면 자기들도 좀 찔리니까 한 번은 뺐나 보다.


http://news.tvchosun.com/site/data/html_dir/2023/08/07/2023080790088.html


 1,100여 억 원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 건 전체 예산의 74%를 차지하는 조직위 운영비. 아, 그러니까, 불우이웃 도우라고 성금 기탁했더니 NGO 단체 운영비로 90% 써버리고 정작 불우이웃 성금은 기탁금의 10%만 썼다는 소리 하고 똑같은 거지? 그렇게 차 떼고 포 떼고 화장실, 샤워장 등 실제 야영장 조성비로 쓴 돈은 120억 원에 불과하다는 후문이다.


https://www.yna.co.kr/view/AKR20230807052000055?input=1195m


 잼버리 참가자가 대충 4만여 명 된다고 하니 1,100억원을 참가자 숫자로 나눈 인당 예산지원금은 대충 275만 원쯤 되네. 차라리 아무것도 하지 말고 참가자 전원에게 275만 원을 현금으로 지급해 주고 알아서 정해진 기간 살아남아보라고 했으면 더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살짝 든다. 아니면, 1,100억 원을 통 안에 넣어두고 4만 명이 참가하는 현실판 오징어 게임을 했으면 더 박진감 넘치지 않았을까. "도전정신" 잼버리 기치에도 어울리잖아. 1,100억 원이 걸렸는데 그깟 더위쯤이야. 현실판 오징어 게임 시즌2로 뜨거운 한류 붐이 다시 불 수도 있었겠다.




 잼버리 대회가 이 모냥 이 꼴이 된 배경은 따로 있었나보다.

 다음은 아래 최대현님 페이스북의 요약.


 "2023 세계 잼버리 대회"는 처음부터 잼버리 정신을 실천하기 위해 기획된 행사가 아니었다. 처음부터 철저하게 "새만금 개발계획"의 동력을 얻기 위한 "수단"으로 기획되었기에 주객이 전도되어 이 사달이 났다.


※ 페이스북 최대현 님의 자료를 가져왔습니다.

https://www.facebook.com/people/%EC%B5%9C%EB%8C%80%ED%98%84/100003137300443/

2023 잼버리에서 온열환자가 폭증해 2000명 가까운 학생들이 고통을 호소한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모든 언론이 잼버리가 국위선양, 지역홍보가 아니라 국제망신, 혐한만 만들었다고 비난하고 있는데, 왜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에 대한 분석이 부족해 보인다.

핵심은 '돈'이다.
2016년 전라북도는 2023 잼버리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전라북도는 사전조사에서 과거 1991년 강원도 고성에서 잼버리를 성공적으로 개최할 수 있었던 이유가 고지대가 무더운 여름 날씨를 완화시켰고, 주변의 산세가 도전정신 함양이란 잼버리의 목표를 실천하기에 적절했기 때문이었다는 분석을 통해 후보지로 지리산 자락에 위치한 무주 태권도원을 검토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전북의 정치인들에 의해 일방적으로 파기되고 뜬금없는 새만금 간척지가 후보지로 선정됐다고 한다.

여기에는 잼버리라는 국제행사를 유치해 새만금의 존재를 알려, 전북이 추진하고 있는 새만금 개발계획의 동력을 얻기 위함이었다.

전라북도의 계획은 새만금을 개발해 막대한 '예산'을 지원받는 것이었다.

실제로 2023 잼버리 개최 직전에 개통된 새만금 고속도로는 잼버리 유치 이후인 2018년 12월에 착공 됐으며, 여기에는 4239억원의 세금이 투입됐다.
고속도로 개통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이후 1조 1293억원이 추가 투입돼 고속도로와 연결되는 지역도로 건설사업이 대기 중이다.
전라북도는 더 나아가 현재 운용되고 있는 군산공항을 대체할 새만금 국제공항을 2028년까지 완성한다는 목표로 추진중이다.
이를 위해 문재인 정부는 예타를 면제해 줬고, 이를 넘겨받은 윤석열 정부에선 2023년 2월 새만금 국제공항 건축계획을 발주했다.

여기에 들어가는 예산은 8077억원이다.
전북은 재정자립도가 23.1%로 전라남도와 함께 전국 최하위권이다. 한마디로 중앙정부에서 예산을 따내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형편이란 뜻이다. 그래서 기를 쓰고 무슨 일이든 벌려야 한다.

정치인들은 자신에게 표를 주는 지역 유권자들의 생존을 위해 무리해서라도 사업을 벌리고, 중앙정부에서 예산을 받아야 하는 것이다.
문제는 이렇게 벌린 사업이 지속적인 수익으로 이어져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새만금 국제공항이 예타에서 10번이나 떨어져야 했던 것이 그 이유다.
한마디로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것이고, 세금이 낭비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전라북도의 정치인들은 그럼에도 일을 벌린 것이다.
자신들의 생존을 위해 2023 잼버리를 추가개발을 통한 예산획득이 어려운 무주 태권도원 대신, 새만금 지역으로 밀어붙여버린 것이다.

2023 잼버리를 위해 6년 동안 들어간 예산만 1000억원에 달하는데, 이 가운데 운영비가 50%가 넘게 차지하고 있다. 잼버리 준비기간 해외출장 내역만 봐도 전북도 관계자들이 대부분이고, 보이스카웃 등 민간부문 관계자는 극소수다.

한마디로 자기들이 먹고 마시는데 세금을 소비한 것이다.
잼버리 운영을 위해 새로 지으려한 수백억원짜리 건물은 잼버리 기간까지 완공도 못했다.

거기에다 새만금 간척지 뻘밭을 그래도 사람이 다닐만한 곳으로 조성하기 위한 토목공사에 2000억원이 투입됐는데, 이미 많은 언론보도에 나오는 것처럼 무릎까지 푹푹 빠지는 진흙탕이 곳곳에 존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지역언론들이 개최직전까지 플랜B를 검토하라며 우려를 표명했지만, 전북의 정치권은 새만금에 걸린 이권 때문에 이런 경고를 모두 무시한체 행사강행을 밀어붙였다.

위에 나열한 세금액수만 더해도 도로건설(1.5조원), 공항건설(8000억원), 잼버리 부지조성(2000억원), 잼버리 추진 예산(1000억원) 까지 모두 2조 6000억원이다.

세금이 줄줄세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파이프가 절단나 버린 것이다.

2023잼버리가 끝나면, 감사원은 2017년부터 2023년까지 전라북도가 잼버리를 이용해 얼마나 많은 세금을 탕진했는지 특별감사를 벌려야 한다.

근대화의 핵심은 부정부패 척결이다.

최악의 혐한조성과 국제망신이 돼버린 2023 잼버리가 대한민국 곳곳에 뿌리박힌 부정부패를 뿌리 뽑는 계기가 되길 기대하는 건 무리일까?


https://www.ibaby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12201


 그러니까, 애시당초부터 "잼버리 대회"의 성공에는 아무 관심이 없었고 오로지 "새만금 프로젝트" 개발에만 관심이 있다 보니 제사 자체는 관심이 없고 젯밥에만 눈이 먼 상황이었다고 요약하면 딱 맞겠다. 아하. 이제야 왜 야영지로는 누가 봐도 부적합한 간척지에 이 대회를 개최하자고 한 건지 이해가 된다. 결과만 놓고 보면 잼버리 대회가 망하든 말든, 새만금을 중심으로 도로도 개발이 되었고 곧 국제공항도 개항된다고 하니 전북도 및 해당 정치양반 입장에선 어쩌면 성공한 프로젝트라 봐도 무방하지 싶다. 사실 "잼버리 대회" 성공여부는 처음부터 관심사항이 아니었잖아? 그래서 목표란 건 중요한 거다.


 아, 다 좋아, 좋다고. 그런데 왜 부끄러움은 온 국민의 몫인가.


 이 와중에 언론에 오르내리는 한 문장이 아주 그냥 내 귀를 후벼파다못해 뇌를 헤집어놓는다.


잼버리 IMF 금반지 정신으로 극복


 아니 왜 사고는 늬들이 다 쳐놓고 이제 와서 국민보고 금반지 내놓으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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