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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마르트르 언덕에서. Part IV(완).

찐 파리 감성 골목여행기 - 왈라스 급수대, 아멜리에, 사랑해 벽 등

(이전 이야기에서 계속)


https://brunch.co.kr/@ragony/534


2024년 11월 15일 금요일.


프랑스 파리에서 이틀차. 호텔 바로 인근에 있는 몽마르트르 언덕 알차게 둘러보고 온 이야기.


Part I편에서 카페 가서 아침 먹고 테르트르 광장(Place du Tertre) 둘러본 다음, Part II편에서 살바도르 달리 미술관 갔다가 도자기 미술관 갔다가 라 메종 로즈 보고 난 이후, Part III편에서 포도원, Cabaret Au Lapin Agile, 벽에 갇힌 남자 조각상, 물랭 드 라 갈라뜨 식당 구경하고 난 다음 이야기.


당일 11시 36분부터의 여행 기록.





몽마르트르 길에 너무나 잘 어울리는 분홍색 클래식카가 지나갑니다. 놓치지 않고 잘 찍어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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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지? 비틀 치곤 비율이 좀 다른데?

궁금해서 또 찾아봤습니다. 시트로엥 2CV라는 모델로 1948년부터 1990년까지 생산된 모델이라고 해요. 저 세월을 견디고 저렇게 부식상태도 양호하고 잘 굴러가다니 신기하군요. 어쨌든 도로와 풍경이 온통 빈티지한 몽마르트르 길과 참 잘 어울립니다.


https://namu.wiki/w/%EC%8B%9C%ED%8A%B8%EB%A1%9C%EC%97%A5%202CV


길을 따라 조금만 내려오면, 몽마르트르와는 별로 어울리지 않는 커다란 집이 나옵니다.


Part III편에서 보고 왔었던 빠롤레 빠롤레 노래의 주인공 가수 달리다(Dalida)가 살았던 집이라고 합니다. 한국식 감성으로 표현하면 제주도 "효리네 민박집" 같다고 하면 되려나요. 아, 물론 여긴 민박은 안 됩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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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마르트르에는 큰길이 없습니다.

그래서 어느 길을 가더라도 무섭지 않고 아기자기 친근한 느낌이 들어요.

그리고 모든 길은 이렇게 작은 돌들로 정성스레 포장되어 있지요.

그래서 어딜 가도 예쁨예쁨하는 감성이 느껴지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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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마르트르를 거의 다 내려왔습니다. 나직한 언덕이라 별로 내려왔다고도 할 수 없지만, 파리에서 평지가 아닌 유일한 곳이거든요.


조금만 더 내려오면 왈라스 분수대가 보입니다.

https://maps.app.goo.gl/eV2QpCcMeZMyjLG26


분수대보다는 "급수대"라는 표현이 더 정확하겠어요.


1870~71년 사이 발생한 보불전쟁(1870년 7월 19일부터 1871년 1월 28일까지 프랑스 제2제국과 프로이센 왕국을 중심으로 한 독일 제국 간에 벌어진 전쟁. 프로이센-프랑스 전쟁이라고도 함)에서 프랑스가 패하면서 많은 피해를 입었습니다. 파리 시내 곳곳도 전쟁의 상흔이 남았고요, 수도 시설이 많이 망가졌대요. 그래서 시민들은 깨끗한 물조차 구하기가 힘들었습니다. 이 시기, 영국인 리처드 왈라스가 누구나 식수를 편하게 마실 수 있도록 기증한 것이 바로 이 왈라스 급수대입니다. 왈라스 급수대는 시민들의 호응을 얻으며 50여 개가 기증되었다고 해요. 그리고, 파리시가 자체적으로 더 추가해서 100여 개의 급수대가 시내에 있다고 합니다.


영국인과 프랑스인은 과거 다수의 전쟁을 벌인 나라인만큼 사이가 안 좋았고, 지금도 사이가 썩 좋은 나라는 아니지만 민간영역에서 저런 박애정신이 있었기에 그래도 요즘엔 무력충돌 없이 큰 탈 안 내고 잘 지내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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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마르트르에 있는 이 급수대는 관리가 잘 되지 못했는지 제가 방문했을 때는 물이 안 나왔어요. 왈라스가 알게 되면 서운해하시것네...



급수대 근처에는 널찍한 광장에 자리잡은 노천카페가 있습니다.


파리는 겨울에도 영하로 떨어지는 날이 매우 드물고, 한여름도 30도가 넘는 날이 잘 없다죠. 미세먼지도 없고요. 그래서 이런 노천카페가 잘 어울리지만, 여름엔 에어컨 없이는 견디기가 힘들고 겨울엔 밖에서 커피 마셨다간 5분 만에 동태 되기 딱 좋고 봄엔 황사 또는 미세먼지에 가을에는 돼지풀 꽃가루 앨러지 주의보 내리는 한국에선 노천카페 모델 안 맞아요.




이 광장에는 특별한 곳이 한 곳 더 있습니다.


Le Bateau-Lavoir라는 집인데요, Le Bateau는 배란 말이고, Lavoir는 세탁소, 합쳐서 세탁선(빨래하는 배)라는 독특한 이름을 가진 집입니다. 배에서 빨래를? 실상은 옛날에 강가에 빨래를 하려고 널빤지를 펼쳐놓은 곳을 그렇게 불렀다고 하는군요. 그래서 세탁선보다는 '빨래터'라고 이해하는 편이 낫겠습니다. 왜 이 집 이름이 또 '빨래터'였냐면, 그렇게 빨래터에선 삐그덕 삐그덕 나무 잡소리가 많이 났는데, 이 집도 오래된 목조건물이라 그런 소리가 많이 나서 이런 애칭이 붙었다고 합니다.


암튼.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이 건물이 포인트가 되는 이유는, 이 건물이 여러 화가들의 화실로 쓰였는데 그중 한 명이 파블로 피카소였습니다. 여기서 유명 작품 중 하나이자 입체파 최초의 작품으로 평가받는 '아비뇽의 여인들'을 그렸습니다. 하지만 화재로 원래 그 건물은 소실되었고, 과거를 기념해서 이렇게 겉모습만 복원해 두었다고 합니다.


https://maps.app.goo.gl/AVmu9CF1BDj8pFq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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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입간판이 있군요.

뭔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으니 구글 번역기를 돌려봅시다.

참 편리한 세상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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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stoire de Paris

Le Bateau-Lavoir

"Nous retournerons tous au Bateau-Lavoir, nous n'aurons vraiment été heureux que là..." Jusqu'à sa mort, Picasso (1881-1973) garde la nostalgie du Montmartre rural de sa jeunesse, avec ses fermes, ses vergers et ses cabarets pittoresques. Arrive sur la Butte à 19 ans, il prend ici en 1904 un atelier où il exécute les dernières œuvres de la période bleue, celles de la période rose, inspirées par ses amours avec Fernande Olivier, et les "Demoiselles d'Avignon" (1907), prélude au cubisme. Alors plus connue sous le nom de "Maison du Trappeur",
l'ancienne manufacture de pianos, divisée en ateliers d'artistes vers 1889 et rebaptisée par Max Jacob, a vu ses vastes baraquements de bois, labyrinthe de coursives et d'escaliers, réduits en cendres lors d'un incendie, le 12 mai 1970.
파리의 역사

바토-라부아르

"우리 모두는 바토 라부아르로 돌아갈 것이다. 우리는 오직 그곳에서만 진정으로 행복했을 것이다..." 피카소(1881-1973)는 죽을 때까지 농장, 과수원, 그림 같은 카바레가 있는 어린 시절의 몽마르트르 시골에 대한 향수를 간직하고 있었다. 19세의 나이에 뷰트에 도착한 그는 1904년 이곳의 스튜디오를 빌려 청색 시대의 마지막 작품과 페르난드 올리비에와의 연애에서 영감을 받은 분홍색 시대의 작품, 그리고 입체주의의 서곡인 <아비뇽의 처녀들>(1907)을 제작했습니다. 그 당시에는 "Trapper's House"로 더 잘 알려졌습니다.
1889년경 예술가들의 스튜디오로 나뉘어 막스 야콥이 이름을 바꾼 옛 피아노 공장은 1970년 5월 12일 화재로 인해 거대한 나무 막사와 미로 같은 통로와 계단이 재로 변했습니다.
4rsaaa.JPG 아비뇽의 여인들. 파블로 피카소 작. 190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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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별 거 없는 공원 한편의 작은 광장일 뿐인데요, 스토리에 스토리가 입혀진 장소이다 보니 특별해 보이는군요. 역시 스토리 텔링의 힘은 위대합니다.






요 광장 조금만 아래로 오면 빨강 녹색 색감 아주 화려한 마트가 보입니다.

엇. 포스트에 누군가가 낯이 익어요.


https://maps.app.goo.gl/7TCK2bP5vFeGTiRf9


유쾌한 프랑스 영화 아멜리에의 실제 촬영배경이 되었던 마트입니다.

벽면 한편에 당당하게 아멜리에 포스터가 있고, 아멜리에 엽서를 팔고 있네요.

아멜리에 영화에 관한 간단한 기념품을 취급하긴 하지만 싱싱한 야채 과일 팔고 있는 식료품점입니다. 몽마르트르 오시기 전 아멜리에 영화 한 편 보고 오셔도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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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namu.wiki/w/%EC%95%84%EB%A9%9C%EB%A6%AC%EC%97%90


아멜리에와 관련된 다른 장소는 잘 소개한 다른 작가님 글을 소개해드립니다.


https://brunch.co.kr/@eon2/48





다음 목적지는 "사랑해 벽"입니다.

바르셀로나에 있는 "키스의 벽"과 감성이 좀 비슷해요.


612개의 타일에 250여 국가의 언어로 '사랑해'라는 뜻의 문구가 적힌 독특한 야외 예술품으로 파리를 방문한 연인들의 포토 스팟으로 유명한 곳입니다. 현대 예술가 '프레데릭 바론-Fédéric Baron'과 '클레어 키토-Claire Kito'가 협업하여 2000년도에 만들었습니다. 한국어로는 '사랑해',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나 너 사랑해' 3개의 문구를 찾아볼 수 있답니다.


https://en.wikipedia.org/wiki/Wall_of_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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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시다시피 벽 자체가 그리 크진 않습니다만, 나름 유명세 타는 곳이라 관광객이 끊이질 않는 곳입니다.


.....관광객이 끊이지 않으면 또 누가 온다? 네네. 소매치기 맛집으로도 유명한 곳이죠. 서로 사진 찍어준다며 가방 잠시 땅에 놓고 사진에 집중하는 순간, 사랑해 벽통곡의 벽으로 변할 수도 있어요. 주변 모든 사람이 소매치기다라는 의심으로 조심 또 조심. 긴장긴장.


그건 그거고요, 다들 이 벽을 배경으로 깨끗한 인증샷 남기고 갑니다. 눈치싸움 잘 해 가면서 후다닥 들어갔다가 후다닥 빠져주는 게 포인트. 벽이 너무 크지도 작지도 않아서 줄 서기도 애매하고, 눈치싸움 적당히 잘하셔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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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별 거 없는 크지 않은 벽이지만, 이렇게 스토리를 입히면 특별한 공간이 됩니다. 그리고 사랑스러운 말들로만 이루어진 공간이니 공간을 더더욱 사랑스럽게 만드는 마법이 있는 것 같기도 해요.

(그런데 왜왜왜 소매치기들은 퇴치가 안 되는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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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 벽 바로 맞은편에는 "사랑해 벽 기념품 가게"도 있습니다. 뭘 파는지 한 번 들어가 볼 걸 그랬어요.


자자. 아침부터 몽마르트르 언덕길 따라오시느라 애쓰셨습니다.

열심히 돌아다녔지만, 계획한 모든 스팟을 다 찍고 오진 못했어요. 특별한 느낌의 공동묘지도 있고, 예쁘다고 소문난 집과 거리들도 더더 알아보긴 했었거든요. 몽마르트르만 샅샅이 훑는다면 하루종일 투자해도 모자라요. 암튼 그래도 반나절 이 정도 돌아봤으면 시성비 알차게 잘 돌아다닌 걸로.


런던에서 그랬듯, 이게 끝이 아니고 오늘 갈 길이 정말 멀거든요...


이제 마치 판타치 세계로 입장하는 듯한 느낌의 아베스 전철역으로 들어갑니다.


https://maps.app.goo.gl/hmgZs4JxnU4Ef6oT9


아베스 역아르누보의 거장 '엑토르 기마르(Hector Guimar)' 가 1900년에 설계한 건축물로 유리와 철제로 곡선의 아름다움을 살린 파리에 몇 안 남은 작품입니다. 아르누보(프랑스어: Art nouveau)는 19세기말에서 20세기 초에 성행했던 유럽의 예술 사조로서 프랑스어로 "새로운 미술"을 뜻하는 말로 자연물, 특히 꽃이나 식물 덩굴에서 영감을 받은 장식적인 곡선을 많이 사용하는 특징이 있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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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렇게 아베스 전철역 입구를 끝으로, 몽마르트르 산책은 마무리하고 다음 장소로 이동합니다.






※ 다음 이야기 : 이보다 더 화려할 수 없다. 화려함 끝판왕, 오페라 가르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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