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최애 과자
내가 정말 애정하는 과자가 있다.
대한민국 국민과자 새우깡.
고래와 새우가 싸우면 새우가 이기는데, 새우가 깡으로 덤비면 고래는 밥이 돼서 그렇다는 아재개그도 한 때 유행했던, 그 새우깡.
아니 근데. 한국에선 흔하디 흔한 새우깡을. 여기 파키스탄에선 구할 수가 없다.
일단, 한국식 단짠 바삭 과자 비슷한 것 자체가 없다.
과자 코너 가 보면 과자다운 과자는 없고 비스킷 종류만 많다.
그나마 제일 비슷한 것이 감자칩 정도인데, 감자칩의 감성이 새우깡은 아니지 않은가.
정말 새우깡이나 오징어집, 꼬북칩, 오징어땅콩 등의 바사삭하고 달고 짠 딱 한국감성의 국산 과자는 시장 자체가 형성이 안 된 것 같고, 그나마 가장 비슷한 부류가 오리지널 치토스 수입품인 것 같다.
근데, 그나마도 오리지널 치토스는 엄청나게 비싸다. 언젠가 대형 마트에 갔다가 국내산 소포장 치토스가 오늘따라 보이길래 왕창 샀더니 우리가 아는 그 치토스가 아니다. 모양은 해산물 모양에 매콤한 시즈닝이 뿌려진 바나나킥 같은 식감의 맛인데 결국 새우깡 감성의 과자를 파키스탄에서 찾는 건 실패했다.
내가 그래서 한국에 갈 때마다 구겨구겨 넣어 가져오는 게 저 새우깡.
악착같이 하나라도 더 가져오고 싶은데, 과자란 게 공간을 많이 차지해서 많이 들고 와야 기껏 10개 정도가 한계다. 연간 두 번 들어가는 한국인데, 한 달에 한 봉지 꼴로 정말 아껴먹어야 한다.
뭐든 귀하면 맛있어진다.
새우깡은 원래도 맛있었지만, 희귀템 이름이 붙어버리면 27배는 더 맛있어진다.
조금이라도 더 신선도를 유지하며 보관하려고 가져오자마자 냉동실에 넣어놓고, 특별한 날에만 하나씩 꺼내먹는다.
한국인이라면 모를 리 없는 맛이지만, 소중하게 시식하고 맛 품평을 해 보자.
과자봉지를 열면, 아, 한국의 향이 느껴진다.
나는 새우깡이 참 좋은 점 중 하나가 먹기 전에 짙은 새우향이 느껴지는 거다. 다른 과자 중에서 과자 고유의 향이 먹기 전부터 강하게 풍기는 과자는 많지 않다.
딱 먹기 직전의 기대감. 잠시 한국에 온 듯한 익숙하고 고소한 이 바다내음이 참 좋다.
과자는 퍼서석 말고 바사삭이지.
냉동실에 잘 보관되었던 녀석이라 습기가 침투할 겨를이 없다.
영롱한 몸체를 깨물면, 바사사사삭~ 경쾌한 소리와 함께 달고 짜고 고소한 새우 내음이 입 안에 가득 맴돈다.
햐~아~~
일개 과자가 어떻게 이렇게 새우맛을 잘 재현했지.
과자계 1위 장수 한국과자의 위상은 그냥 이뤄진 게 아니다.
와그작와그작 과자 한 점을 다 씹어 넘기기 전에 두 번째 과자를 빨리 입에 넣어야 안 허전하다. 희미해져 가는 새우의 고소한 향기가 다시 또 마약처럼 공급이 된다. 그렇게 반복해서 열 번째 스무 번째 엄지와 검지로 집어먹다 보면 단짠 양념이 손가락에 묻는다. 이걸 또 쪽 빨아먹어줘야 제 맛이지. 그러니까, 새우깡은 꼭 손을 씻고 와서 집어먹자.
새우깡은 울 어머니의 최애과자이기도 하다.
내가 어릴 때 새우깡은 지금처럼 내면이 은박의 밀봉포장이 아닌 투명봉지에 포장되어 있던 것이었는데, 어머니가 사 주신 새우깡 나눠먹으며 어머니도 이 과자를 참 좋아하던 기억이 여전히 새록새록하다. 어머니 입맛이 내 입맛인거지. 입맛도 물려물려 내림일 수밖에 없다. 참고로, 우리집 큰 애도 작은 애도 새우깡 좋아한다.(나 먹으려고 사놓으면 어느 순간 없다. 어? 다 어디갔어? 아, 아빠. 진작에 다 먹었지~)
https://www.khan.co.kr/economy/economy-general/article/202110121219001
새우깡 예찬 하는 김에 새우깡 역사를 잠시 살펴보자.
새우깡은 1971년 롯데공업이란 회사에서 일본 과자인 캇파 에비센의 모양과 맛, 포장까지 무단으로 베껴 만든 과자이다. 오호~ 벌써 반세기가 넘은 유서깊은 상품이네. 근데 이건, 우리나라만 베낀 게 아니라 대만, 브라질, 중국에도 비슷한 짝퉁이 있다고. 새우깡을 출시했던 롯데공업은 농심라면의 성공 후 농심으로 사명을 바꿔서 오늘에 이르고 있다.
매운 새우깡, 쌀 새우깡, 새우깡 블랙, 오징어 먹물 새우깡, 깐풍 새우깡 등 아류작이 많이 나왔지만 나는 역시 오리지널 새우깡이 제일 맛있다. 맛도 맛이지만, 이걸 먹을 때마다 어릴 적 새우깡 먹던 추억들이 새록새록 소환되는 것도 내가 이걸 좋아하는 이유이다.
상세한 역사와 배경은 나무위키 새우깡 편을 참고하자.
https://namu.wiki/w/%EC%83%88%EC%9A%B0%EA%B9%A1#rfn-20
가끔 한국 본사에서 출장오는 친한 손님들이 있으면 내게 물어볼 때가 있다.
"곧 방문할 건데, 혹시 한국에서 필요한 거 없어요?"
"딴 거 다 됐구요, 캐리어 여유공간 있으면 새우깡 몇 봉지만 좀 업어다 주세요. 딱 오리지널로요."
http://coupang.com/vp/products/94817?itemId=72362795&vendorItemId=85072689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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