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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제보다 나은 오늘 Jun 17. 2024

권익위 청탁금지법 질의응답방 현황

나름 다이내믹 흥미진진 대한민국

 무언가 대한민국 궁민(국민이 아님. 의도한 표현)의 심장을 후벼파는 기사.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3038972


 내용인즉슨, 아래와 같이 영부인 명품백 수수의혹 관련해서 국가 권익위가 지난 6월 12일 "직무관련성이 없어 신고대상도 아니고 위법도 아니다"라고 공식 면죄부를 준 이후 권익위가 운영하는 대국민 청탁금지법 질의응답 게시판이 유사한 질문으로 불이 난다는 내용.


https://www.yna.co.kr/view/AKR20240612108551001?input=1195m


 영부인 명품백 수수 관련 이야기는 모르는 사람 빼고 다 아는 이야기니까, 혹 궁금하신 분들은 위 기사를 참조하자.




 무슨 질문이 얼마나 올라왔을꼬.

 갑자기 급 궁금해져서 못 참겠다.

 호응도 없는 구석탱이 게시판 하나 가지고 호들갑 떨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일테고, 저 기사가 좌파편향 기사인지 정말 민심의 대변일지 어떤건지 현지답사를 가 보기로 하자. 다행히 인터넷은 느려터질지언정 국민권익위원회 접속은 된다.


 자자. 뉴스에서 말한 그 게시판 어딨나요?

 제길슨. 질의응답 게시판 찾는데 10분이 넘게 걸렸다. 아, 이거 나도 키오스크 부적응자 초기 증상 아냐? 질의응답 게시판 찾는 게 나만 힘드나? 환장하것네.

 힘들여 끙끙 찾아본 발자취를 공개하니, 저만 잘 따라와 주시길.



https://www.acrc.go.kr/


 일단, 건익위... 아니,  국민권익위원회 홈페이지에 접속한다.

 민원 게시판이나 질의응답 게시판이 대문에 보이면 좋겠구만 암만 눈 씻고 찾아봐도 안 보인다. 국민신문고, 국민생각함이 비슷해 보여서 낚여서 파닥파닥했는데 저긴 그런 게시판 아니니 사건 현장으로 직행하자.


 Drop Bar 메뉴의 "정보공개"를 클릭하셔야 한다.



 여기 "사전정보 공개"의 하위메뉴로 "청탁금지법 질의응답"이라는 게시판이 숨어있다. 아, 찾기 힘드네...


 이제 게시판 상황이 어떤지 살펴보자고. 본격 감상모드 개시.







 발표가 난 12일부터 15일까진 별 기척이 없다가 16일부터 명품백 질의가 쇄도하기 시작한다. 대부분의 질문이 비슷한데, 크게 "나도 영부인에게 명품 선물해도 되느냐", "영부인 말고 고위공무원 배우자에게 선물하면 이제부터 불법이 아닌거냐" "합법로비 가능한 대한민국 좋은나라 우리나라 좋은나라"로 나뉜다.


 같은 시상도 표현에 따라 감칠맛이 다르니, 글쓰기 맛집 몇 곳만 내맘대로 선정해보련다.







1. 해학의 민족 상

 역시 신문기사 타이틀에 선정될 만하다.

 길게 쓸 필요 없다.

 ""의 이중적인 의미와 "전통문화 전통시장 활성화"를 잘 엮어 해학적으로 함축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2. 디테일 끝판왕 상

 디테일이 살아 있어 무척 마음이 평온해진다. 역시 질문이 구체적이어야 답변이 구체적이 되는 거다.

 다만, 에르메스 히말라야 닐로티쿠스 크로커다일 다이아몬드 버킨백이 뭔지 잘 모르겠지만, 영부인은 동물애호가로 알려져 있고 악어가죽 백은 비싸도 동물애호가의 공격을 받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질문의 구체성과는 무관하게 선물 선정 감각에는 조금 문제가 있어 보인다(크로커다일이 단순 상표라면 문제가 없겠다.)

 이왕 디테일하게 적는 거, 원산지, 제작일, AS 보증기간, 환불규정, 포장유무 등도 더 꼼꼼하게 적었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개인적으로 살콤 생각해봤다.


 왜 명품가방만 되는건지 의문을 가진 자기주도 학습형 질문.

 샤넬 화장품이 대통령기록물이 안 되는 이유는 화장품은 유통기한이 정해져 있어 그전에 사용해야 하기 때문이 아닐까? 같은 이유로 먹는 것도 기록물로 취급하기엔 무리가 있을 것 같기도 하다. ㅡ_ㅡ;




3. 자포자기 응원상

 이왕 이렇게 된 거, 망가진 제도를 적극 홍보하고 정규 제도화 보완해서 운영하자는 건설적인 제언들.

 나라가 망가져도 늘 긍정적 시선으로 정부를 응원하는 바람직한 시민상이다.

 그래. 죄가 뭐가 나쁜가. 죄를 죄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나쁜거지. 모든 건 양면성이 있는 거고 악화에서 양화를 찾아가면 되지. 죄처럼 보이지만 시선을 바꾸면 경제활성화 행정우선순위 명확화 등의 숨은 가치가 있는 거였다.




 난 이번 사태를 보면서 참... 대한민국이 몇 년도에 갇혀 있는 건지 궁금해졌다.

 무슨 일이 벌어져도 흥분하지 않고 해학으로 정부를 받아치는 궁민성을 보면 궁민의식은 많이 많이 높아진 것 같은데... 니가 하면 범죄 내가 하면 정성이라는 저 해괴한 논리를 전 궁민에게 정성스레 브리핑하는 용감함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내가 권익위 홈피를 가만가만 보면서 느끼는 감정인데, 이왕 이렇게 된 거, 좀 솔직하면 어떨까 싶어 건의 한 번 해본다. 어차피 특정권력 특정집단만 비호할 위원회라면 슬로건부터 솔직하게 바꾸자.


 흠.... 슬로건은 이제 좀 언문일치가 되는 것 같은데, 이제 "권익위"가 맘에 안 든다.


 혹자는 "건익위"라고 비아냥거리기도 하던데, 특정인의 이름이 위원회 명칭이 되는 것은 국가 위원회의 격에 맞지 않으니 목적한 바를 그대로 써 주는 게 어떨까 싶다.


 

Corruption Rights Commission... 영문명이랑 라임도 딱딱 맞고 이제 좀 보기가 좋구나...


 합법적 로비와 부정부패를 체계화시켜 불법논란을 사전에 종식시키고 국민분열을 방지하는 국가 위원회. 일부 선진국에서도 "로비법"이라는 이름으로 합법제도화하여 운영 중인 사항인데, 그거나 그거나 똑같은 거 비겁하게 "로비"라고 숨지 마시고 대 놓고 "부패"라고 당당히 써 주면 더 당차 보이고 좋겠다.


 우리 좀 솔직해지자고. 알 거 아는 사람들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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