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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제보다 나은 오늘 Jul 01. 2024

방충망 Upgrade Completed

 여느 때처럼 내 방 책상에 앉아 랩탑 PC로 이것저것 열어보며 노닥이고 있는데... 평소답지 않게 묘한 시선과 인기척(사실은 뱀기척)이 느껴진다. 뭐지? 뭐지?

 


 요즘 부쩍 자주 출몰하는 초대하지 않은 손님 되시겠다.


 벌레 꼬이는 게 싫어 외부창은 거의 열지 않는 편인데, 이 녀석 내 방에도 비상상황실에도 화장실에도 적지 않은 빈도로 들락거린다. 그래그래. 다 좋은데, 침대에는 올라오기 없기야. 내 신발안에 똬리 틀고 있기도 없기야. 그냥 마실 차 돌아다닌 거 정도라면 크게 뭐라 하지 않겠지만, 나 없을 때 돌아다니고 가급적 우리 서로서로 사생활은 존중해 주자고. 응?



 오늘 요 녀석이 자리잡은 곳은 테라스 쪽 방충망.


 90도 가파른 벽타기는 물론, 천정까지 내달리는 엄청난 능력의 녀석이라 늘 벽타기 천정타기 하는 걸 지켜보고 있자면 저게 과연 지구의 생물이 맞나 하는 감탄이 나온다. 과학적으로는 도마뱀 발에 난 매우 잔털이 반데르발스 힘을 일으켜 어쩌고 하는 거 공부는 했지만 그건 그거고 실제로 천정 달리는 거 보고 있으면 우와 저게 진짜 말이 돼? 하는 감탄사가 나온다고. 봐도봐도 신기하다.


 근데 너 거기서 뭐 하니?

 놀래지 않게 숨을 죽이고 살금살금 다가가서 뭐 하나 가만 봤더니,


 부동자세로 벌레사냥. 벌레가 잘 꼬이는 최적위치에 딱 붙어서 입만 낼름낼름. 힘 안 들이고 벌레잡고 있던 거였다.



 10여분쯤 있으니 여기가 벌레 맛집이라고 소문이 났는지, 친구 한 녀석을 더 데리고 왔다.


 그러고 보니 요새 방에 벌레가 작년보단 좀 덜한 것 같기도 하고.


 요 녀석들은 손바닥만 한 애기들이라 실제로 봐도 똘망똘망 귀엽다. 그런데, 악어만한 도마뱀도 밖에 돌아다니므로 음침하고 습한 곳에 슬리퍼 차림으로 돌아다니는 일은 위험하다. 작년에 우리집 경비견도 지들 덩치만 한 도마뱀하고 싸우다 귀를 물려 상처가 났다.


 어쨌든 적당히 돌아다니며 벌레도 잡아주고 애완뱀 역할도 해주고 하면 나는 크게 놀래거나 해코지 가하지 않는 자연주의 성향자. 서로 피해만 주지 맙시다.


 오늘도 친환경 파키스탄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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