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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제보다 나은 오늘 Aug 21. 2024

에필로그

바르셀로나 두바이 여행기를 마치며...

 8박 10일간의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2023년도 12월 겨울에 다녀왔던 바르셀로나-두바이 여행기가 드디어 탈고되었습니다. 짝짝짝~



 중간중간 여행지의 느낌을 스케치하며 메모하며 다녔어야 더욱 풍성한 여행기가 되었을 것 같은데, 전문 여행작가가 아닌지라 점점 희미해져 가는 기억과 사진에만 의존해서 글을 쓰다 보니 말미에는 사진 해설기가 되어버린 느낌이 좀 있습니다.


 그래도 한 묶음 마무리 한 것에 대해 스스로 대견하며 홀가분하군요.


 여행 총평을 남겨보겠습니다.




 일단,


 바르셀로나.


 참 예쁜 도시죠, 구석구석.

 저도 바르셀로나가우디의 도시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잘 키운 가우디 한 명이, 바셀 전체를 먹여 살린다."


 여기도 가우디, 저기도 가우디 흔적. 건축가 가우디 흔적만 잘 따라다녀도 바셀 여행의 절반은 한 것 같습니다.

 카사 바뜨요, 구엘 공원 등 가우디의 걸작 건축물을 돌아보는 경험도 참 좋았긴 했지만, 바르셀로나에서 가장 좋았던 경험은 리세우 극장에서 공연을 본 것이었습니다. 바셀에 가실 일이 있다면, 그냥 실내투어 말고 꼭 정규공연 티켓을 구매해서 공연장 그 본연의 느낌을 느껴보시길 바래요.

 사전 정보도 없고 큰 기대 없이 훌쩍 떠났던 투어 가이드 당일여행인 지로나-피게레스-카다케 여행도 무척이나 좋았습니다. 중세 고도시 - 살바도르 달리 미술여행 - 해변가 예쁜 마을로 구성된 이 당일 투어는 버스비 정도만 내면 데려다주고 도로 데리고 와 주니까 가성비도 좋고 여행자의 시간도 많이 아껴줍니다.


 볼거리 즐길거리 많은 바르셀로나이지만, 여행객에게 친절한 도시는 아닙니다.

 일단, 오버투어리즘에 신음하는 도시라서 주거민들이 관광객을 혐오합니다. 얼마 전 관광객에게 물총세례를 해 대며 돌아가라며 시위하던 그 도시가 여기 맞아요. 인기 관광지는 언제나 줄을 서야 하는 것도 관광객에겐 피곤한 일이구요, 소매치기가 드글드글한 도시란 거 절대 잊으시면 안 됩니다. 요즘 소매치기는 몰래 물건만 훔쳐가는 게 아니고 전략을 짜서 소매치기 그룹이 활동하고 있으니 그들의 수법을 미리 알고 가셔야 해요.



 두바이.


 두바이는 스탑바이로 아주 잠깐 다녀왔습니다.

 관광할 시간이 얼마 없었던 관계로 더 바쁘게 돌아다녔네요.

 두바이는 그다지 큰 도시는 아닙니다. 사막 위 조성된 인공도시라서 자연은 사막 말고 즐길 게 없어요. 말 그대로 돈으로 지은 인공도시를 구경하러 가는 겁니다.

 인공도시지만 관광객을 끌만한 랜드마크는 즐비합니다. 엄청나게 방대하고 화려한 쇼핑몰, 세계 최고층 빌딩, 7성급 최고급 호텔, 인공으로 조성한 수로와 멋들어진 풍광들, 역시 인공으로 조성한 섬과 전통마을 등등. 돈으로 어디까지 할 수 있는 건지 정말 다 보여주는 것 같아요.

 가장 추운 시기에 갔었지만, 그래도 낮에는 더웠습니다. 물론 아침저녁으론 기온이 급강하해서 바람막이 점퍼는 필요했지만요. 여름엔 안 가봤지만, 한 여름인 지금 두바이 호텔가격이 급락한 걸로 봐선 당연히 비수기이지 싶어요. 두바이는 겨울에 가세요.




 너무 아끼지만 말고 기억에 남을 것 좀 하고 와야지 다짐했었던 여행이었지만, 소매치기 당하면서 다 망했습니다. 바셀에서 만났던 친절했던 신혼부부 관광객 덕에 긴급자금을 융통할 수 있어서 쓸 돈이 아예 없진 않았지만, 이미 설계예산을 다 도둑맞아버려서 최대한 아끼며 다녀야 했어요. 그러다 보니 또 짠돌이 여행기가 되어버렸네요. 원래 해외 여행기는 남들 안 해보는 플렉스도 대신 좀 해보고 맛집도 찾아다녀보고 해야 대리만족 인기가 있는 건데요. 누가 해외까지 나가서 고생한 얘기 듣고 싶겠어요.


 소매치기로 얼룩져버린 여행이었긴 했지만, 그래도 임기응변 문제해결을 잘해서, 남은 여정은 스케줄대로 대부분 소화하고 오긴 했어요. 다친 곳 없고 폰 안 잃어버리고 제 때 복귀 비행기 안 놓치고 돌아와서 건강하게 일상생활 하고 있으니 이 또한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하며 살고 있습니다.


 저는 기본 성향이 히키코모리 내향인이라 어디 돌아다니는 게 힘들어요. 여행은 중독과 같아서 한 번 가보면 못 끊는다던데 그것도 케바케랍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서 등대지기처럼 일 년 내내 감금되다시피 일만 하며 쌓이던 기억보다, 딱 열흘 여행지에서 가져온 기억창고가 더 풍부하고 생생하고 다채로워서 기억 부자로 살고 싶으면 여행을 가야겠다는 생각이 다시 들기는 해요.


 파키스탄 파견 3년 차.

 아마 별 이변이 없으면 올해는 한국으로 복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3년 차 마지막 주어지는 전지휴가 한 세트가 아직 남았네요.

 어쩌면 히키코모리인 제게 마지막으로 주어지는 해외여행이 되지 싶은데, 아마도 이번에도 한국에선 쉽게 가보기 힘든, 제가 안 가본 유럽 국가 중 한 두 나라를 고르게 되지 않을까 싶어요.


 요즘 또 엠폭스니 코로나 2차 대유행이니 하는 얘기가 살살 나오고 있어 하늘길이 도로 막혀버리려나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모쪼록 지구인 모두가 건강하게 지낼 수 있도록 요번 감염병 이슈도 빨리 잠잠해지길 빌어봅니다. 그래야 제가 또 여행계획을 맘 편히 세울 수 있을 테니까요.


 긴긴 여행기 응원해 주신 모든 애독자 분들 및 브런치 작가 분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또 다른 여행기로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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