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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제보다 나은 오늘 Oct 17. 2024

자발적 중국식 창씨개명

왜 한국 사람들 이름은 중국식일까

 어느 날 문득 든 생각.


왜 한국인들 이름이 중국인들 이름 작명법이랑 완전히 똑같지?


 우리나라가 힘없던 시절 중국과 군신관계로 전락해 버린 적은 있어도, 완전한 속국으로 흡수된 적도 주권 자체를 상실해 버린 적도 없는데 어쩌다 이름 체계만은 중국식 창씨개명을 해버린 걸까.


 나만 궁금해했던 건 아니었던지라 인터넷 찾아보니 그럴싸한 연유가 나온다.


https://cboard.net/hit3/17685


 한국인들은 원래 성씨 개념이 이름에 없고 마을을 뜻하는 단어가 이름에 붙었다는 추정의 글.

 그래서 정부가 도로명 주소로 표준주소체계를 바꾼 지 십 년이 넘게 흘렀지만, 어쩐지 그래서 도로명 주소보다는 읍면동 분류의 주소가 여전히 더 친숙한 것 같기도 하다.


 한국의 문화가 세계로부터 인정받고 자부심이 올라가는 요즘, 우리나라가 우리 고유의 작명체계를 유지하고 있었더라면 어쩌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한국어와 한글에 애착이 무척 강한 나도, 사회적으로 튀는 게 싫어서 우리 아이들 이름은 성씨 + 한자이름을 손수 지어줬었는데, 손주가 태어나면 집안 항렬자 같은 거 안 지켜도 좋으니 한글이름을 권해볼 생각이다.


 사회적으로 문화와 관습이 되어버린 성씨란 것에 대해서도 본질적으로 생각해 보자.


 서양식 이름체계는 또 좀 달라서, 패밀리 네임이라는 개념이 있고, 여성이 시집오면 원래 이름을 버리고 새 패밀리 네임으로 개명해 버린다. 그래서 모든 가족 구성원의 패밀리 네임이 같아진다!(알고 있었지만 글로 써보니 새삼 새롭고 신기하다.)


 동양으로 치면 이 성씨, 서양으로 치면 패밀리 네임이라는 게 반드시 필수적인 것일까?

 서양의 패밀리 네임도 그냥 가업으로 이어지는 직업에서 따온 게 많다는 건 상식으로 알고 있을 터이다. 예를 들면 테일러 재단사, 스미스 대장장이, 베이커 제빵사 등. 그니까, 그들도 오래전엔 제대로 된 패밀리 네임이 없었다는 추정이 가능한 것. 우리나라의 성씨도 지역 기반 정의된 성씨도 있지만 중국에서 그냥 가져온 성씨도 많다는 것이 학계의 추정인걸 보면 성씨란 게 모든 사람이 꼭 가져야만 하는 절대적인 의미를 가진 것 같지도 않다.



 고대 한국이름처럼, 성씨가 없는 이름체계로 유명한 것 중 하나가 미국땅의 원주민인 인디언 식 이름이다.

 "늑대와 춤을" 영화가 흥행했던 이후, "주먹쥐고 서다" "늑대와 춤을" "열 마리의 곰" 등 단어가 아닌 문장이 이름이 되는 인디언식 예명 짓기가 살짝 유행했던 적도 있었다. 이 인디언이 먼먼 옛날 동양에서 건너간 사람들이라고 추정하는 걸로 볼 때, 한국인과의 연결고리가 어딘가 있었을 테고 어쩌면 그들의 이름체계가 고대 한국식 이름체계였을 수도 있겠다.


 성씨. 패밀리 네임이라는 고정관념 잠시 내려놓고 고대 한국식으로 지역에 기반해서 이름을 짓는다면 이런 식이 되었으리라.

 동작민철, 수서은영, 강남민정, 사당철수...

 그러니까, 한 동네 사람들의 성씨, 아니, 마을씨가 이름에 다 같이 들어가는 거다. 원래 한국이름에 성씨 같은 거 없었대잖아. 원래 우리 민족은 마을 공동체를 더 중히 여기고 마을 전체를 가족처럼 여기고 살았음에 틀림이 없다. 대신 이걸 그대로 현대의 한국문화에 적용하면 지역색이 너무 강해져서 지역끼리 배척하는 여러 문제가 또 생길 것 같기는 하다.


 나는 내 이름은 한자로 겨우 쓰지만, 가족들 이름을 한자로 쓸 줄 모른다.

 그런데 그 사실이 별로 부끄럽진 않다.

 한국인이 한국어로 한글이름 쓸 수 있으면 된 거지 한자이름까지 왜 쓸 줄 알아야 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 같은 연유로 자기 이름을 가타카나 히라가나 일본어러시아어 우르두어 태국어로 쓸 수 있는 사람도 거의 없지 않은가. 자기 이름을 우르두어로 쓸 줄 모르는 게 부끄러운 게 아니라면 한자로 쓸 줄 몰라도 부끄러울 필요 없다. 꼭 필요할 때는 찾아보고 "그리면" 된다. 이제 좀 살살 한자식 이름은 버릴 시기도 되지 않았을까. 한자 이름 관심도 없고 쓸 줄도 모르는데. 여전히 대다수의 한국인 이름은 한자어를 갖고 있다. 이제 영 어색하다.


 일제강점기 때 일본식 창씨개명을 할 때에는 민족적 거부감이 많았는데 왜 중국식 창씨개명에는 저항하지 못했을까. 내 짐작컨대 아마도 중국식 창씨개명은 관리 편의성을 목적으로 정부 관청 주도로 우리가 우리 손으로 셀프 진행해서 저항감이 덜 했을 수도 있고, 워낙에 우리나라가 중국이란 대국의 눈치를 오래 보며 살 수밖에 없어 오랜 기간 동안 조금조금 자연스럽게 문화를 잠식해서 그랬을 수도 있겠다. 일제 강점기야 길어야 반세기가 채 안 되지만, 중국의 눈치를 보며 살던 시절은 비교할 수 없이 길었으니까.


 그냥 우연히. 왜 한국인인 내 이름이 중국식 이름일까 그냥 생각이 나서 두서없이 써봤다.

 언젠가는 한국의 작명 관습이 중국의 영향을 완전히 벗어버리고, 아름다운 한글만 써서 이름 짓는 풍토가 많이 번져나가게 되면 좋겠다.


 김밝은햇살

 최웃는얼굴

 박산들바람

 강산에들에

 정파란마음


 대부분의 한국인들의 이름이 이런 식이라면 더 좋겠다.


 사실 저 중국식 성씨도 맘에 좀 안 들지만 그건 그거대로 전통이 있는 거니까 저건 좀 유예기간을 주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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