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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제보다 나은 오늘 Oct 26. 2024

새우깡 예찬

나의 최애 과자

 내가 정말 애정하는 과자가 있다.


 대한민국 국민과자 새우깡.


 고래와 새우가 싸우면 새우가 이기는데, 새우가 깡으로 덤비면 고래는 밥이 돼서 그렇다는 아재개그도 한 때 유행했던, 그 새우깡.


새우깡 편 찬조출연 고래밥


 아니 근데. 한국에선 흔하디 흔한 새우깡을. 여기 파키스탄에선 구할 수가 없다.

 일단, 한국식 단짠 바삭 과자 비슷한 것 자체가 없다.

 과자 코너 가 보면 과자다운 과자는 없고 비스킷 종류만 많다.


 그나마 제일 비슷한 것이 감자칩 정도인데, 감자칩의 감성이 새우깡은 아니지 않은가.

 정말 새우깡이나 오징어집, 꼬북칩, 오징어땅콩 등의 바사삭하고 달고 짠 딱 한국감성의 국산 과자는 시장 자체가 형성이 안 된 것 같고, 그나마 가장 비슷한 부류가 오리지널 치토스 수입품인 것 같다.


 근데, 그나마도 오리지널 치토스는 엄청나게 비싸다. 언젠가 대형 마트에 갔다가 국내산 소포장 치토스가 오늘따라 보이길래 왕창 샀더니 우리가 아는 그 치토스가 아니다. 모양은 해산물 모양에 매콤한 시즈닝이 뿌려진 바나나킥 같은 식감의 맛인데 결국 새우깡 감성의 과자를 파키스탄에서 찾는 건 실패했다.


이름은 치토스 맞지만, 한국서 먹던 그 맛 아님. 불가사리 오징어 모양 등 "Ocean Safari" 소재의 매운 시즈닝 뿌려진 바나나킥 같은 맛.


 내가 그래서 한국에 갈 때마다 구겨구겨 넣어 가져오는 게 저 새우깡.

 악착같이 하나라도 더 가져오고 싶은데, 과자란 게 공간을 많이 차지해서 많이 들고 와야 기껏 10개 정도가 한계다. 연간 두 번 들어가는 한국인데, 한 달에 한 봉지 꼴로 정말 아껴먹어야 한다.


 뭐든 귀하면 맛있어진다.

 새우깡은 원래도 맛있었지만, 희귀템 이름이 붙어버리면 27배는 더 맛있어진다.

 조금이라도 더 신선도를 유지하며 보관하려고 가져오자마자 냉동실에 넣어놓고, 특별한 날에만 하나씩 꺼내먹는다.



 한국인이라면 모를 리 없는 맛이지만, 소중하게 시식하고 맛 품평을 해 보자.


 과자봉지를 열면, 아, 한국의 향이 느껴진다.

 나는 새우깡이 참 좋은 점 중 하나가 먹기 전에 짙은 새우향이 느껴지는 거다. 다른 과자 중에서 과자 고유의 향이 먹기 전부터 강하게 풍기는 과자는 많지 않다.

 딱 먹기 직전의 기대감. 잠시 한국에 온 듯한 익숙하고 고소한 이 바다내음이 참 좋다.


 과자는 퍼서석 말고 바사삭이지.

 냉동실에 잘 보관되었던 녀석이라 습기가 침투할 겨를이 없다.

 영롱한 몸체를 깨물면, 바사사사삭~ 경쾌한 소리와 함께 달고 짜고 고소한 새우 내음이 입 안에 가득 맴돈다.


 햐~아~~

 일개 과자가 어떻게 이렇게 새우맛을 잘 재현했지.

 과자계 1위 장수 한국과자의 위상은 그냥 이뤄진 게 아니다.

 와그작와그작 과자 한 점을 다 씹어 넘기기 전에 두 번째 과자를 빨리 입에 넣어야 안 허전하다. 희미해져 가는 새우의 고소한 향기가 다시 또 마약처럼 공급이 된다. 그렇게 반복해서 열 번째 스무 번째 엄지와 검지로 집어먹다 보면 단짠 양념이 손가락에 묻는다. 이걸 또 쪽 빨아먹어줘야 제 맛이지. 그러니까, 새우깡은 꼭 손을 씻고 와서 집어먹자.


 새우깡은 울 어머니의 최애과자이기도 하다.

 내가 어릴 때 새우깡은 지금처럼 내면이 은박의 밀봉포장이 아닌 투명봉지에 포장되어 있던 것이었는데, 어머니가 사 주신 새우깡 나눠먹으며 어머니도 이 과자를 참 좋아하던 기억이 여전히 새록새록하다. 어머니 입맛이 내 입맛인거지. 입맛도 물려물려 내림일 수밖에 없다. 참고로, 우리집 큰 애도 작은 애도 새우깡 좋아한다.(나 먹으려고 사놓으면 어느 순간 없다. 어? 다 어디갔어? 아, 아빠. 진작에 다 먹었지~)


 

어머니랑 같이 까먹던 새우깡이 투명한 두 번째나 세 번째 포장쯤 되나 보다.


https://www.khan.co.kr/economy/economy-general/article/202110121219001




 새우깡 예찬 하는 김에 새우깡 역사를 잠시 살펴보자.


 새우깡은 1971년 롯데공업이란 회사에서 일본 과자인 캇파 에비센의 모양과 맛, 포장까지 무단으로 베껴 만든 과자이다. 오호~ 벌써 반세기가 넘은 유서깊은 상품이네. 근데 이건, 우리나라만 베낀 게 아니라 대만, 브라질, 중국에도 비슷한 짝퉁이 있다고. 새우깡을 출시했던 롯데공업은 농심라면의 성공 후 농심으로 사명을 바꿔서 오늘에 이르고 있다.

 매운 새우깡, 쌀 새우깡, 새우깡 블랙, 오징어 먹물 새우깡, 깐풍 새우깡 등 아류작이 많이 나왔지만 나는 역시 오리지널 새우깡이 제일 맛있다. 맛도 맛이지만, 이걸 먹을 때마다 어릴 적 새우깡 먹던 추억들이 새록새록 소환되는 것도 내가 이걸 좋아하는 이유이다.


 상세한 역사와 배경은 나무위키 새우깡 편을 참고하자.


https://namu.wiki/w/%EC%83%88%EC%9A%B0%EA%B9%A1#rfn-20




 가끔 한국 본사에서 출장오는 친한 손님들이 있으면 내게 물어볼 때가 있다.


 "곧 방문할 건데, 혹시 한국에서 필요한 거 없어요?"


 "딴 거 다 됐구요, 캐리어 여유공간 있으면 새우깡 몇 봉지만 좀 업어다 주세요. 딱 오리지널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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