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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제보다 나은 오늘 Jul 22. 2024

KOREA보다 DAEHAN

국호의 영문 표기에 대하여

 유튜브 알고리즘에 갑자기 Korea의 어원에 대해 설명하는 숏츠가 나왔다.

 아랍 상인들이 고려시대 고려를 방문했다가 그게 서양으로 넘어가서 Korea가 되었다고. 이거 모르는 사람도 있었나? 새삼스럽게. 그런데 댓글을 봤더니 모르는 젊은 사람들이 꽤나 많더라고?


 갑자기 그 생각이 들었다.


 왜 우리나라는 Korea라는 영문 국호를 바꾸려는 노력을 하지 않지?




 동양과 서양 한복판에 있는 튀르키예.

 우리는 얼마 전까지 이 나라를 터키라고 불렀다.(물론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터키라고 하기도 한다.)

 터키는 얼마 전(2022년)에 공식적으로 국호를 튀르키예로 바꿨다(엄밀히 말하면 자국 내에선 오래전부터 튀르키예였고, 영문명만 수정했다). 터키에서 오는 어감(겁쟁이. 칠면조)이 부정적이라서 좀 더 민족적 자존감을 올릴 수 있는 호칭으로 바꾼 거랜다. 그리고 전 세계 언론이 이에 수긍하고 튀르키예 정부의 권고에 따라 터키 국가명을 튀르키예로 수정해서 부르기 시작했고 생각보다 상당히 빠르게 호칭 관습이 바뀌었다.


https://www.yna.co.kr/view/AKR20220602176300108


 국호는 아니지만 비슷한 속도로 지명 호칭 표준이 바뀐 사례가 또 있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Kyiv).

 독립 이전에 소비에트 연방국이었던 시기 러시아어 발음인 키예프(Kiev)로 알려진 도시였지만, 우크라이나 사람들은 국가 정체성을 살리기 위해 러시아어가 아닌 자국 우크라이나어 발음인 키이우로 불리기를 희망했고, 그들의 일리 있는 주장과 바람대로 한국 언론에서도 키이우(Kyiv)를 정식 명칭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제 키이우(Kyiv) 이전 명칭이 키예프(Kiev)였는지 기억도 가물가물할 정도로 빨리 정착이 되었다.


https://www.kookje.co.kr/news2011/asp/newsbody.asp?code=0400&key=20220303.99099000704




 우리나라의 정식 국호가 "대한민국"이라는 것을 모르는 한국인은 없을 것이다. "대한민국"이라는 국호는 1919년 3·1 운동 직후 임시정부를 만들기 위해 소집된 임시의정원에서 독립운동가 신석우에 의해 제안되었다. 일제의 의해 빼앗긴 "대한제국"을 계승하여 되찾되, "제국"을 공화국을 뜻하는 "민국"으로 바꾸어 제안한 것이 공감을 얻어 채택되었으며, 1948년 제헌국회에서 헌법에 명시되었다. 여담으로, 조선공화국, 고려공화국 등의 다른 후보군도 있었다고. 반면, 북한은 국호를 "조선인민민주주의공화국"으로 채택하였고 줄여서 조선이라 부르고 있다. 그래서, 남쪽 사람들이 한반도 국가를 칭할 때는 남한, 북한으로 부르며 북쪽 사람들이 한반도 국가를 부르면 북조선, 남조선이라고 부르는 것이다(서로가 서로의 국호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국호는 중요하다.

 국호는 단순한 고유명사 하나로 끝나지 않는다.

 국호에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역사 및 민족의 얼이 모두 담겨있다. 민족 스스로가 심사숙고하여 정한 국호는 타국에서도 그 나라를 존중하는 의미로 자국에서 불리고자 하는 정확한 명칭으로 불러주는 것이 가장 좋다. 그런 면에서 우리나라는 외국으로부터 당연히 "대한민국"으로 불려야 한다.


 대한민국이 영문식 발음으론 좀 어렵고 길어 발음하기 불편하니 좀 줄일 필요도 있을 것 같다. 우리끼리 줄여서 "한국"이라고 하기도 하지만, "민국"은 통째로 Republic(공화국)으로 의미 치환이 되니, "대한"만 강조하면 충분할 것 같다. 그래서 내가 추천하는 정식 영문 국호는 "Republic of DAEHAN". 짧게는 "DAEHAN"으로 불러주면 좋겠다.


 이미 수백 년간 홍보되고 각인된 명칭을 이제 와서 어떻게 바꾸냐고?

 노노. 이건, 정부가 홍보하기 나름이라고 본다.

 이미 튀르키예키이우 사례도 있지 않은가. 세계인들의 공감을 얻고 그들이 바뀔 때까지 지속적으로 그렇게 불러달라고 요구하면 생각보다 시간이 얼마 안 걸릴 수도 있다. 마음먹고 홍보하면 채 1년이 걸리지 않을 수도 있다. (그게 안 통한다면 유치하지만 우리도 그들이 불리기 싫어하는 명칭으로 우리 쪼대로 부르면서 이에는 이 눈에는 눈 해줄 수도 있다.)


 사실, 우리 국호와는 매칭이 많이 안 되는 Korea 명칭은 영문권에서만 그런 거고, 한자 문화권인 아시아에서는 우리를 대한민국 또는 한국으로 친절하게 불러준다. 남의 나라 내부 사정은 개무시하고 지들 고집만 쎈 유럽권 북미권 국가가 문제인 거다.


 나는 토종 한국인이며 고려와 조선시대 조상님의 피를 물려받은 사람으로서 "고려" 및 "Korea"에 대한 명칭 이질감이 전혀 없다. 외국에서 외국인들 입에서 "Korea" 소리를 들으면 내가 먼저 반갑다. 그런데, 그건 그거고 그들이 우리나라 정식 "대한" 국호를 불러주지 않는 서운함은 서운함대로 있다. 그런데 그게 그들만의 탓일까. 우리 정부와 우리 국민들이 "대한" 국호 홍보를 안 해서 그런 거 아닐까.


 대 ~ 한 민 국


 나는 대한민국 사람입니다.

 I'm from DAEHAN.


 가까운 미래에, 나는 외국인들 앞에서 이렇게 당당하게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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