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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제보다 나은 오늘 Apr 22. 2024

Rebel Moon-Part 2:Scargiver

1편보다 더욱 공감하기 힘든 영화

 레벨문 2탄이 떴다.

 1편을 봤으니 마무리는 해야지.



 참고로 1편도 혹평일색. 다만 타임킬링용으로만 접근한다면 시각적 효과 자체는 화려하기 때문에 감상 목적을 스토리에 두지 않는 분이라면 봐 볼만할 거다.


https://brunch.co.kr/@ragony/365


 2편은... 결론부터 말하면 1편보다 훨씬 재미없고 지루하다. 의리상 보긴 보는데 대체 언제 끝나나 시계 쳐다보게 된다.


 스토리는... "7인의 사무라이"를 조직해서 농촌으로 돌아온 코라 일행이 엄마월드 노블 제독이 안 죽었음을 확인하고 추수 + 전투준비를 착실히 한 다음에 승리한다는 이야기. 미리 말했지만 재미도 감동도 없고 짜증은 좀 많이 난다.


 이제부턴 본격 내 식대로의 현실반영 감상 편.




1. 인간적으로 메딕은 건들지 말자

 - 아무리 적군이라지만, 다치고 아픈 사람 살려보겠다고 달려드는 비무장 메딕을 단칼에 썰어버리냐. 내 이러니 감정 이입이 안 되지. 결국 "코라" 일행도 지들 안위만 중요하지 개개인의 인격이나 최소한의 전쟁철학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집단이란 말씀. 1,2차 세계대전 중에도 적십자 병원선에는 어뢰 안 쏘고 배틀필드에서도 적십자 완장 차고 환자 이송하는 메딕에게는 조준사격 안 하던 게 최소한의 인류애 아니었나. 그런데 본인 다친 곳 봐주겠다는(물론 적군으로 변장했다 쳐도) 메딕을 어떻게 단칼에 고민 없이 쏴버리냐. 너도 걍 빌런이다. 어디 응원하고픈 맘이 드냐고.


2. 닷새 안에 추수하고 전쟁 준비하고 전투 훈련하고 참호 파고 다 하셔요.

 - 농촌 방어군은 많이 봤자 약 200여 명? 그런데 수확하는 농작물 포대수도 상당하고 고작 삽질했을 뿐인데 며칠 만에 엄청난 참호진지를 구축 완료해 버린다. 아무래도 이 사람들, 사람이 아니고 외향만 그럴싸한 터미네이터 아닐까 생각해 본다. 잠도 안 재우고 24시간 투입했다 할지라도 저 정도 인력으로 저 정도의 작업량을 저 기간 내 소화하기는 불가능해 보인다. 준비하다 과로로 다 죽겠다.


3. 함선의 영상 + 적외선 탐지기는 왜 참호를 파악하지 못했나?

 - 함선에 장착된 탐지기로 아이들과 여자들이 피신한 헛간을 정확히 포착하여 공격계획을 세운다. 그런데, 그 시간에 참호 작업 중이던 사람은 발견하지 못하나? 설혹 참호가 텅텅 빈 상태라 하더라도 대지에서 발산하는 적외선 파장이 다를 것이므로 분명히 적외선 영상 구분이 될 텐데? 공격 전 정찰이 기본 중 기본 아닌가? 명색이 정예 전투군이라면서 대체 왜 이렇게 엉성한 거야?


4. 수년간 방치한 비행선

 - 나 엔지니어 출신. 단순한 펌프나 모터도 유지정비 매뉴얼이 있는데, 최소 열흘에 한 번 이상 회전시키라는 지침이다. 안 그러면 베어링이 굳고 내부에서 부식이 생긴다. 로터가 대형이면 중력의 영향으로 처짐 현상이 생기기도 한다. 가장 좋은 건, 정기적으로 가동하고 상태를 점검하는 일이다.

 - 코라가 탈출해서 몰고 온 비행선, 완전 방치된 채 몇 년이 버려졌던 거라고 설명하던데, 시동 거니까 그냥 잘 날아다닌다. 가동되는 엔진의 형식을 보건대 반중력장치보다는 흡기 배기를 이용한 반력을 이용해서 부양하던 원리처럼 보이는데 최소한의 회전장치는 필수로 보인다. 기타 다양한 조작부와 기계장치들이 보이는데, 이러한 조작부는 정기적인 유지정비 점검이 없이는 가동될 수 없다. 그런데, 재기동 전 어떠한 정비도 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기적적으로 시동에는 성공했다 손 쳐도 저 상태라면 이륙하다 말고 추락할 확률이 상당히 높으므로 시도해선 안 되는 일이다.

 - 현대 전투기는 물론 민항기 역시 경정비 창정비 지침이 확실하며, 정비없는 투입은 불가하다. 조금 번외 이야기이긴 한데, 그간 국내 창정비가 불가능하던 스텔스 전폭기 F-35의 창정비가 국내에서 가능하도록 미국과 협상을 마쳤다는 반가운 소식이 있다. 암튼 중요한 건, 아무리 고성능 최신 항공기라 할지라도 정비 지원 없이는 날아다닐 수 없다.


5. 수송기에 피아식별장치 하나 없나?

 - "코라" 일행이 전함에 침투하는 전략은 수송기에 연기 폴폴 뿌리며 아군기인척 기만해서 진입하는 것. 그런데 말이다... 저 중요한 전함에 수송기를 들이면서 피아식별도 제대로 안 하나? 단순한 암구호를 넘어 저런 류의 전투지원병기에는 피아식별장치가 반드시 장착이 되며 오인사격을 막아주는 중요한 기능을 한다. 현대전에도 전투병기의 피아식별은 기본 중 기본이거늘 미래 전장 환경에서 가장 중요한 모함 접근을 통제하는 쪽에서 피아식별도 안 하고 다 받아주나? 늬들 제국군 정예군 맞아? 응? 솔직히 말해 봐. 짭이지 너네?


6. 네메시스는 왜 기계팔을 의수로 부착했을까?

 - 과거 회상씬에서 네메시스(배두나 분)는 자신을 생체 팔을 스스로 잘라버리는 장면이 나온다. 일단, 스스로 자기 팔을 절단하는 장면부터가 말이 안 된다. 팔을 자르고 나면 누군가 옆에서 지혈하고 치료를 한 다음 기계의수를 부착해줘야 할 텐데 일단 옆에 아무도 없다. 왼팔을 자르고 오른팔로 지혈하고 치료한 다음, 스스로 기계의수를 부착하고 이번에는 기계의수를 사용해서 오른팔을 자르고 같은 행위를 반복했다고 하면 전혀 말이 안 되진 않지만 의사와 의수전문가가 도와주는 편이 스스로 하는 것보다 2,379배는 낫지 싶다.

 - 그보다 왜 생체 팔을 잘라버리고 기계의수를 부착하는 방법을 택했을까? 광선검 손잡이가 뜨겁게 달궈져서 코라가 그 광선검을 잘 쓰지 못하는 장면이 나오긴 하지만, 코라가 선택한 방법처럼, 손잡이가 안 뜨겁게 개선하면 될 일이다. 그거 못 해서 팔을 자른다고? 아니 그게 말이 됨?

 - 사실 광선총이 난무하는 전장에서 저 광선검이 무슨 쓸모인지도 나는 정말정말 이해하지 못하겠다. 우주선 내에서 중화기 사용을 난무하다간 우주선 자체가 파괴되어 피아 다 죽고마는 설정이니 특정 인물 간의 근접살해전투에 적합한 광선검을 선호한다는 배경이 살짝 깔린 타 우주활극과는 다르게 본편은 지상에서 싸우는 게 거의 다란 말이다.


7. 함포사격 전 철수명령

 - 노블 제독은 코라가 전함에 탑승했음을 알고 전함 함포사격을 명령한다. 어차피 함포사격으로 싹 쓸어버릴 거라면 아군 대피명령이 우선이다. 조금의 개연성 부여를 위해 "먹을 입도 덜고 좋은 거 아냐?" 말하는 씬이 나오기도 하는데, 지휘관이 이유 없이 아군 손실을 키우는 결정을 하는 것은 당연히 군법 위반이며 본인이 가진 지휘권한을 훨씬 초과하는 일이다. 반쯤 미쳐서 저런 명령을 내린다 할지라도 차위 지휘관이 제독의 명령권을 박탈하고 군법에 회부함이 옳을 일이다. 저 명령의 배경을 실제 군인들이 알게 된다면 당장의 쿠데타가 발생한다 할지라도 할 말이 없다.


8. 자유낙하 중인 전함에서 왜 중력을 느끼나?

 - 어찌어찌해서 코라 일행은 전함의 엔진을 박살낸다. 생긴걸로 봐선 고속 비행으로 양력을 발생시키는 전함 구조가 아니니 아마도 극강의 기술력으로 만든 반중력 엔진이지 싶다. 엔진이 박살나자마자 추락을 하는데, 이상하게도 전함 내 사람들은 여전히 중력을 느낀다. 반중력 장치가 꺼지자마자 모든 것이 붕붕 떠서 무중력 상태가 되는(엄밀히 말하면 전함도 나도 같이 떨어져서 상대속도가 0인) 상태가 되어야 정상일 것이다. 반중력엔진의 파워가 서서히 약해지는 설정도 아니고 그냥 꼬라박는 설정으로 나오면서 왜 마치 기울어지는 전함에서 균형을 못 잡고 미끄러지는 연출을 하는 건지 나는 정말정말 이해하기 힘들다.

 - 전함 엔진실에 마치 석탄공급창이 있는 듯한 연출도 "대체 지금 뭘 말하려고 하는 거지?" 하는 황당함이. 아니 저거 첨단 우주전함 아니냐고.


9. 밑도 끝도 없는 알라뷰

 - 둘이 같이 우주여행 다니다 보면 친해질 계기도 있었을 수도 있지만 그런 거 저런 거 아무 배경 없이 그냥 어느 날부터 군나르하고 코라는 연인사이가 되어있다.

 - 아니 이럴 거면 여기저기 다 쌍쌍 만들어주지 왜. 마을에 여성도 많드만. 그리고 네메시스도 여성이구만.

 - 감정 이입이라곤 0.001도 안 되는 러브라인을 보고 있자니 군나르가 죽을 땐 되려 속이 시원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10. 코라 일행만, 마을 사람들만 사람이냐

 - 전함에서 마을 파병 왔다가 배신하고 마을 편 된 이등병처럼, 전함에는 수많은 민간인 출신 이름 모를 사병들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 코라도 타이투스 장군도 그 징집의 배경에는 누구보다 잘 알 거라고 생각한다. 그들도 지휘관이었으니까.

 - 아니, 제국의 압정으로 징집된 사병들이 무슨 죄가 있나. 전장에서야 당장의 목숨이 오가니 어쩔 수 없다손 치더라도 족히 수백 명 이상은 탑승해 있는 걸로 보이는 전함을 통째로 날려버리고 몰살시켜야 속이 시원했을까. 코라나 타이투스가 최소한의 인류애가 있고 제국으로부터의 해방을 꿈꾸는 사람들이었다면 영문도 모른 채 징집되어 온 말단 병사들부터 회유하거나 무장해제 시킨 후 우리 편으로 만드는 노력이 있었어야 했다.

 - 이런 거 저런 거 아무 고민 없이 닥치는 대로 다 쏴버리는 코라 일행 역시 저 쪽 노블제독하고 다를게 뭔지 나는 잘 모르겠다. 나는 이 영화 Part 3편을 만들면, 코라 일행에게 억울한 죽임을 당한 메딕의 아들 입장에서 영화를 전개해 보고 싶다.




 암튼 1편보다도 심히 재미없었던 Rebel Moon 2편.

 영화 "300"으로 호평을 받았던 잭 스나이더 감독이 만든 영화답게 일부 장면에선 감독 특유의 감각적 영상미도 있긴 있지만, 이번 영화는 "쓸데없이" 슬로우 모션을 너무 떡칠해 놨다는 인상을 지우기 힘들다. 농촌 추수장면을 왜 그렇게 길게 편집했는지, 추수 장면에서조차 슬로우 모션이 왜 필요한 건지 그걸 보는 관객 입장에선 "아, 시간 디게 안 가네" 하던 거 말곤 감독이 내포했을지도 모를 의미를 찾긴 힘들었다.


 전장의 배경은 우주 전함이 날아다니는 초기술 초미래 상황인데, 실제 전술은 세계 제1차 대전보다도 못하며 그렇다고 장엄한 철학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스토리는 엉성하다 못해 여기저기 기시감이 들고 무언가 활약을 할 것 같았던 로봇도 말미에 총 몇 방 쏴서 도와주는 게 다고... 아니 이럴 거면 배경을 서부시대나 중세 유럽으로 해놓지 왜 미래전쟁을 들고 온 건지 정말 이해하기 힘들다.


 너무 까기만 깠나. 한국 배우 배두나가 그래도 특색 있는 배역으로 돋보였다는 건 그나마 봐줄 만?


 레벨 문도 엉성하지만 결국은 전쟁영화. 이 영화의 핵심 교훈은 아무리 명분이 좋은 전쟁이라 할지라도 불필요한 인명 손실은 피할 수 없으며 결국 고위 정치인 또는 지휘관 몇 명의 잘못된 선택으로 수많은 인명이 스러져버린다는 것이다. 의사결정권을 쥐고 있는 최상위 레벨에서 협상만 잘 되었다면 이렇게 대규모 살상전은 벌어지지 않았을 텐데. 그 점 하나만은 현실과 다를 게 없어 보인다.


 레벨 문 3편이 나올지 말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3편도 이런 식이면 다음엔 안 볼래. 이쯤에서 손절.



#레벨 문, #스카기버, #Rebel Moon, #잭 스나이더, #S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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