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보신 분?
나는 공군 작전병으로 복무했다.
작전병이 하는 일이 뭐냐면, 일선 비행대대에서 비행 쏘티(항공기를 출격시키는 일)를 계획하고 관리하는 일을 지원하는 일을 하는 것으로 회사로 따지면 기획처가 하는 일과 비슷했다. 비행작전장교가 비행스케줄을 세부적으로 작성하면 그걸 시스템에 입력하기 전에 검증하고 출동 항공기를 정비대대와 연락하며 배정하고 세부적인 항공기 번호와 파일럿을 연결하고 출격 시각을 공지하고 다녀와서 결과를 기록하는 일 등 전반적인 컨트롤 타워 운영보조 역할을 했다. 육체적으론 덜 힘들었지만 실수가 있으면 절대 안 되는 보직이었기에 제대하던 그날까지 무척 긴장하며 일했던 기억이 난다.
갑자기 기억이 나는 건, 작전장교가 비행스케줄을 작성할 때, 반드시 파일럿들의 “바이오리듬”을 확인했어야 했다. 파일럿들은 신체리듬이 바닥일 때는 당일 비행이 금지되었고 반대로 신체리듬 수치가 높은 날은 무리한 쏘티도 소화해야 했다.
그런데, 군대 작전사령부에서 신뢰하던 "바이오리듬"이 사실 유사과학 사이비란 거. 요즘 “바이오리듬”같은 말을 듣기 어려워진 건 이미 사기란게 들통났기 때문에 그런거다.
조금만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면 말이 안 되는 이론인데, 주변 과학자들과 자칭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떠들기 시작하고 사회적 신뢰가 확산되더니 군대라는 국가조직도 속여 넘길 만큼 “과학적”인 이론이 되어버렸다.
나도 당시 현역병으로서 파일럿들의 개인 바이오리듬 차트와 비행 스케줄을 점검하며 이게 과연 맞나 하는 생각도 했었지만 내부 절차가 그런 거고 별 의심 없이 규정을 적용하여 일을 했었는데, 아마도 사회 대부분에서 “바이오리듬”을 진짜 과학처럼 신뢰하던 분위기에서 만의 하나 특정 파일럿의 “바이오리듬”이 바닥일 때 항공기 운항 사고라도 나면 지휘통제소가 사회적 비난을 피하기 어려웠을 거였기 때문에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검증도 없이 해당 이론을 실무에 적용했을 수도 있다. 아니면 “군대도 [바이오리듬] 같은 최첨단 이론을 실무에 접목하여 사고방지에 만전을 꾀하고 있습니다”라는 말을 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지금 생각하면 과학적 검증도 안 된 유사과학이론인 “바이오리듬”을 참고해서 비행 스케줄을 짜는 거나, "타로점"을 봐서 일진이 나쁜 파일럿은 출격 스케줄을 빼 주는 거나 하나도 다를 바가 없겠다고 생각 드는데, 암튼 그때는 그랬다.
“육각수 건강설”, “선풍기 사망설” 등 유사과학은 꽤나 그럴싸한 과학적 수식어로 포장되어 제대로 된 검증 없이 언론에 퍼 날라지기도 하고 “혈액형 별 성격유형” 등 통계검증자료 없이 대중들이 관심 가질 만한 가설이 유행을 타면서 퍼지기도 한다. 지금 생각해 보면 집중하기 좋은 ASMR을 인위적으로 만들어주는 기기에 지나지 않는 엠**** 같은 전자기기가 산만한 수험생을 초집중 천재로 만들어준다며 엄청나게 비싼 가격으로 팔리던 시절도 있었다.(효과를 봤다는 분들도 계시니 사기라곤 못 하겠지만... 모두에게 효과성을 인증받은 과학제품은 전혀 아니다.)
나랏님들께서 요새 하도 “과학적”을 강조하셔서 시대를 풍미했던 유사과학 이야기 좀 해봤다.
지금 보면 참 우습지만, 저거, 저 때는 “최첨단과학”이었다.
하아... 과학기술적으로 검증되었으니 천년만년 문제없다는 정부발표.
몇 년 뒤에 더더 첨단과학이 나와서 ○○○에서 심각한 문제가 발견되었습니다 라고 하면 그때 가선 방출한 오염수를 도로 빨아들이라고 할래나? 국가적 위기니까 전 국민이 금모으기 해야 한다고 할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