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어제보다 나은 오늘 Jun 08. 2024

기가 차는 저출생 대책들

 아무리 봐도 요즘 우리 사회가 제정신이 아닌 것 같다.




1. 국민댄조(댄스+체조)

 한 서울시의원이 아기 낳을 때 장점이 많다며 괄약근을 조였다 풀었다 하는 케겔 운동을 접목한 "쪼이고 댄스"를 홍보하고 다닌다. 댄스와 체조를 결합한 "댄조"라는 신조어를 만들고 "출산장려 국민운동"이라는 수식어도 붙였다. "출산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 말고도 "국민댄조 전문강사 양성으로 젊은 층 및 중장년층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수 있다"는 주장이 먹혔는지 서울시 예산 2,500만 원이 지원된 사업이라고 한다.


2. 여아 1년 조기입학

 국책연구기관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여아를 1년 조기 입학시키면 향후 적령기 남녀가 서로 더 매력을 느낄 수 있게 되어 출산율 제고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조언을 내놨다. 조세연은 최근 발간한 ‘생산가능인구 비중 감소에 대응하기 위한 재정 정책 방향에 대한 제언’ 보고서에서 “남성의 발달 정도가 여성의 발달 정도보다 느리다는 점을 고려하면 학령에 있어 여성들은 1년 조기 입학시키는 것도 향후 적령기 남녀가 서로 매력을 더 느낄 수 있도록 하는 데 기여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이라고 밝혔다.


3. 자가정자진단기 무료 배포

대구시는 저출생 해결을 위한 지원사업의 하나로 구·군 보건소를 통해 스마트 자가정자진단기 4,000대를 선착순으로 배포한다는 공지문을 냈다. 스마트 자가정자진단기는 ‘혁신제품 시범사용 사업’에 선정됨에 따라 전액 국비 지원으로 대구시민에게 무료로 제공된다고.




 원래 문제를 해결하려면 문제가 발생한 이유가 뭔지를 분석하고 원인을 해결하는 대책을 수립하는 게 당연한 수순이다. 그런데 정부가 내놓은 국비 지원 대책들을 보고 있노라면 대체 이 정부가 생각이란 걸 하긴 하나 하는 합리적인 의심이 든다.


 그러니까, 색안경 안 끼고 저걸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면,


 우리나라 여성들이 골반근육이 처져서, 남성이 여성보다 덜 성숙해서 여성에게 성적 매력을 덜 느껴서, 정자에 문제가 많은 남성들이 많아서 아이를 덜 낳는다고 분석했음이 분명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저런 대책이 국비 지원으로 실행될 수가 있나.


 대책의 수준이란 게, 그저 국민들을 양돈농가 축사에서 사육되는 돼지처럼 여기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여성의 자궁을 생산공장처럼 인식하고 질 좋은 정자만 넣으면 아기가 만들어진다고 여기는 것 같다.


 정부가 대놓고 이런 식의 대책이라면 내가 좀 더 강한 제언을 해 줄 수 있다. 이왕 하는 거 눈치 보지 말고 화끈하게 하셔라. 내가 로열티 안 받고 연구비도 안 받고 더 강력한 대책을 무료공개 하겠다.




1. 낙태죄 부활

 아니 어떻게 생긴 대한민국의 귀한 아기인데 낙태를 한단 말인가. 강간이든 실수든 뭐든 사유 불문, 한 번 생긴 아이는 무조건 출산토록 낙태죄를 부활하는 법률을 신설한다.


2. 1부 다처제 1처 다부제 다처다부제 시행

 힘들어서 결혼 자체를 안 하겠다는데 이유불문하고 결혼을 하겠다고만 하면 결혼부터 시켜야 애를 가질 거 아닌가. 전통 규범 무시하고 지들만 좋다면 다 모여 살고 애들 많이 많이 낳으라 그래.


3. 대리모 대리부 합법화 및 국비지원

 몸매가 망가질까 봐 아이 낳길 싫어하는 여성들에게 단비 같은 소식이 되겠다. 저소득 청장년에게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여 소득의 재분배에 도움 될 수도 있다. 여성에게만 대리모를 허용하면 성차별 소리를 들을 수 있으니 구색상 대리부도 끼워주자.


4. 국립모텔 운영 및 남녀혼숙 지원금

 가임연령의 남녀가 국립모텔에서 숙박을 하게 되면 전액 국비에서 지원해 주는 제도를 신설하자. 어차피 간통죄도 위헌인 마당에 연인인지 부부인지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무조건 지원해 주자.


5. 국립 나이트클럽 운영 및 삐끼 공무원 채용

 국가에서 남녀 주선을 위한 공식 나이트클럽을 운영하자. 국립 나이트클럽이니 삐끼들도 공무원으로 채용되면 일자리도 안정적이고 훨씬 더 좋겠다. 여기서 부킹이 잘 되면 4번의 국립모텔로 자연스레 연계시키자.


6. 대학 MT 국비지원

 이왕이면 조금이라도 남녀가 젊을 때 아이를 낳으면 좋잖아. 국가가 소멸 위기라는데 공부가 뭐가 중요한가. 국립대 사립대 할 것 없이 1박 2일 MT 비용을 국비에서 지원해 주되 지원예산이 엄한 곳에 전용되지 않도록 목적에 맞게 예산은 숙박 바우처를 통해 지원되도록 하자. 숙박 바우처는 2인 1실에 한해서만 정산해 주자.


7. 피임기구 중과세 부과

 아니 때가 어느 땐데 이런 반인륜적 반국가적 물품을 판매한단 말인가. 맘 같아선 유해물품 지정을 해서 퇴출시키고 싶지만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당장 그럴 순 없을 테니 점진적으로 징벌적 세금을 부과하자. 고급 위스키 한 병에 수십만 원 하는 세상인데, 쾌락은 느끼고 싶지만 아이는 가지기 싫은 이기적인 커플에게 콘돔 하나 10만 원 정도는 받아도 될 것 같다.


8. 최음제 국비보조금 지원

 7번과 유사한 세트 정책. 맨 정신에 안 되면 약물의 힘을 빌어서라도 서로 눈이 맞도록 하자.




 사실 더 강려크하고 확실한 출산 장려 정책(일부러 출생 장려 정책이라고 안 했음)을 제언할 수도 있는데 국민법감정을 고려해서 오늘은 순한 맛만 골라봤다.


 대충 적고 처음부터 다시 읽어봤는데, 내가 내놓은 정책제언이 정부의 현 기조하고 결이 비슷해서 실제로 채택되면 어떡하나 살짝 걱정이 된다.


 문해력이 약한 분들께 은유법 안 쓰고 직접 다시 강조드리면, 이렇게 될까 봐 걱정돼서 하는 소리니 오해 없으면 좋겠다.


 아휴. 내가 오죽 답답하면 이러겠냐고요...

매거진의 이전글 대통령의 "석유" 브리핑이 별로 반갑지 않은 이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