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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제보다 나은 오늘 Aug 02. 2024

바람직한 리더의 덕목에 대한 고찰

정답은 없습니다만

 이번 출장 중 받은 한 통의 신청곡. 아니, 신청주제.

 내 브런치 몇 분 되지 않는 애독자님 중 한 분이 나보고 읽고 고찰해 보라며 심오한 주제의 글을 추천해 주셨다.

 엇. 나랑 상당히 다른 리더분이시네?

 내가 그간 잘 못 살고 있었나? 살짝 반성도 되고 부끄러워지려고 하려는 찰나, 가만 생각해 보니 이거 우리 조직에 그대로 가져오기엔 좀 무리가 있어 내 나름의 고찰과 반론을 준비해보려 한다.


https://brunch.co.kr/@notepod/55


 먼저 서두에 밝히고 싶은 건, 내가 이 글을 쓰신 초맹 작가님을 폄훼하거나 비판할 의도는 전혀 없다.

 다만, 바람직한 리더의 덕목이란 게 딱 정해진 틀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여러 상황별 다양성의 예시를 더 끄집어내어 보고 비교해 보는 것도 필요할 것 같다.




1. 규율, 원칙, 근태


 "5분 지각해도 별 말 안 한다"


 사실 이건 내가 아니더라도 사람에 따라 받아들이는 편차가 많은 부분이다.

 나도 내가 평직원일 때는 회사가 1분 늦게 오는 거에 칼같이 불편하게 만드는 분위기가 무척 싫었다. 회사는 정규근무시간 1분 1초를 따지면서 내가 야근하거나 주말특근하면 분단위로 돈을 더 쳐주지 않았다. 이런 내로남불이 어딨나. 지들이 출근 1분 1초 따지면 내 특근도 1분 1초 다 쳐줘야지.


 그런데, 내가 관리자가 되고 보니 시각이 확 바뀌어버렸다.

 회사는 혼자 일하는 곳이 아니다. 다 같은 시간에 모여 그날의 작업계획을 확인하여 공통의 업무를 잘게 쪼개 협업하는 곳이다. 출근시간이 누구 혼자가 늦어지면 다른 모두의 업무계획이 다 틀어진다. 그리고 그것보다 더 중요한 건 회사의 규율에 쩌저적 금이 발생하는 것이다. 출근시간 5분 지각이 용인되면, 6분도 용인되고 7분도 용인되고 그러다 30분 되고 한 시간 된다. 단체로 꾸물꾸물 늦게 와도 혼낼 수 없는 문화가 되어버린다. 어디 출근뿐이랴. 정해진 회의시간도 안 지키고 퇴근 30분 전 도망가는 사태가 생긴다.


 너무 비약하는 거 아니냐고?

 파키스탄 또는 중동 상당수의 회사들이 근태관리에 상당히 문제가 많다. 이 친구들 시간관념이 너무 약해서, 규율이란 거 너무 쉽게 무시해서 그런데, 그걸 지적하면 자기 잘못이 아니고 인샬라, 신 핑계를 대어 버린다. 이미 상시 지각 및 조퇴가 사회 디폴트가 된 마당이라 어지간한 레벨의 관리자가 와도 이런 문화를 바꾸기가 힘들다. 그래서, 규율은 무너지기 전에 미리 단단하게 세우는 게 중요하다.



 상기 짤은 "우아한 형제들" 회사의 유명한 규정 중 하나.

 왜 저 문구가 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받았는지 생각해 보자.


 덧붙이는 비슷한 글.

 회의시간 5분 늦었다고 발악하던 모 조직장의 최후. ㅡㅡ...


https://brunch.co.kr/@ragony/366



2. "형식에 치우칠까 봐"


 고백하지만 나는 형식에 매우 집착하는 관리자형.


https://brunch.co.kr/@ragony/99


 초맹 작가님이 쓴 글의 뉘앙스를 내가 모르지 않는다. 사무실 내부에서만 통용되는 자료는 자료의 적시성과 정확도가 중요한 일이지 자료를 제출하는 형식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다만, 초맹 작가님의 의도와는 다르게, "문서의 내용이 중요하지 그깟 형식에 왜 그렇게 목을 메?" 하는 분이 계실까 봐 덧붙이는 말이다.


 관리자가 즉흥적으로 알고자 하는 데이터와 관리선상 또는 대외 정규보고해야 할 문서는 별도의 업무로 완전히 구분되어야 한다. 전자야 구두보고든 포스트잇 손글씨 보고이든, 메신저 보고이든 아무 상관이 없지만 후자는 주안점을 둬야 할 포인트가 다르다. "형식"을 강조하지 않을 수가 없다.


 "형식"이 깨져버리면 문서의 신뢰도가 급격히 사라진다. 형식을 지키지 않아 신뢰도가 이미 깨진 문서에 아무리 고급정보가 담겨 있다 할지라도 그걸 예쁘게 봐줄 사람이 없다. 형식이 깨진 문서는 담당자 혼자의 평판만 깨뜨리는 것이 아니라 조직 전체의 신뢰도에 큰 영향을 미친다. 보고서에서 걸러내지 못한 사소한 오탈자 하나, 편집 미스 하나가 미치는 영향은 적지 않다.


 "아니, 담당자야 그렇다 치고, 과장, 차장, 부장들은 다 뭐 하고 이 문서를 검토해 보긴 한 거야?"


 보고서가 안 예뻐서 드는 감정이 아니라, 이쯤 되면 내부 데이터도 다 신뢰가 가지 않는다. 이게 과연 검증되고 믿을만한 정보인가? 담당자 혼자 대충 작성한 추정치인가?


 그리고, "형식"을 지켜야 하는 이유는 정보 전달 과정에서 에너지를 최소화하기 위한 도구이기 때문이다.

 은행에 가도 "대출신청" 서식이 있고 시청에 가도 "세금신고" 서식이 있다. 서식을 지켜 문서를 작성하지 않으면 담당자가 접수조차 거부한다. 기계적으로 입력해야 할 데이터가 딱 그 위치에 있지 않으면 문서를 접수하는 입장에서도 내용을 파악하기 너무 어렵기 때문이다. 회사 문서도 마찬가지이다. 관리범위가 넓어지고 고위직이 될수록 하루에 파악해야 할 문서가 수십 수백 종이 되는데 정해진 서식 1234를 지킨 문서가 아니면 소설처럼 논문처럼 꼼꼼히 숨은 정보 파악을 위해 오랜 시간을 문서와 씨름해야 하며 짧은 시간에 정확한 정보를 파악하기 점점 힘들어진다. 그것이 기관마다 회사마다 내부에서 사용하는 전용 서식들이 많은 이유이다. 문서를 작성하는 사람도, 그 문서를 읽는 사람도 이미 머리 속 기억창고 속에 정보를 저장하는 공간이 딱딱 분리 되어있고 서식에 적힌 정보만 쏙쏙 그 위치에 넣어주면 된다. 회사 사람들 대부분이 이렇게 머리 속 정보창고를 지어놨는데 서식과 형식을 어긴 문서가 보이면 정보를 접수해서 머리에 넣기가 매우 어려워진다.



3. 외근 후 자율퇴근 vs 외근 후 칼같이 사무실 복귀


 이 역시 딱 칼로 긋기 어려운 부분이다.

 어쩌다가의 장거리 외근은 "출장"으로 사전에 근태신고 보고를 마친다. "그날은 일 보고 안 들어오겠습니다"라는 승인을 미리 받은 격. 오가는 시간을 생각해 보면 어차피 상호 비효율적이라 처음부터 그렇게 인가를 받고 떠난다.

 단거리 외근은 업무 후 회사 복귀가 기본이다. 사무실 한 시간 거리 잠깐 나갔는데 나간 김에 잠깐의 리프레시 정도는 인정될 수 있겠지만 단거리 외근 후 자율퇴근 조치는 자칫 조직 기강을 흔들 수도 있는 위험이 있다. 존경받는 상사와 열정 넘치는 사원들 간의 끈끈한 믿음과 암묵지가 있는 조직이라면 괜찮겠지만, 사내 신뢰관계를 악용해서 놀 궁리만 하는 사람들도 있는 게 문제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물을 흐리면 그다음에는 미꾸엑스라지들이 몰려들어 근무분위기를 개판으로 만들 가능성이 있으며 잘못된 사내문화가 한 번 고착화되면 어지간히 카리스마 있는 조직장이 오지 않는 한, 관행이라는 명목으로 넘어가던 분위기를 개선시키기 쉽지 않다.


 다만, 이런 외근은 조직마다 그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는데, 영업, 배송 등 외근 자체가 잦은 부서와 스케줄 관리가 촘촘한 내근직 조직을 다 같은 잣대로 들이대며 관리하라고 할 성질은 못 되는 것 같다. 상황에 따라 케바케. 결국 조직장 역량이다.




 초맹 작가님이 "아니 뭐 회사에 이런 팀장이 다 있어?" 글에 소개된 조직장은 훌륭한 분이다. 직원들의 마음을 읽을 줄 알며 정해진 자원(인력, 시간, 예산)으로 최대한의 성과를 유도할 줄 아시는 분이다. 설혹 사규를 약간 어기더라도, 근태관리가 관행과 다르더라도, 직원들의 속마음을 빨리 읽어내며 충성심을 이끌어 냈고 필요시 융통성을 발휘하며 조직장을 지지하도록 만들었다.


 다만, 그 조직장의 행동각론 하나하나 모두가 보편타당한 조직장의 바람직한 표상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때는 맞더라도 다른 상황에서 그게 아닐 수도 있다. 야채 써는 칼은 고기 써는 칼과는 다르다.


리더십? 정답은 없다. 보여줄 수도 없다. 그저 느끼게 해 줄 뿐이다. 애초에 정답을 찾는 게 어리석은 짓이었던 가? 리더십이란 그런 것이다.


 초맹 작가님의 끝맺음 말. 다른 감성 같은 결론.

 리더십에 정답은 없지만, 공감 가는 한 마디.

 리더가 진심 조직과 조직원에 애정을 가지고 조직의 발전을 위해 조직원을 대한다면 이심전심 그 마음이 전체 조직원에게 전해질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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