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날처럼 저녁 먹고 내 방에 와서 느긋하게 유튜브 채널을 열어놓고 있는데, 어디선가 뭐가 꼬물꼬물 기어나와 책상 위를 헤집고 다닌다.
누구냐 넌.
순간 바퀴벌레인가 긴장했으나 자세히 보니 더듬이 팔다리 긴 하늘소다.
때려잡아야 하나 쫓아버릴까 살짝 고민하는 찰나, 이 녀석 내 랩탑 PC 위에서 열심히 춤을 춘다.
아. 파리만 싹싹 비는 게 아녔네. 이 녀석들도 셀프 그루밍을 하네?
앞다리, 더듬이 싹싹 다듬고
야무지게 뒷다리 뒤꿈치까지 싹싹 다듬고
다 했다고 나한테 자랑하는 건지 한동안 저렇게 당당하게 뽐내고 있다가
파드드드득 날아가버렸다.
곤충은 여섯 다리가 그냥 기계적으로 본능적으로 움직이는 건 줄 알았는데 각각의 다리를 세부적으로 세심하게 컨트롤하는 게 느껴졌다.
운동 젬병인 나는 내 팔다리 4개 정밀하게 제어하는 것도 힘든데, 저 여섯 다리를 신경써서 하나하나 제어하려면 쉬운 일이 아닐텐데 세심하게 바라보고 있으니 참 꼼꼼하기도 하다. 저걸 저 작은 머리에서 생각하고 제어할 텐데 과학기술이 얼마나 더 발전해야 저 비슷한 로봇을 만들 수 있을까.
발이 수백 개인 지네 같은 녀석들도 발 하나하나를 개별제어할 수 있는 걸까?
음. 밤에 자는데 지난번처럼 또 내 다리를 콱 물어버리진 않겠지?
나 괴롭힌 거 아니니 서로 존중하며 최소한의 거리만 유지해 준다면 나도 노터치.
인권 존중해 준다면 나도 충권을 존중해 주겠어요.
미물도 세심하게 바라보면 경이롭고 신비롭고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