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도 끝나지 않은 마당에, 이스라엘-하마스 전쟁도 현재진행형인 상태에서 또또 미사일 폭격전이라니.
중동 국가들 이름은 많이 들어봤지만, 국경선이 어떻게 생겼는지는 아마 다들 잘 모르실텐데, 이란과 이스라엘은 지리적으로 가까운 나라가 아니다. 국경에서의 최단 거리가 약 1,000km는 떨어진 나라이며, 국경 사이에 시리아, 이라크, 요르단 등의 다른 나라가 존재한다. 이스라엘 국경에서 이란 국경까지는 부산에서 백두산까지의 직선거리보다 더 멀다. 이유없이 바로 전면전을 벌이기엔 서로 쉽지 않은 거리의 나라다.
그런데 왜 이란은 갑자기 이스라엘에 미사일을 퍼부었을까. 당연하지만, "갑자기" 이유없이 그런거 아니다.
출처 : 연합뉴스 2024년 4월 2일 자 보도자료
지난 2024년 4월 1일, 이스라엘이 F-35 스텔스 전폭기를 동원하여 시리아 다마스쿠스에 있는 이란의 영사관을 폭격해 이란 이슬람 혁명수비대 고위 지휘관 2명을 포함해 최소 7명을 사망케 하는 일이 있었다. 당연히 이란은 크게 분노하며 피의 보복을 천명하였으며, 그 결과가 오늘 벌어진 미사일 보복전인 것이다.(단, F-35 사용설은 이란의 주장일 뿐이며 공식 확인된 바는 없다. 이스라엘 본토에서 중장거리 정밀 미사일을 사용했을 가능성도 있다.)
(이란 주장이 사실이란 가정하에) 남의 나라 안에 있는 제3국의 영사관을 스텔스 전폭기를 몰고 가서 날려버리다니. 당연히 시리아를 통해 영공침범을 허락받지 않았을 것이고 이란에 선전포고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전폭기가 남의 영공을 침범하는 것 자체도 국제법 위반일 테고 영사관 대사관은 통상 그 건물을 사용하는 국가의 영토로 간주하는 것이 통용되는 국제질서이거늘 이건 대 놓고 전쟁을 걸어오는 수작으로 밖에 안 보인다. 자국의 영사관이 통째로 날라가 버렸는데 인내하고 참을 국가는 없을 것이다.
그럼 이스라엘 네타냐후 총리는 왜 이런 무리수를 두었을까. 이스라엘이 스스로 그 이유를 밝힌 바는 없지만 다수의 전문가들은 이스라엘이 이란을 전쟁에 끌어들이기 위한 작전으로 보고 있다. 사방팔방 불씨를 지르고, 미국을 위시한 우방국의 지원을 받아 이 참에 주변의 위해요인을 싹 정리하기 위한 술수로 보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이스라엘을 배반할 수 없을 것이다. 미국 내 다수의 정치세력이 유대인이며 막강한 재력으로 엄청난 로비력을 발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유대인 비위를 잘못 건드렸다가는 차기 대선에 승리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 자체를 "덩치 큰 이스라엘"로 보는 시각도 많다. 그럼에도 미국은 확전을 우려하며 참전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대신, 이스라엘에 언제나 그렇듯 대규모의 무기 지원을 해 줄 것으로 보인다.
남의 나라에 있는 제3국의 영사관을 미사일로 날려버렸는데, 미국도 UN도 이스라엘을 직접 규탄하거나 제재하지 않았다. 러시아는 유엔안전보장 이사회에 영사관을 폭격한 이스라엘 규탄 성명을 제출했지만,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여타 안보리 이사국들은 채택을 거부했다. "영사관 피격사건에 대해 공식적으로 밝혀진 것이 별로 없다"는 것이 그 사유란다. 허긴. 누구도 이 일이 이스라엘 소행이란 것을 직접 증명하진 못했나 보다. 아니 그래도 그렇지... 만일, 저 일이 듣보잡 제3국에 의해 발생했다면 벌써 규탄성명은 물론이거니와 UN의 이름으로 군사참교육이나 국제제재 들어가고 난리가 났을 것이다. (그나저나 러시아 또한 규탄성명 내놓을 자격이 있나. 21세기에 남의 나라 먼저 침공해 놓고 벌써 몇 년째 전쟁을 직접 벌이고 있는 나라면서...)
이스라엘은 초기 건국 배경부터 무슬림이 대부분인 중동 국가들과 사이가 좋을래야 좋을 수가 없게끔 출발해버렸다. 어쨌든 건국한 지 거의 한 세기가 가까워가는 국가인데 주변 국가들과 좀 우호적 관계를 형성해 가면서 유화정책을 펼칠 수 없는 것인지 참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분단국가인 한국을 고국으로 두고 있는 한국인으로서, 그게 쉽지 않다는 것도 물론 잘 안다. 피는 피를 부르고 복수는 복수를 부르는 법. 적군의 손에 부모가 살해당하는 것을 본 자녀에게 그 적들과 "친하게 지내라" 말해본들 불가능한 일이란 걸 이해 못 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래서 위대한 지도자와 정치가가 필요한 것 아닐까. 그렇게 따지면 세계대전을 두 번이나 일으킨 독일은 영원히 지도에서 지워지거나 지금도 유럽 다른 나라들과는 높은 담을 쌓고 살았어야 할 것이다. 세계 평화와 자국민의 지속적 안전을 위해 국민의 마음을 어루만져가며 영속적인 평화분위기를 조성하는 일이 정치지도자의 의무 아닐까.
자유와 평화에는 돈이 든다. 스스로를 지킬 국방력도 없으면서 먼저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막강한 힘을 바탕으로 강자의 자비를 베풀 때 평화는 유지되는 거라 생각한다. 내가 힘 좀 있다고 자꾸 주변 괴롭히고 패고 다니면 또 앙심을 품은 자들이 호시탐탐 복수의 기회를 노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유치원과 초등학교를 다닐 때 고사리손으로 우격다짐을 하면 선생님들이 늘 싸운 아이들을 혼내며 싸움은 나쁜 것이라고 가르쳤다. 세상 어느 부모와 선생님도 네 뜻대로 되지 않으면 폭력으로 상대를 굴복시키라고 아이들을 가르치지 않는다. 그렇게 자라온 아이들이 있다면 교육을 받지 못한 것뿐이다.
그런데, 국민들 중 똑똑하고 똘똘하대서 검증되고 선택받아 올라온 국가지도자급 정치인들 중에는 왜 이렇게 무력에 의존하려는 사람들이 많은 걸까. 그것도 인류의 지성이 개화되지 못한 시기도 아니고 21세기 하고도 무려 2024년도에 말이다.
최근에 영화 "Dune"도 보고 넷플릭스 SF 드라마 "삼체"시리즈를 봤는데, 그냥 차라리 이 참에 외계인이 침공하는 것도 인류에게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우리가 일본하고 사이가 안 좋아도, 외계인이 침공하면 힘을 합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미 고인이 되신 노회찬 전 국회의원께서 하신 말씀이 생각나서다.
외계인은 침공하지 않았지만, 침공했다 손 치고 세계 인류가 미리미리 힘을 좀 합치며 사이좋게 살면 안 될까? 서로 사이좋아서 좋고, 외계인이 침공하지 않아서 더 좋은 거잖아.
어린아이들도 싸움은 나쁘다는 거 아는데, 다 큰 어른들이 왜 자꾸 이러는지 나는 정말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