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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제보다 나은 오늘 Sep 08. 2024

파키스탄 카슈미르로 가는 길

멉니다. 아주 멉니다.

 2024년 9월 4일 수요일.

 오늘은 휴가를 마치고 이슬라마바드로 돌아가는 날입니다.


 출발 전에 간단히 "육개장 사발면"을 흡입합니다. 딱 "육개장 사발면"에서만 느낄 수 있는 맛이 있습니다. 봉지라면에선 어떻게 해도 그 맛이 안 납니다. 이게 스티로폼에서 나는 환경호르몬 맛인지 MSG 맛인지 알 길은 없지만 어쨌든 저는 이 맛이 무척 그리웠습니다.



 인천공항 행 심야 공항 리무진 버스가 지역 터미널에서 새벽 1시 25분에 출발합니다. 고추장 된장 새우젓 등 한국산 먹거리가 가득 담긴 캐리어를 낑낑대며 끌고 와서 버스에 싣고 버스에 오릅니다.



 인천공항 제1터미널 도착시간, 새벽 5시 반. 심야 버스는 4시간 정도만 달리면 공항에 도착합니다. 

 오전 10시 20분 이륙하는 방콕행 비행기를 타야 하는데, 카운터가 열리려면 두어 시간은 더 있어야 합니다.



 아침 7시 반쯤에 카운터가 열리고, 게이트까지 신속히 이동합니다. 이미 짐이 너무 많아서 면세점 쇼핑에는 아무 관심이 없어요.



 탑승을 시작합니다. 원래 50번대 이코노미석 C 구역 복도 쪽 좌석이었는데, 이미 누가 앉아있습니다. 제발 좀 자기 자리 잘 찾아 앉으면 좋겠습니다. 비키라고 실갱이 하기도 귀찮고, B구역은 텅텅 비어 있길래, 승무원에게 자리 바꾸면 안 되냐고 물어보니, 탑승객 명부를 확인하더니 옮기는 걸 허락해 줍니다. 완전 널럴하군요. 럭키~. 암튼 저야 좋지만, 이래서야 수지가 맞나 하는 쓸데없는 걱정이 살콤 듭니다.


탑승 전 모습이 아니라 탑승 완료 후의 모습임. 근데 C 구역은 오밀조밀...


 구름이 살짝 있지만, 바람도 별로 없고 비행하기 좋은 날씨입니다. 



 기내식 주문 메뉴는 소고기 덮밥. 타이항공임에도 "김치"와 "고추장"도 줍니다. 오는 비행기에서도 비빔밥을 먹었는데, 가는 항공편 기내식도 한식이군요. 국적기만큼은 아니지만 타이항공 기내식도 훌륭합니다. 곁들인 음료는 레드와인으로 골랐어요.



 대충 5시간 반쯤 날아가면 방콕 수완나품 공항에 도착합니다. 슬슬 내릴 자세를 잡습니다. 방콕은 한국과 2시간의 시차가 있습니다. 현지 방콕 시간으로 대충 오후 2시쯤 도착했어요.



 수완나품 공항에 신설된 S게이트에 내리면 공항 트레인을 타고 다시 이동해야 합니다.



 환승 안내를 잘 찾아가며 환승 짐검사를 마칩니다. 환승 짐검사시에도 액체류 100ml 이상은 허용되지 않으니 짐 검사 전 들고 있던 생수병은 비워야 합니다. 대기 시간이 기니까, 저는 물만 버리고 통은 가져와서 검사대 통과 후에 도로 급수대에서 채워서 마셨어요.



 이슬라마바드행 타이 항공은 방콕 시간 기준 19시입니다. 대충 5시간을 비비고 있어야 하는데, 출발 세 시간 전까지는 게이트가 확정되지 않아서 두어 시간을 아무 대합실에서 멍 때리고 있었습니다.



 오후 4시 반이 넘어가니 드디어 게이트가 확정이 되었군요. 도로 S구역 승강장이니 아까 탔던 공항 트레인을 다시 타고 넘어가야 합니다. 다시 와야 할걸 왜 귀찮게 오가게 만드는 건지 생각해 보니 환승 검사대가 어차피 본 건물에 있고, 환승 승객들이 면세점에서 조금이라도 돈을 쓰게 만들려면 오가게 만들 수밖에 없겠더군요.



 방콕 수완나품 공항도 공항 내 와이파이가 무료입니다. 한 시간마다 재인증을 해줘야 해서 좀 귀찮긴 하지만 인터넷 되고 스마트폰이 있으니 대기 시간이 크게 지겹진 않습니다.



 다행히 이슬라 행 비행편도 크게 붐비지 않습니다. 탑승객의 대다수가 파키스탄 사람들인지라 기내만 들어가도 벌써 파키스탄 냄새가 나는 것 같습니다. 서남아시아 사람들은 체취가 강한 편이라서요, 그것 때문에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힘들다는 한국인들이 가끔 있습니다. 한국인만큼 체취가 없는 민족도 없는 것 같긴 한데, 김치와 마늘을 하도 많이 먹어서 피부에서 외국인들이 민감하게 느끼는 마늘향이 진짜 난다는 썰도 어디선가 봤어요.


 마늘 얘기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 현지 조리사님께 삼계탕처럼 치킨 수프를 끓여달라고 주문하며 "통마늘"도 같이 넣어달라고 했었는데, "마늘 딱 한쪽"을 같이 넣어 끓여주신 것 있죠? ㅋㅋㅋ 아니아니, 그게 아니라, 마늘 한주먹.... 암튼 한국인들에겐 마늘을 먹는 기준 자체가 다릅니다. 유럽에선 깐 마늘을 "한쪽씩" 포장해서 팔기도 한대요. 어쨌건 마늘 덕에 유럽 뱀파이어가 한국 이민 와서 살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다시 비행 얘기로 돌아와서... 기내식 배식 시간입니다.



 오늘의 메뉴는 닭요리씨푸드가 있대길래 파키스탄에서 언제든 먹을 수 있는 닭요리 대신 씨푸드를 외쳤습니다.

 크림소스에 푹 절여진 탱탱한 새우 요리가 나왔네요. 파키 행 비행기에선 보기 힘든 메뉴인데 화이트 와인과 잘 어울리는 무척 고급지고 만족스러운 맛이었습니다.(곁들이는 음료는 언제나 술이죠.)



 집에서 나온 지 25시간 만에 드디어 이슬라마바드 국제공항에 도착했습니다. 도착시간 현지 시각 기준으로 밤 10시. 참고로 이슬라마바드와 서울은 4시간 시차가 있습니다. 파키스탄이 서쪽이니 시간이 더 늦지요.


 이슬라마바드 공항에 발을 다시 디디니, 해외 다시 나왔다는 느낌보다는 잠깐 여행 갔다 집에 오는 느낌이 더 강하게 드는군요. 홈 스위트 홈.



 공항이 붐비는 시간도 아닌데, 수하물 처리는 빠르지 않습니다. 입국 수속을 다 밟고 나와도 아직 짐이 나올 생각을 안 하네요.



 이번엔 운 좋게 입국 수하물 검사를 피했습니다. 이런 경우가 잘 없는데. 럭키비키~

 환영하는 현수막은 없지만 언제나 나를 환영해주는 수많은 파키스탄 사람들. 반갑습니다.



 그리고 나를 기다리고 있는 든든한 기사님과 별로 안 든든한 회사 방탄차.(고장이 잦아요......ㅠㅠ).




 이슬라 임시숙소에서 하루를 자고, 다음날 아침 다시 일터가 있는 카슈미르로 향합니다.



 이슬라 도심의 도로 상태는 좋습니다만,



 조금 외곽으로 나오면서 도로 상태가 안 좋아지기 시작합니다.

 적당한 곳에 무장경찰 호송차량이 마중나와 있네요.

 제가 사는 곳은 국제분쟁지역으로, 모든 외국인은 무장경찰 호송차량방탄차를 써야만 하는 강제규정이 있습니다.



 부분적으로 보수된 도로도 있고 양탄차를 탄 마냥 승차감 좋은 구간도 있지만,



 시속 10km를 넘기기 힘들 만큼 상태가 엉망인 도로도 즐비합니다.



 카슈미르 경계선까지 다가가면 다시 도로 상태가 좋아집니다.



 카슈미르에는 허가증이 없으면 출입할 수 없습니다. 무장한 군경들이 24시간 길목을 지키고 허가증을 검사합니다.



 경찰 호송차량 인솔하에 드디어 도착한 일터.

 집에서 일터 도착까지 꼬박 이틀이 걸렸네요. 멉니다. 많이 멉니다. ㅠㅠ


 한국과 이곳의 시차는 고작 4시간에 불과하지만, 막상 겪어보면 적은 시간이 아닙니다. 여독과 더불어 시차 적응도 덜 되어 아직 헤롱거리고 있습니다.


 일단 체력회복 좀 하구요, 당분간 칩거하고 안 나올 생각입니다.


 도 닦으며 살아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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