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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제보다 나은 오늘 Nov 30. 2024

푸른 초원 위의 커다란 돌덩이

스톤헨지(stonehenge)라고 합니다

(전편에서 계속)

https://brunch.co.kr/@ragony/473


2024년 11월 10일 일요일. 영국 런던 근교에서의 이야기.






 런던까지 왔는데 근교에 뭐 있나 살펴보다가 "옥코스 투어"와 "세븐 시스터즈 투어"가 가장 인기 있는 상품이란 걸 알았습니다. "옥코스 투어"는 스포드 대학가, 츠월드 전통마을, 톤헨지 투어를 묶은 말이고 "세븐 시스터즈 투어"는 영국 남부의 해변을 따라 이어지는 7개의 하얀 절벽을 보러 가는 자연경관을 즐기는 투어입니다.


 둘 다 보기엔 런던 구경할 시간도 없을 것 같아 "옥코스 투어" 하나만 정하고 미리 투어사에 예약했었어요.


 그런데. 출발 5일 전.


 "고객님, 모객이 되지 않아 투어가 불가합니다. 취소 양해 부탁드립니다."


 하면서 취소문자가 왔지 뭡니까...


 내가 거기 아니면 투어사가 없나 하면서 다른 투어사에 또 예약을 했는데 그다음 날


 "고객님, 모객이 되지 않아 투어가 불가합니다. 취소 양해 부탁드립니다."


 하면서 취소문자가 또 왔습니다. ㅠㅠ



 아 씨, 안가안가. 무료 박물관이나 더 댕기고 런던 공원이나 걷지 뭐.

 비수기 투어는 이런 게 힘들군요.


 그런데 비행기 뜨기 이틀 전, 처음 여행사에서


 "고객님, 모객이 4명 되어서 고객님이 다시 신청하시면 소규모 투어가 가능할 것 같은데 다시 합류 가능하실까요?"


 연락이 와서 냉큼 그러겠다고 했죠. 여행사에서도 미안했는지 처음가격의 10% 할인해 주겠다고 했으니 럭키비키. 근데 사실 두 번째 연락은 투어 플랫폼이 아닌 제 카톡으로 직접 왔으니 그들도 중개수수료를 한 푼도 안 냈을 거니까 사실 처음보다 더 버는 거 알고 있습니다. 암튼 그래도 내가 요청하기 전에 깎아준대니 암말 않고 딜.






 전날 도착해서 하루 잘 자고 11월 10일 일요일 아침이 밝았습니다.

 투어 약속장소는 Vauxhall역 근교의 KFC 앞 공터입니다.

 아침부터 다시 전철을 타고 파란선 빅토리아 라인으로 갈아타고 무사히 Vauxhall역까지 내리긴 했는데...

Tube속에 Tube가 또 들어있는... Tube 명칭이 잘 어울리는 영국 지하철. 천장이 둥글다.


 헉. 역사에 내렸는데 도무지 어디가 어딘지 모르겠습니다.

 스마트폰 구글맵 돌려도 도로가 복잡해서 전혀 매치가 안 되는 거예요.

 이게 지하철/지상철 복합역이라 역사 출구는 너무 많고 연결통로는 알 수가 없게 되어 있어서 말이죠.


아 망했다. 여기가 대체 어디야???


 투어 집합 시간 내 안 가면 오늘 스케줄 망하는데 클났네 클났어...

 급해지면 용감해집니다.

 지나가는 사람 아무나 붙잡고 물어봅니다(물론 영어로...),


"실례합니다. 여기 가려는데 혹시 길 아세요?"


"어.. 거긴 여기서 좀 먼데요? 버스를 타세요."


 하길래 부랴부랴 시키는 대로 버스를 탔는데...

...... 꼴랑 한 정거장. 약 500여 미터. ㅡ,.ㅡ;



 그도 잘 몰라서 그랬겠죠. 그래도 방향 맞게 안내해 준 게 어디래요. 버스비 추가 지출이 좀 아깝긴 했지만 투어 집합시간 안에 무사히 도착해서 투어 승합차 탑승했으니 그걸로 된 겁니다. 그래도 택시 탄 건 아니잖아요.


 암튼 잘 모르는 초행길 갈 때는, 중간에 헤매는 시간 포함해서 구글에서 안내하는 시간 곱하기 2 정도는 잡고 출발해야 발 동동 구르며 뛰는 일이 없을 거라고 조언드려봅니다. 여행지에선 언제나 돌발 변수가 생깁니다.



 투어사에서 미리 알려온 KFC 닭집이 보이고, 약속시간에 다른 관광객들과 합류해서 무사히 투어 버스를 탈 수 있었습니다. (휴우... 찾았다... 참고로 저는 타고난 길치입니다... ㅠㅠ)


벤츠 승합차 무사히 탑승... 휴우...





 첫 목적지는 스톤헨지(Stonehenge).

https://maps.app.goo.gl/ZDAgrBSuacMxRW3z5



 파아란 하늘이면 더 좋았겠지만, 비 안 오는 게 어디래요.


 스톤헨지(Stonehenge) 그 자체는 한국에도 있는 고인돌과 별반 크게 다를 건 없어요.

 다만, 스톤헨지가 위치한 주변 환경이 무척이나 매력적이었습니다.

 스톤헨지 커다란 돌덩이 제외하곤 사방팔방 커다란 건물은 하나도 안 보이는 넓고 넓은 초원. 파아란 드넓은 초원 위로 서 있는 돌무더기의 신비함.


 주변에는 석산이 없고 석재료가 있던 먼 웨일스에서 여기까지 돌을 날라 왔을 거라 추정할 뿐인데, 용도는 뭔지 모르고 수천 년을 저렇게 서 있는 것도 신기할 따름입니다.


 스톤헨지는 입장료를 내야 철조망 안으로 가까이 가서 조망할 수 있는데, 특별한 관심이 있는 분이 아니라면 굳이 들어갈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철조망 밖에서도 충분히 조망이 가능하니 말이죠.



 갓길에 차를 대고 조금만 걸어가면...



 카라반을 몰고 와서 모닝커피 즐기며 피크닉 하고 있는 야영객들도 보이고...



 저 멀리서 익숙한 커다란 돌덩이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울타리 바깥에 나 있는 오솔길은 요렇게 쪽문 열고 들어가면 됩니다.(입장료 없는 길)



 스톤헨지 다녀왔음 인증샷.



 스톤헨지는 주변 초원이 투어의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광활한 초원이라니. 바다는 안 보이지만 끝없는 잔디 탓에 살짝 제주도 성산 일출봉 같은 느낌도 들어요.

 주변이 빽빽한 건물이었다면 스톤헨지는 그냥 폐허 느낌만 가득했을 것 같아요.



 입장료 내고 가까이 안 가봐도 별로 아쉽지 않아요. 이 정도면 충분히 가까워요.


다정한 오누이 사진


 스톤헨지 고고학은 사실 별 관심 없고, 멍하니 풀멍 돌멍만 해도 좋았어요.


신세계 백화점 정상영업합니다...는 아니고...


 쓸데가 있을까 봐 스톤헨지 입간판도 찍어왔습니다. 입간판을 보니 해지는 노을도 예쁘겠다 싶네요.

 그런데 왜 자꾸 저는 신세계 백화점 간판처럼 느껴질까요....? 마크가 닮았던가...?


 인터넷에서 신세계 로고를 검색해보고서야 그 답을 찾았습니다.


1. 안 닮았지만 빨간 단색으로 만들어진 로고의 유사성

2. STONEHENGE vs SHINSEGAE


 우연히 일치하는 첫 글자 S, 끝 글자 E.

 사람은 아는 단어를 첫 글자와 끝 글자만 보고 상상해버린다죠. 아마도 제 머리속에서 그런 일이 일어났던 것 같습니다. 저만 그렇게 느끼는 거 아니죠?





 스톤헨지 관광안내소 쪽으로 가서 공식적으로 입장료 내면 이 셔틀버스로 입구까지 태워줍니다만, 어차피 스톤헨지 돌을 만져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조금 더 가까이 볼 수 있는 것뿐이거든요. 스톤헨지만 볼 거라면 굳이 유료입장 불요하다 생각되는데, 티켓을 산 사람들은 2.3km 거리에 있는 스톤헨지 안내소의 박물관이 좋았다는 평가가 있으니 개인의 선택인 것 같습니다.


https://maps.app.goo.gl/FvBtsoeA1RBPnQez8


 다만, 투어상품에 따라 스톤헨지 관광안내소에 일괄 다 내려주고 유료입장 무료하이킹을 고르라는 옵션이면 좀 난감하지 싶어요. 스톤헨지 관광안내소에서 여기까진 꽤나 멀어서 왕복 1시간을 걸어야 하니까요.


 스톤헨지 관광안내소를 왜 이렇게나 멀리 지었을까 생각해보면 정부당국의 참 잘한 선택이라고 칭찬해주고 싶습니다. 앞서 사진서 보셨다시피, 스톤헨지는 반경 2.3km 안에 건물이라곤 없는 풀멍 돌멍 풍광이에요. 거기에 편하게 장사하겠답시고 바로 인근에 관광안내소를 떡 하니 지어놨다면 스톤헨지의 신비감을 왕창 망쳐버렸을 겁니다.


 제가 선택했던 투어사는 처음부터 유료관광은 염두에 두지 않는 상품이라 근처 오솔길로 가까이 와서 울타리 밖에서 잠깐 보고 돌아갔답니다. 가성비 최고!





 10여분 짧은 답사 관람 마치고 다시 승합차로 돌아옵니다.



 저 멀리 스톤헨지에는 아까보다 관광객이 더 많아졌네요.


 아까도 말했지만, 스톤헨지는 광활한 초원 위에 돌무더기 보러 가는 낭만이 있습니다. 풀멍 돌멍 깨끗한 공기. 하늘까지 파아랬으면 더 좋겠지만 비가 안 왔으니 그걸로 다행이에요.


 이제 다음 목적지로 출바알~~~!






※ 다음 이야기 : 말버러 타운(Marlborough Town)에 잠깐 들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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