찐 파리 감성 골목여행기 - 포도원, Cabaret 등
(이전 이야기에서 계속)
https://brunch.co.kr/@ragony/533
2024년 11월 15일 금요일.
프랑스 파리에서 이틀차. 호텔 바로 인근에 있는 몽마르트르 언덕 알차게 둘러보고 온 이야기.
Part I편에서 카페 가서 아침 먹고 테르트르 광장(Place du Tertre) 둘러본 다음, 살바도르 달리 미술관 갔다가 도자기 미술관 갔다가 라 메종 로즈 보고 난 이후부터의 이야기
당일 10시 55분부터의 여행 기록.
몽마르트르 골목길은 좁습니다. 차 한 대가 겨우 다닐 수 있는 폭밖에 안 됩니다.
그래서 골목길마다 고유의 운치가 있고 가는 곳마다 다 예쁨예쁨합니다.
그냥 걷기만 해도 힐링이 되는 느낌이 드네요.
요 바로 위의 사진 저 멀리 큰 원기둥 건물은 몽마르트르 급수탑(Château d'Eau de Montmartre)이라고 합니다. 전망대처럼 올라가 볼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아 보이는데 그런 용도는 아닌가 봐요.
몽마르트르에는 포도원도 있습니다.
과거엔 파리에도 포도농장이 많았다고 하는데, 개발로 다 없어지고 요기만 상징적으로 남았다고 하는군요. 규모는 크지않지만 여전히 포도를 생산해서 와인으로 판다고 합니다.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1301165&cid=40942&categoryId=40464
몽마르트르 포도원 바로 앞에는 유명한 카바레가 있습니다.
https://maps.app.goo.gl/jD8NXaAdywwucH2Y9
건물도 예쁘게 생긴 데다 색감도 화려합니다.
이 카바레의 이름은 Cabaret Au Lapin Agile인데요, '질(Gil)의 토끼(Lapin) 카바레'라는 뜻이 있습니다. 이걸 이해하려면 이 그림부터 봐야 해요.
이 냄비 위의 토끼 그림은 프랑스 풍자 만화가였던 'Andre Gill-앙드레 질'이란 사람이 1875년 그린 그림으로 이 그림이 붙고나서부턴 'Lapin a Gill-질의 토끼'로 불리다가 이게 그대로 카바레 이름이 되어 'Cabaret Au Lapin Agile'로 불리게 되었다고 합니다.
해당 작품은 1963년에 도난당했고 현재 옥외 전시품은 복제품이라고 하는군요. 누가 훔쳐갔길래 아직 안 내놓고 있는 걸까요... 다시 나타나게 되면 모나리자처럼 가격이 또 오를까요....?
앙드레 질과 이 토끼에 얽힌 자세한 이야기는 아래 사이트 참고해 보셔요.
https://www.montmartre-secret.com/article-montmartre-andre-gill-le-lapin-68065028.html
이 카바레는 19세기때부터 계속 영업해 오던 곳으로 지금도 화목금토 밤 9시부터 새벽 1시까지 영업을 하고 있습니다. 입장료는 40유로에 두 번째 잔부터는 음료 요금 별도.
https://au-lapin-agile.com/reservation/
여기 가 볼까 말까 고민을 많이 했었는데, 이 위험한 18구역에서 새벽에 숙소를 다시 찾아가는 것도 부담스러울뿐더러 샹송을 좀 모르면 즐기기 어렵다는 후기들 보고 마음을 접었습니다.
카바레가 한국에선 어쩐지 퇴폐적일 것 같고 이미지가 좋지 못한데요, 그냥 무도장을 갖춘 술집을 통칭하는 말입니다.
물랭 루주처럼 대규모 무대와 연회장을 갖춘 곳도 카바레지만, 'Cabaret Au Lapin Agile'이 집은 별도의 무대 없이 선술집에 통기타 형식의 소규모 무대인가 봅니다. 연주자와 관객의 거리가 매우 가깝고 소통하는 공연인가 봐요.
세계 각국의 사람들과 웃으며 어울리며 유명한 샹송을 들으며 샴페인 한 잔 하는 상상을 해 보긴 했는데요, 그에 대한 기대보다는 '18구역에서 새벽에 어떻게 집에 걸어가지...' 하는 걱정이 37배는 더 커서 도전해보진 않기로 했습니다. 같은 이유로 물랭 루주에도 공연 보러 안 갔습니다. 더더더 비싸서 그랬기도 하지만요. 이 카바레가 더욱 특별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여기에 다녀간 사람들이 아까 언급했던 특별했던 예술가들이라서 그래요. 피카소, 모딜리아니 같은 쟁쟁한 근현대 화가들 말이죠.
"에밀리 파리에 가다-Emily in Paris" 미드에도 나온, 파리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로 꼽힌 길입니다. 어째 길만 찍으면 예쁜데, 오늘 작가만 들어가면 분위기가......
암튼 길이란 게요, 텅 빈 길은 어째 을씨년스러워 보이고 길에 보행자도 좀 있고 차도엔 차 한두 대가 지나가야 더 활기차 보이네요.
길을 따라 조금 내려오면, 프랑스 샹송을 대표했던 대가수인 '달리다-Dalida' 동상이 있습니다.
https://maps.app.goo.gl/kaTEgZwD6rZFw8Gz9
동상 중 가슴만 유독 맨질맨질해 보이지요? 흠흠.... 네네... 그렇다고 합니다.
달리다(Dalida) 가수가 부른 유명한 노래 두 개만 BGM으로 깔아봅니다. 들어보면 아실 거예요.
꽃들의 시절(Le temps des fleurs)
https://www.youtube.com/watch?v=PLQTTWpr-4E
Dalida, Alain Delon - Paroles, paroles - 알랭 들롱과의 듀엣곡. 빠롤레 빠롤레.
https://www.youtube.com/watch?v=LYAvhujK4nA
달리다 동상에서 조금만 남쪽으로 내려오면 생드니 주교의 동상이 있습니다.
https://maps.app.goo.gl/c2gVYyBbbm4TsRRE6
앞에서 봤을 땐 "목이 좀 짧아 보이는데?" 했었는데, 측면에서 이걸 보고 깨달았어요. 순교자의 동상이구나~라고. 역시 지도를 찾아보니 순교자 생드니 동상이 맞군요.
목이 잘리는 순교를 당하고도 바로 죽지 않고 자신의 머리를 들고 북쪽으로 향했고, 그곳이 결국 파리 북쪽 위성도시 생드니가 되었다고 하지요.
https://namu.wiki/w/%EB%94%94%EC%98%A4%EB%8B%88%EC%8B%9C%EC%98%A4
조금만 더 걸어 내려가면 독특한 조각상이 보입니다.
이것은 프랑스 작가 '마르셀 에메'의 소설에 등장하는 '벽에 갇힌 남자'를 표현한 조각입니다.
https://maps.app.goo.gl/CHScWKwD976HgH8u6
저도 소설 내용은 모르지만 해당 소설은 평단의 찬사를 받음은 물론 뮤지컬화 되기도 했었네요.
https://www.naeil.com/news/read/199251
누이랑 적당히 기념샷 남겨봅니다.
몽마르트르 거리는 어딜 가도 다 예뻤습니다. 일단, 도로 자체가 넓지가 않아서 보행자에게 안정감을 줘요. 그리고 모든 바닥은 돌길로 다듬어져서 뭐랄까 유럽 특유 감성이 있고요.
아래 사진은 Théâtre Lepic이라는 극장입니다. 시간이 안 맞아 입장은 못 해 봤지만, 입구가 넘넘 예쁨예쁨하고 있어 찍어봤어요.
https://maps.app.goo.gl/XyKXpcf6bz1MdgAZ8
그대로 길 따라 남쪽으로 내려오면 예쁨예쁨 뽐내는 또 다른 건물이 보입니다.
물랭 드 라 갈라뜨(Le Moulin de la Galette)라는 이름의 식당입니다.
https://maps.app.goo.gl/d8YvEmXoGQdDhgVM9
이 식당은 두 가지 점에서 특별해요.
1. 옛날엔 여기가 풍력을 이용하는 제분소였다고 해요. 근대 풍차가 남아있는 몇 안 되는 집이죠.
2. '르누아르'가 그린 그림 '물랭 드 라 갈레트의 무도회'의 배경 장소가 여기입니다. 그림 이름은 몰라도 저 그림 보면 "아~ 이거~!" 하실 분들 많으실 거예요.
누가 봐도 유럽풍의 고상하고 차분한 인테리어가 마음에 드는군요.
바닥은 빨강, 벽은 파랑으로 장식한 색상에선 프랑스 국기도 연상이 되고요.
이런 스토리가 입혀진 특별한 장소에서 맛있는 식사 한 끼 먹고 오는 건, 평생을 곱씹어 볼 수 있는 행복한 기억이 될 테니까 여기서 점심을 먹고 가기로 했습니다........만............
라며 칼같이 거절. ㅡㅡ......
홈페이지에도 적혀있고, 안내가 친절했으므로(그것도 불어가 아닌 영어로) 인종차별은 아닌 것 같았습니다만 초콤 아쉬웠어요. 여기서 너무 오래 지체하면 오늘 오후 일정에 차질이 생기거든요.
저 홀에 미리 자리 잡고 있는 가족 일행은 누군가 살콤 의문이 들긴 했지만, 뭐 그래도 유명한 장소 방문해서 사진 건져왔으면 절반 이상 한 겁니다. 아쉽지만 다음 장소로.
※ 다음 이야기 : 몽마르트르 언덕에서 마무리 편. Part 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