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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제보다 나은 오늘 May 17. 2024

저출생 대책, 반대합니다

지금 있는 사람 한테나 잘하세요

 아이를 낳지 않는 대한민국 사회.

 벌써 사회문제로 거론된 지 오래인데, 각종 대책에도 불구, 해결될 기미는 고사하고 점점 출생률이 떨어져 간다. 온갖 대책에도 당최 약효가 없다.


https://www.fnnews.com/news/202405160927366388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49618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405149660i


 나는 기본적으로 저출생 대책에 매우 부정적인 시선을 가진 사람이다. 이유는 차고 넘치는데... 요새 이걸로 또 언론이 시끄러워 나도 또 꺼내본다.


1. 저출산? 저출생?

 이미 사회적으로 통용되며 입에 굳은 "유모차" 대신에 요즘 "유아차"라는 말이 많이 대체되어 간다. 왜애? 젖먹이 아기를 태우는 바퀴 달린 탈 것은 "아기"가 타는 수동차이지 "엄마"가 타는 차가 아니기 때문이다. 당연히 "유모차"를 엄마만 밀고 다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아기가 타는 탈것"에 집중하는 성중립 표현으로 "유아차"가 맞는 표현이다. 아빠도, 할아버지도, 삼촌도 "유아차"를 밀 수 있다.

 마찬가지로, "저출생"이란 단어가 요즘 많이 보급되었다. 저출생 저출산 같은 뜻처럼 보이긴 하지만, 의미가 세부적으로 다른데, "저출산"은 아기를 낳는 산모(=여자)에 비중을 강하게 두는 말인 반면, "저출생"은 태어나는 아기 그 자체가 포커싱으로 성중립적 표현이 된다. 엄마 혼자 아기를 만드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정부도 이 단어의 의미를 이해하고, "저출생"이란 표현을 쓰기 시작한 것 같은데, 여전히 다수의 고위직 공무원들은 이 단어의 차이가 무슨 의미인지 이해도 못 하고 있는 것 같으며, 대부분의 주류 언론도 별 관심이 없는 듯 보인다.


* 저출생 : 요새 아기들이 많이 안 태어나요.

* 저출산 : 요새 여성들이 아기를 안 낳아요.


 느낌 OK? 그러니까 단어의 선정부터 신중할 필요가 있겠다. 저출산 대책이라니. 여성이 무슨 아기 낳는 기계냐.


2. 저출생 대책? 아니 나는 어쩌고?

 사실 이게 내가 하고픈 오늘의 핵심.

 아니 무슨 정책이... "아기를 많이 낳게 하자"가 될 수 있나.

 아기가 많이 안 태어나니, 어떻게든 얼르고 달래서 아기 낳게 만들겠단다.


 나는 양방 약물치료를 그다지 신뢰하지 않는 편이다. 더 정확히 표현하면 "대증요법" 치료는 사실 "치료"라고 말하면 안 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다. 대증요법이 뭐냐면, 감기 걸려 콧물 나면 콧물약 먹고, 열나면 해열제 먹는 식의 처방을 말한다. 


대증 요법 對症療法
병의 원인을 찾아 없애기 곤란한 상황에서, 겉으로 나타난 병의 증상에 대응하여 처치를 하는 치료법. 열이 높을 때에 얼음주머니를 대거나 해열제를 써서 열을 내리게 하는 따위가 이에 속한다.
-표준국어대사전-


 감기 걸려 콧물 나고 열나고 하는 건 열에 약한 바이러스를 퇴치하며 몸속 바이러스를 최대한 빨리 배출하기 위한 신체면역의 기능인 건데, 당장 이 증상이 생활하기 불편하니 약물의 힘으로 틀어막아 버린다. 정작 감기의 원인이 되는 바이러스 사멸에는 아무 역할을 하지 못하면서 말이다. 그래서, 감기는 약 먹으면 일주일, 안 먹으면 7일이면 낫는다는 말이 있다. 대부분의 감기약은 감기의 제증상을 완화할 뿐이지 바이러스를 사멸시키는 기능이 없다.


 말이 좀 샜는데, 자, "저출생"을 해결하려면 어떡해야 하나?

 당연히 사람들이 아이 낳기를 기피하는 근본 원인을 찾아 해결해야 한다.

 그럼, 왜 사람들이 아이 낳기를 기피하나?

 당장 생활이 팍팍하고 힘들고 행복하지 않기 때문이다. 내 몸 하나도 건사하기 힘든데, 무슨 아이를 낳아 기른단 말인가? 딱 봐도 태어날 아기는 나보다 더 불행할 게 뻔 해 보이는데.


 그런데 정부는 어떻게든 "아이 낳게 하기"에만 집중하는 것 같다. 아이 낳으면 대출해 줄게. 아이 낳으면 세금 깎아줄게. 아이 낳으면 휴가도 더 줄게. 이게 뭔. 콧물 난다고 감기 근본 치료할 생각은 안 하고 잠시 콧물만 멈추게 하는 콧물약 먹는 거와 뭐 다르냔 말이다.


 아이를 많이 낳게 하려면, 젊은 사람뿐만 아니라 모든 국민의 행복 지수가 다 같이 올라가야 한다. 젊은 사람에게 땜질식 현금을 살포해 본들 그 사람들도 금방 나이 들고 늙을 텐데. 내가 앞으로 행복하고 잘 살 자신이 없는데 어떻게 2세를 만드나.


 그러니까 언발에 오줌누기 식 대책 말고, 대한민국 전체가 행복해지는 본질적 대책에 더 집중해 주길 바란다. 길게 보면 그게 결국 정도이며 정답이 될 거다. 태어나지 않은 아이 걱정은 집어치우고, 당장 오늘을 살고 있는 국민들 민생부터 행복하게 만드는 방법으로 접근하시길 권해드린다.


3. 대한민국 총인구, 얼마가 적절한가?

 나는 좀 더 나아가, 지금 대한민국의 인구도 매우 매우 많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지금 5천만 인구가 과연 우리나라 땅떵이 넓이와 우리나라 자원에 적합한 인구라 생각하는가?

 대부분의 천연자원과 에너지를 수입에만 의존하는 것에도 모자라, 곡물 자급률이 겨우 20% 남짓밖에 안 되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아니, 신토불이 하래매. 곡물 수입 없이 100% 신토불이 실천하려면 인구 80%가 굶어 죽게 생겼다. 전체 식량자급률로 따지면 더 떨어진대는데, 적어도 안 굶어 죽을 기준인 곡물 자급률로만 계산하면 대한민국 적정 인구는 지금의 20% 수준(약 1천만명)이 적절하겠다. 에너지 자급률로 따지면, 수입할 필요 없는 대한민국 재생 에너지 보급률이 대충 7% 남짓 되니까 전체 인구의 7%(약 350만명) 정도가 적절하겠다.

 땅떵이 넓이와 자원, 식량, 인구밀도 등 다양한 인자를 고려해 봐도 현재 인구는 너무 많다. 적절히 줄여가는 게 맞다. 상자에 무제한의 식량과 식수를 공급하고 쥐를 키우면, 처음에는 쥐 숫자가 급격히 늘어나지만 곧 번식을 포기하는 시점이 온다고 한다. 미물인 쥐조차 좁은 곳에 너무 많은 개체가 존재하면 스스로의 생존에 위협이 되는 걸 아는 거다. 사람들이 알아서 스스로 집단 개체숫자를 줄여가는 사회현상도 별반 다르지 않은 거라고 나는 믿는다.


4. 인구대국, 경제대국. 그거, 중요한가?

 얼마 전에 대한민국이 5-3 클럽(인구 5천만, 소득 3만달러) 클럽에 들어갔다고 자화자찬 떠들썩했던 기억이 있는데, 나라 인구가 많고 평균소득이 높은 게 나하고 무슨 큰 의미가 있나. 국가경제 총규모는 작더라도, 국민 개개인이 행복하고 잘 살아야지. 총인구수도 적고 면적도 매우 좁은 내륙 도시국가라 세계 경제순위에는 명함도 못 내밀지만 국민 개개인은 매우 부자(1인당 국민소득이 무려 11만 5천 달러)인 룩셈부르크가 나는 더 부럽다. 국가 총 경제순위가 중요한 게 아니다. 중국 경제순위가 세계 2위라고 우리가 중국인을 세계 2등 시민으로 인정하거나 부러워하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대한민국이 감당하기 힘들 만큼의 인구를 가지고 있으니 그것을 인지하기 시작한 대중이 모두 동시에 그걸 깨닫고 인구를 줄여가고 있는 시국인데, 그걸 순리에 거슬러 억지로 돌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줄이고 줄이다 보면 어느 시점에 또 대중들이 다 같이 인구를 늘리기 시작할 시점이 다시 올 거다.


5. 연금타령 세금타령 일꾼타령

 아이들이 안 태어나면 미래에 세금은 누가 내며, 나이 든 사람들 연금은 누가 땜빵해 줄 것이며 산업인력과 군인은 어떻게 충당하냐고? 아니, 쫌. 무슨 노예 양성하십니까? 그러니 아이를 안 낳잖아요. 저렇게만 접근하니까. 사회 기득권들이 접근하는 방식 자체가 "아, 애들이 없으면 미래에 한국말 잘 알아듣는 노예가 없겠네~" 하는 시각 아닙니까. 저출생 대책을 세워야 하는 이유가 저런 배경이라면 더더욱 저출생 대책을 세워서는 안 된다. 다시 강조하지만, 저출생 현상은 아이를 낳아 키우고 그 아이들이 어른이 되었을 때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이 되었을 때 자연스레 해결될 거라고 믿는다. 그러니까, 높으신 위정자 분들, 어디 토론자리 가서 저런 말 아예 꺼내질 마셔요. 너무 속보이잖아요.


6. 지구 온난화 문제

 모든 동식물들은 자기 생활반경에 주어진 에너지만 활용하며 살아간다. 식물은 딱 자기 이파리가 햇살을 받는 너비만큼의 태양에너지를, 동물은 자기 활동범위 내에서 구할 수 있는 먹이만 먹고 살아간다. 사람은? 동식물에 비해 수만 배 수억 배의 에너지를 펑펑 쓰며 산다. 차를 굴리고, 냉난방 기기를 돌리고, 음식을 구해도 익혀먹고 볶아먹고, 온갖 물건을 만들고 하다못해 전자계산기로 엄청난 계산을 해가며 비트코인을 유지하며 살아간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엄청난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온실가스를 줄이는 가장 현명한 방법은 총인구수를 줄이는 것이다. 아무리 절약하고 고효율기기를 사용한다 한들, 인구가 증가하면 총 에너지 사용량과 총 온실가스 양은 증가할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는 기후변화 문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훌륭한 국가가 될 수 있다.

 세계 인구를 줄이려는 노력은 당연한데, 우리나라 인구가 줄면 국력이 줄어드니 안 된다? 아니 이런 논리가 어딨나. 나는 UN과 세계 온난화 방지 기구가 체계적인 세계인구 감축에 대해 논의하고 대책을 실행해도 이미 늦은 시기라고 주장하는 사람이다.




 근래 들어 다시 저출생 대책 이야기가 뉴스에 많이 보여서 평소 생각을 두서없이 늘어놔봤다. 정말 암만 생각해도 이상하다. 세계 인구는 지금도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으며 지구 자원과 에너지는 한정적이라 그거 서로 뺐느라 지금도 전쟁이 끊이지 않는데, 이제 인구증가를 겨우겨우 멈추고 자발적으로 인구를 조금 줄여보려는 나라에서 아기 안 낳는다고 왜 이다지도 난리법석인건가. 그럴 거 같지도 않지만 저출생 대책은 인구가 한 2천만명 밑으로 내려간 후에 해도 안 늦은 거 아닌가?


 모든 사람들이 저출생 자체를 걱정하며 한 목소리로 대책 수립만 외치는 현상도 매우 비정상적으로 보인다. 누군가는 저출생 현상 자체를 환영하고 누군가는 걱정하고 해야 민주적 다원사회 아닐까. 왜 이 문제는 여당이고 야당이고 언론이고 몽땅 일방통행밖에 없는 걸까.


 나는 정말 돈만 퍼주어 주는 저출생 대책을 반대한다. 대책 중 정말 민생을 생각하고 국민 삶의 질을 높이는 대책을 다 반대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 다만, 대 놓고 현금 살포하는 대책엔 반감이 크며, 그 돈 있으면 나부터 지원해 주고 나부터 행복하게 만들어주면 좋겠다. 지들 돈도 아니고 내 세금으로 생색내는거면서.


 내가(=즉, 개개인의 국민이) 행복한 사회 일원이 된다면 저출생 현상은 알아서 해결될 수 있을 거라고 강하게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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