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국민으로서 영부인에게 국민의 권한을 위임한 기억이 전혀 없음
오랜만에 칩거 중이었던 영부인이 대외활동을 시작했다는 기사가 뜬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11/0004342339?cds=news_media_pc
더불어 전 영부인의 타지마할 방문 이슈에 대한 뒤늦은 기사도 뜬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01/0014694698?ntype=RANKING
내가 늘 가지는 의문.
대한민국 영부인은 정치인인가? 정치인이라면 어떤 법적지위를 공식적으로 갖추고 있나? 그렇다면 그 정치인(=영부인)이 누리는 법적 지위는 어떤 방법으로 획득하였나?
모르니까 찾아보자.
https://www.mbn.co.kr/news/politics/4995145
https://www.munhwa.com/news/view.html?no=2024011701032230159001
그러면 그렇지. 그런 거 없다.
다시 정리해서 말하면, "영부인은 정치인으로서 또는 국가 대표자로서 어떠한 법적 권한도 없다"가 되겠다.
다만, 정부 공식문서에 영부인 지위에 대한 공식 언급이 있는 문서는 "대통령경호법" 정도가 있는데, 이는 대통령의 가족은 경호대상이라는 것을 규정한 법률일 뿐, 대통령 가족이 갖는 권한 또는 지위를 규정한 문서는 당연히 없다.
아니, 국민이 대표자 또는 외교사절 역할을 위임한 적이 한 번도 없는데, 무슨 "배우자 단독 외교"??? 아니, 무슨 권한으로? 그렇게 따지면 대통령 자녀도 대통령 삼촌도 "대통령 가족 단독 외교" 할 수 있는 권한이 있나?
그리고 대통령 부인이 무슨 권한으로 조계종 사리반환에 "큰 기여"를 했다는 건지도 나는 당최 이해를 못 하겠다. 무슨 권한이 있길래? 비선 실세의 권한?
사실 나는 각종 행사에 대통령 내외가 동시에 배석하는 행위 자체가 몹시 못마땅하다.
그렇게 따지면 회사 주요 행사에 사장 & 장부인(영부인하고 빗대어 작명해 봄)이 매번 배석함이 옳은가? 도지사, 시장, 군수라면 매번 주요 행사에 배우자를 동반함이 옳은가? 적어도 회사 경영이나 행정에 관계된 자리라면 절대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다만, 취임식 퇴임식 등 행사가 개인에 초점이 맞추어지는 경우는 관습적으로 인정될 수 있을 것 같다. 회사 사원이라도 사장상 장관상 등 개인의 수상식에는 가족을 초청하듯이. 그게 아니라면, 특정 조직과 단체의 장에 부여되는 의전과 권한을 등에 업고 그 장의 배우자가 공식적 자리에서 "내가 낸데"하는 꼴을 봐주긴 힘들다. 당연히 대한민국 사회에서 그건 용납이 안 되며 만일 그랬다간 정의로운 대한민국에서 주제넘은 갑질 신고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그.런.데.
왜. 와이. 대통령 영부인에게만 이런 사회적 통념을 넘어버리는 관습적 지위와 권한이 부여되는가?
이것도 내 쫌 생각을 해봤는데,
현대 국제 사회가 100% 민주정치로 통일된 것도 아니고 여전히 다수의 나라에서 군주제 + 의회제 + 대통령제 등등의 통치시스템이 각 국가의 사정에 따라 병용되기 때문에 벌어지는 한계라고 생각한다.
군주제에서는 왕과 왕비가 공식적인 사회 지위를 갖는다. 그 사회적 지위란 게 헌법에 명기가 된 건지 어떤 건지까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나라 조선시대만 생각해 봐도 왕과 왕비에 대한 사회적 지위는 관습적으로 통용되는 거라 매우 자연스러워 보인다. 그런데, 우리나라가 세계 각국과 정상외교를 하려면 해당 국가의 프로토콜도 따라야 하므로 균형을 맞추려고 하다 보면 영부인이 따라갈 수밖에 없는 경우가 많을 거란 거 이해를 전혀 못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부인은 국민 손으로 뽑힌 정치대리인이 아니다. 대통령 선거 때 당연히 후보자 간 토론회 후보자의 공약 후보자의 자질을 보고 투표를 한 거지 대통령 영부인에 표를 준 게 아니다. 그런데 왜 국민으로부터 어떠한 권한도 위임받은 적이 없는 영부인이 자꾸 정치인 흉내를 내려고 하는 건지 그리고 그걸 왜 사회가 용인을 하는 건지 나는 잘 모르겠다.(독자님들 오해하실까 봐 강조하지만, 나는 비단 현 정권 뿐만 아니라 역대 영부인들 다 포함해서 얘기하고 있다.)
이런 시스템을 공식적으로 지속 갖추어 가고자 한다면, 차기 대통령 선거부터는 "대통령 부부 선거"로 제도를 바꾸어서 처음부터 "영부인"에 대한 정치검증과 "영부인" 자질에 대한 토론회도 시켜보고 "영부인"이 "단독 외교"를 할 수 있는 자질이 되는지 국민 눈높이에서 검증을 해 본 다음 선거를 함이 맞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선거 투표지가 "기호 1 : ㅁㅁㅁ, ㅇㅇㅇ 부부 후보", "기호 2 : ㅈㅈㅈ, ㄹㄹㄹ 부부 후보"라고 되어야 맞는 거다.
여기서 또 질문이 생긴다.
1. 그럼, 후보 부부가 선출된 다음에 이혼을 하게 되면, 그 이혼한 배우자는 법적 권한이 있나?
2. 대통령이 이혼 후 재혼을 하게 되면 그 재혼한 배우자는 법적 권한이 있나?
3. 아니면, 선출된 대통령 후보는 재임기간 동안에 이혼할 수 없는 법률을 또 만들어야 할까? 아니지. 이건 개인의 자유를 속박하는 법률이 될 거니까, 헌법을 고쳐야겠다.
"오컴의 면도날"이란 이론이 있다. 현상을 설명하는 가설 중 가장 단순한 것이 진리일 가능성이 높다는 이론. 이게 여기 직접 적용하긴 좀 그렇지만, 애매한 상황을 방지하는 가장 단순한 방법은 가급적 규칙과 원리를 단순하게 설정하는 것이다.
즉, "대통령 배우자는 정치 외교에 일절 관여 금지. 단, 국빈 영접 행사, 이취임식 등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일부 행사에 대해서는 국내 국외 관습을 고려하여 일부 참여 허용"
이러면 대충 될 것 같다.
그런 면에서 개혁신당이 최근 주창한 "대통령 배우자법" 제정에 찬성한다.(당연히 대통령 배우자법을 통해 대통령 배우자에게 이권 관여 권한을 부여하는 방향으로 법이 추진된다면 가만있지 않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