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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제보다 나은 오늘 Aug 14. 2023

구독과 좋아요, 안 하셔도 됩니다

좋아요 강요 피곤 증후군에 대하여

 크리에이터. 인플루언서. 조회수가 곧 돈과 권력이 되는 세상.

 구독자와 좋아요 숫자는 현대 사회의 권력 지표 중 하나가 된 지 오래다.

 요즘 초등학생 들 장래희망을 물어보면 인플루언서, 유튜버가 많다지. 재미난 거 하면서 인생 즐기는 영상만 올려도 잘만 풀리면 부자가 되는 세상이니 충분히 그렇겠다는 생각이 든다. 비단 아이들 뿐만 아니라 내가 당장 직장을 그만두게 된다면 통닭집이나 카페를 차리는 것보다는 전문 유튜버나 해 볼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니 창의력 뿜뿜하는 아이들에게는 그게 얼마나 매력적이겠는가.


 나는 글쟁이라서 유튜브 붐이 웬만큼 불 때에도 스마트폰에 유튜브앱조차 없었다. 직관적으로 글을 찾아 읽으면 순식간인데 단순한 정보도 광고수익을 의식해서 10분 이상으로 징징 늘려두는 영상 속에서 내가 원하는 몇 단어의 정보를 찾아 듣는다는 게 너무 짜증이 났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최신 정보는 유튜브에 먼저 올라오고 유튜브가 검색엔진을 넘어서는 정보를 담기 시작하면서부터 그 물결을 거스를 수 없었다. 그리고 유튜브가 활성화되는 만큼 수준 높은 크리에이터도 같이 증가해서 유튜브 클립을 찾아보는 시간이 아깝지 않은 내용도 점점 늘어갔다. 바람직한 순기능이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유튜브에서 정보를 검색할 때 많이 피곤함을 느낀다.



1. 제목 + 썸네일 낚시

 - 내용과 별 상관이 없거나 내용을 과장해서 제목을 달아둔다. 순 떡밥일 뿐이며 영상을 보고 나면 "낚였다"라는 생각이 든다. 아까운 내 시간 내놔.

▶ 초○○○ 논란 이 영상 하나로 종결 : 종결은 무슨. 널려있는 뉴스 나열하다 끝남.

▶ 힘 안 들이고 영어가 들리는 전설의 비법 : 그런 거 없대니깐

▶ 당장 쓸어담으세요, 내일 떡상할 종목 : 사실 영상 올린 사람도 모름

▶ 한국산 전투기 KF-21에 관한 충격적 사실 : 전혀 충격적이지 않음. 심지어 지난주 뉴스임.

▶ 한국 경제에 관한 소름돋는 전망 : 소름 안 돋음. 그냥 더워서 땀만 남.


2. 알짜 정보 파묻고 시간 늘리기

 - "우유와 함께 먹으면 큰일나는 식품 5가지", "미국 고배당주 Top 5", "부자들만 지키는 인생 3가지 습관" 등등 사실 게시판에 내용을 글로 쓰면 5줄만 쓰면 끝날 내용들을 늘리고 늘려 온갖 잡소리 질질 끈 다음 중간 어딘가에 한 두 개씩 쓸만한 정보를 흘리며 클릭만 유도한다. 처음엔 화려한 제목과 썸네일에 혹해서 낚인 후 파닥파닥 댔는데 아휴, 요샌 시각공해일 뿐 제목만 봐도 짜증이 난다.


3. 구독과 좋아요, 댓글 강요하기

 - "구독과 좋아요는 제작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정도는 애교. 온갖 짤을 갖다 붙이며 구독과 좋아요를 강요하며 구독하라고 설득하는 것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영상을 보면 구독이 아니라 올라온 영상도 지우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나도 창작자긴 하지만, 좋다고 느끼면 누르지 말라고 해도 좋아요를 누를 것이고 구독하고 싶은 마음이 들면 하지 말라고 해도 할거 아닌가. 사실, 나도 구독에는 조금 신중한 사람인데 이것저것 다 구독해 버리면 정말 내가 구독하고 싶은 정보가 그 속에 파묻혀버려서 정말 내가 원하는 채널에 한정해서 신중하게 구독채널을 선정한다. 좋아요 버튼도 정말 영상이 마음에 들어 다음에 쉽게 다시 찾아보기 위한 용도로 좋아요 버튼을 활용하기 때문에 옛다관심 하며 선심성으로 여기저기 막 누르고 다니진 않는다.

 구독과 좋아요 강요하기는 이미 모든 플랫폼에 번져버린 문화 같은데 이 말을 어지간한 창작자가 모두 다 외치고 있는 게 나는 무척 싫다. 먹자골목에 들어서자마자 모든 삐끼들이 여기가 제일 맛있어요 외치는 형상이다. 모든 창작자가 저 말을 다 같이 외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듣는 사람 피곤할 뿐이지.






 어느날 언젠가 모르는 분으로부터 아주 친절하게 맞구독 제의를 직접 받은 적이 있다.

 물론 그분은 나쁜 의도는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나는 기분이 좀 나빴다. 구독이란 행위는, 기본적으로 나와 아주 결이 잘 맞는 창작자의 새 소식을 실시간으로 알기 위함이다. 단순하게 내 구독자를 늘리기 위한 맞구독은 나에겐 무척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다. 내 글이 마음에 들고 새 글을 받아볼 만한 가치가 있을 때 구독을 하시면 되고 새 글마다 실망을 하고 코드가 안 맞으시면 구독해지를 하시면 되는데, "내가 너 구독했으니 너도 갚아" 하는 게 어딨나. 내가 언제 구독해 달라고 강요했나.

 사실 브런치 작가님들 중 다수가 구독자 숫자에서 완전히 자유롭기는 어렵고 나날이 증가하는 구독자 숫자를 보면서 인정과 보상 욕구를 충족하고 있다. 고백하지만 나 역시 구독자 숫자가 조금씩 늘어가는 게 당연히 좋으며, 어쩌다 간간이 빠져나가는 구독자가 신경 쓰이며 마음이 아프다.

 그런데 나도 구독작가 100여 명을 채운 이후부터는 새 작가님들을 구독하기가 매우 조심스러워진다. 나는 나와 결이 잘 맞는 기존 구독작가님들의 새 작품을 빠짐없이 읽어보고자 노력하는 사람인데 이게 100여 명이 넘어가니 물리적으로 그게 잘 안 된다. 구독작가님들이 1주일에 평균 1편의 글만 쓴다고 해도 내가 읽어야 할 글은 1주일에 100편 아닌가. 내가 일일이 확인도 못 하는 정보를 감당할 자신이 없어서 최근에는 구독에 더욱 신중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와중에 내적 친밀감이 돈독해지고 오랜 글친구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작가님을 만나면 또 구독버튼을 누르게 된다. 사람마다 가치관이 다 달라 뭐라 할 입장이 안 되지만 나는 가끔 구독작가를 수천 명 선정하신 분들을 보면 과연 저 구독이라는 것에 가치가 있을까 궁금한 생각이 든다. 과연 하루 수백 수천 개의 구독 알람을 다 확인하실 수 있을까? 아마 내가 생각하지 못하는 다른 가치에 비중을 두신 분일게다.(서로 가치관이 다르니 비난하는 게 아니다. 진심 궁금한 것뿐이다.)


 내가 브런치가 좋은 이유는


1. 돈으로 오염되지 않고 광고가 없어 매우 깔끔하며

2. 돈을 바라고 글을 쓰는 작가들이 아니니 상대적으로 구독과 좋아요에서 자유로우며

3. 입단시험을 한 번 치르고 들어오는 플랫폼이라 상대적으로 키보드 워리어 비중이 낮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브런치도 돈으로 오염될 수도 있는 조금 조심스러운 움직임을 보이고있고(물론 지금의 응원하기 실험이 잘 정착되어 진정 작가를 응원하는 용도면 좋겠지만... 대중문화란 게 어디로 튈지 몰라 조심스럽다), 간간이 구독과 좋아요를 "강요"하는 작가님들도 보여서 눈살이 찌푸려진다.


 나는 창작자가 생업이 되더라도 구독과 좋아요 같은 건 강요하지 말아야지.

 이미 사회적 공해가 되어버린 것 같다. 하지 말라고 해도 할 사람은 다 할텐데 말이다.




"구독과 좋아요, 안 하셔도 됩니다. 자유롭게 즐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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