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어제보다 나은 오늘 Dec 18. 2023

이륙이 지연되고 있습니다

큰일났다. 내 비행편은 직항이 아닌데.

2023년 12월 8일. 금요일 새벽.


짐은 다 쌌나. 빠진 건 없나.

쌌다 풀었다 넣었다 뺐다 몇 번을 했는데 여전히 좀 불안하고 찜찜하긴 했지만 어지간한 건 과감하게 다 빼고 "없으면 거기서 사지 뭐"란 생각으로 최소화시킨 배낭 짐.

갈아입을 최소한의 여분옷과 세면도구, 충전기만 챙겼을 뿐인데 금방 기내 수하물 한도인 7kg을 꽉 채운다. 어차피 쇼핑에는 관심도 없고 들고 다닐 생각도 없으니 대형 캐리어는 처음부터 고려하지 않았다.


건조하고 더운 도시 이슬라마바드도 겨울. 밤공기는 쌀쌀하다.


새벽 00시 35분의 출국장 환송인파.

이슬라 공항은 여행객 본인이 아니라면 공항터미널 건물 진입이 허용되지 않아 늘 이렇게 길바닥에 사람들이 많다.


스페인 비자 어딨냐고 질문을 총 세 번을 들었다. 공항 청사 들어갈 때 한 번, 발권할 때 한 번, 여권 심사할 때 한 번. 아니 제발요. 저 한국인이라고요. 이 나라 사람들은 여전히 외국에 갈 때 비자 없이 방문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를 잘 이해하지 못한다. 심지어 그들은 공항 종사자인데도 내 말을 못 믿는 눈치라 한참을 검색한 다음에야 출국 승인 도장을 찍어준다.



내가 타고 갈 카타르 항공 QR 663편 항공기가 탑승 게이트에 주기되어 있고, 사람들이 게이트 앞으로 속속 모여든다. 아직까진 순조롭다.


보딩 게이트가 열리고, 여느 때처럼 순조롭게 탑승... 한 것까진 좋았다.

이륙시간이 넘었는데 당최 이륙할 생각을 안 한다.

무려 예정대비 한 시간 30여분이 지나서 겨우 이륙을 했다. 아, 이번 여행도 출발부터 만만치 않네. 그나저나 나 경유 편 탑승에는 문제가 없나? 다행히 경유 공항인 도하 공항에서도 다음 항공편인 QR 145편 이륙까지 계획상 2시간 55분의 여유시간이 있다. 한 시간 반 정도의 지연은 크게 문제 될 게 없다. 이륙지연으로 한 시간 반 썼으니 숨 돌릴 시간도 없이 겨우 탑승할 수 있겠네.



 소시지 + 감자 커틀릿 + 오믈렛 조합의 기내식. 딱히 호불호 갈리지 않을 법한 무난한 구성이다. 언제나처럼 음료는 레드와인을 주문했다.




 대충 4시간을 날아 도하공항에 도착했다. 비행기에서 내릴 때는 전방 도어 후방 도어 모두 계단차를 붙여줘서 탑승 시 때보단 대폭 수월하고 신속하게 하기할 수 있었다. 아마도 이륙이 지연돼서 조금이라도 시간을 줄여보고자 한 게 아닐까 추측해 본다.




도하 공항 풍경 스케치.


 오랜만에 다시 방문한 도하 공항. 코로나 종식 이후 타이 항공 하늘길이 재기된 덕분에 도하 공항을 다시 올 일이 없었는데 모처럼 다시 왔다. 공항 안에 대규모의 식물원을 구성해서 무척 쾌적한 느낌이 들었다. 면세점 규모도 상당하고 여기저기 슈퍼카 등 전시물도 많아서 연결 비행기 대기 시간이 지겨울 겨를이 없을만한 공항이다. 인천 공항 못지않은 엄청난 규모의 면적의 공항으로 나도 연결 게이트까지 이동에 공항 내부 트램을 이용했다.


 그나저나 게이트 to 게이트, 멀기도 멀구나. 여행은 국력도 재력도 아닌 체력이다. 전용기 띄워 논스톱 이동할 정도의 재력가가 아니라면 여행 전 체력부터 길러야 한다. 이러니 수십만 원 가격 차이가 나도 사람들이 직항을 선호를 하는 거지. 연결 편 이용하다 벌써 반쯤 지쳐간다.


 이동 게이트에 도착하자마자 보딩 게이트가 열린다. 뭐, 지겹진 않아 좋다.


QR 145편 비행기. 예정된 08시 15분 이륙.


 비행기가 쾌적하고 좀 새거다 싶었는데 역시 보잉 최신기종 787 드림라이너. 역시 새삥이 좋구나. 하지만 검증된 기체가 아니라면 새거라도 너무 안심하면 안 된다.


https://brunch.co.kr/@ragony/225


 기내식은 만두+빵+초코크림+과일+화이트와인

 맛도 그냥저냥 무난무난. 만두피가 조금 두껍고 텁텁하긴 했지만 한국식 만두 맛과 크게 차이 나진 않았다.

 (역시 만두도 한국 만두가 제일 맛있다.)



 내리 여섯 시간 반을 날아와서 목적지인 바르셀로나에 당일 오후 1시 반 경 무사히 착륙했다.

 수백 명의 승객과 짐을 날라다 준 엔진과 날개. 고생했고 고맙다.


 입국 심사장에서도 어떤 질문도 안 물어본다. 한국인 여권임을 확인하고 도장 꽝. 역시 슈퍼여권 파워임. 한국인이라서 참 다행입니다.



 음. 여기가 내가 일주일 돌아보고 올 바르셀로나라는 도시구나. 대충 알겠어. 예습한 유튜브 영상들이 광고판과 머릿속에서 오버랩된다. 예습한 효과 나옴. 어쩐지 친숙한 기분.



 바셀 도시로 들어가야지.

 버스 모양 아이콘만 찾아서 이정표대로 이동하면 버스 탑승장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내리자마자 파란색 ATM 같은 기계를 찾아볼 수 있는데 그게 매표 자판기. 현금과 신용카드 모두 사용가능하며 영국어 지원도 되니까 앞 사람 하는 거 가만 지켜보다 따라 하면 어렵지 않게 사용할 수 있다.


 카탈루냐 광장 행 A1 버스 왕복권 끊으면 2023년 12월 현재 11.65유로다. 나는 왕복행을 끊어놓고도 편도밖에 사용하질 못했다. ㅠㅠ (자세한 이유는 나중에...) A1 버스에는 USB 충전 단자도 제공한다. 하지만 전류치가 낮아 충전속도는 매우 더디니 큰 효용가치는 없었다. A1 버스에는 공항 이동 버스답게 실내에도 수하물 보관 선반을 제공하므로 큰 짐을 가지고 다니는 여행객도 크게 불편하지 않다. A1 버스는 매우 자주오니(10분에 한 대 꼴? 시간대별로 좀 다르긴 함) 앞 차 놓쳤다고 너무 조바심 낼 필요가 없다.



도심 주요 풍경들.

낯설지만 이제 유럽 여행 조금 해봤다고 어째 그리 낯설지만은 않은 느낌이다. 꼭 어디선가 본 듯 한 기시감 이 살짝.



 바르셀로나 여행 중 묵을 호스텔에 도착했다.

 호스텔 이름은 산트 호스디 호스텔 록 팰리스(Sant Jordi Hostels Rock Palace).


https://maps.app.goo.gl/NrMyQxgsZZ6UKF2x9


 나는 14인 혼숙 도미토리 옵션으로 예약했다. 다인실 명수가 많을수록 싼데, 14인실이 최다인실 옵션이다. 1박에 2만 원 정도 비용으로 예약했으니 호텔 비용에 비하면 많이 저렴하긴 하지만, 한 달 비용으로 계산하면 60만 원이나 드는 비용이니 그리 또 싼 것도 아니다. 여기에 도시세 24.78유로와 보증금 10유로는 별도로 계산해야 한다. 나는 여기서 모종의 일을 겪어서 보증금 10유로는 결국 돌려받지 못했다. ㅠㅠ (예상치 못했던 비용이라 다시 또 가슴이 쓰려온다.)



 저렇게 좁은 방에 2층 침대를 7개 배열한 방이다.

 나는 다행히 체크인 시간이 조금 일러 1층 침대를 선점할 수 있었다.

 방에는 화장실/샤워실이 딸려 있었고, 변기 하나, 샤워부스 2대, 세면대 3개가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공유하긴 했지만 각자 활동시간들이 제각각이라 샤워부스와 화장실이 밀리는 일은 없었다.


 조식은 4유로에 / 석식은 예약자에 한해 8유로에 제공하며, 수건은 2유로에 빌릴 수 있다. 유료 코인 세탁실도 있고(세탁 4유로 건조 4유로) 공유 주방에서 간단한 요리를 직접 해 먹을 수도 있다. 간단한 펍을 겸하는 곳이라 매일 밤 나이트클럽을 열기도 하는데, 이것 때문에 밤에 좀 시끄러웠다.(못 잘 정도는 아니었지만...) 자전거도 스케이트보드도 빌려준대는데 나는 부가 서비스는 하나도 이용하진 않았다.


 무사히 이동도 했고, 숙소 잡고 짐도 풀었고.

 이제 본격적인 관광을 해 볼까나.


(아, 지나고 생각하니 이때 조금 더 차분하고 신중했었어야 했었다... 자세한 내막은 이따 자세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