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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함의 끝판왕, 오페라 가르니에

이보다 더 화려할 순 없다

(이전 이야기에서 계속)


https://brunch.co.kr/@ragony/535


2024년 11월 15일 금요일.

프랑스 파리에서 이틀차.

몽마르트르 Part I편에서 카페 가서 아침 먹고 테르트르 광장(Place du Tertre) 둘러본 다음, Part II편에서 살바도르 달리 미술관 갔다가 도자기 미술관 갔다가 라 메종 로즈 보고 난 이후, Part III편에서 포도원, Cabaret Au Lapin Agile, 벽에 갇힌 남자 조각상, 물랭 드 라 갈라뜨 식당 구경하고 난 다음, Part IV편에서 왈라스 분수대, 아멜리에 마트, 사랑해 벽 보고 난 이후, 화려함의 끝판왕, 오페라 가르니에 관람하고 온 이야기.


당일 오후 12시 3분부터의 여행 기록.




아베스 전철역은 파리 지하철 중 가장 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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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급적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라고 안내하고 있지만, 저는 일부러 나선계단을 이용해 보았습니다. 얼마나 깊은 건지 체감해보고 싶어서요. 달팽이집 같은 나선계단은 정말 언제 끝나나 싶을 정도로 땅속 깊이깊이 이어져있습니다. 계단 벽면에는 이미 다녀왔다고 한 번 눈에 익은 몽마르트르 주요 풍광들이 전시되어 있어 반가웠어요. '아, 아까 거기네? 여기도 다녀왔지~' 그러면서요. 샅샅이 훑고 온 보람이 있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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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전철역은 무섭습니다. 탑승 전 후 언제나 초긴장 상태. 가방상태 한번 더 점검. 거의 항상 소매치기가 있다고 가정하고 다니셔야 합니다. 조금만 방심하는 순간~......






사주경계 잘하고 긴장 많이 하고 와서 그런지 요번에도 소매치기 간택은 피해서 잘 도착했습니다.

Havre-Caumartin역에서 내려서 400여 미터만 걸어가면 딱히 지도를 확인하지 않아도 매우 웅장한 건물이 시야에 들어옵니다.


오늘 오후 첫 행선지, 오페라 가르니에 입니다.


https://maps.app.goo.gl/J6okFTTRQTCtbFMi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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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처럼, 사전 설명 및 예습은 두 백과사전의 힘을 빌어봅니다.


https://namu.wiki/w/%EC%98%A4%ED%8E%98%EB%9D%BC%20%EA%B0%80%EB%A5%B4%EB%8B%88%EC%97%90

https://ko.wikipedia.org/wiki/%EC%98%A4%ED%8E%98%EB%9D%BC_%EA%B0%80%EB%A5%B4%EB%8B%88%EC%97%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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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 샤를 가르니에 흉상이 입구에 전시되어 있군요.

서양은 위대한 기술자를 우대하는 문화가 전통적으로 계승됩니다. 우리나라는 지질 및 기후환경 탓에 오래된 석조건물이 없는 이유도 있긴 하지만, 건축물을 설계한 건축가를 기리는 일은 거의 없잖아요. 정치인뿐만 아니라 위대한 기술자도 높게 쳐주는 문화가 부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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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관 장식 하나하나가 고풍스럽고도 정성이 가득 담겨있습니다.

독수리상이 매우 늠름하면서도 섬세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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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홀 내부를 재현한 미니어처입니다. 아쉽게도 제가 방문했던 당일은 공연홀을 개방하지 않았어요. 당일 공연 사정에 따라 복불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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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말 현재, 입장료는 15유로지만, 나비고 정액권이 있으면 5유로 할인이 됩니다. 미리미리 잘 알아보고 할인받은 제 자신, 칭찬해 봅니다. 나비고 정액권 사신 분들은 할인기회를 놓치지 마세요.



입장권을 사서 들어가자마자 처음 만나는 공간입니다. 대리석으로 마감된 격조 높은 원형 공간이 커다란 거울들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입구부터 웅장하면서도 예술적인 느낌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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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장 홀로 들어가는 로비 계단(GRAND ESCALIER)입니다.


우~와~~~아~~~~~~

발을 디디는 순간 입이 딱.


정말정말 심하다 싶을 정도로 화려하면서도 아름다우며 또한 기품있게 우아한 공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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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일 원형 공연홀에는 들어갈 수 없어서 아쉬웠어요. 샤갈의 천장화가 보고 싶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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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obonparis.com/ko/magazine/opera-garnier 에서 가져왔습니다.


공연홀 내부 사진은 인터넷 뒤져서 살짝 첨부해 봅니다. 저기까지 간 김에 저걸 맨 눈으로 볼 수 있었다면 더 좋았을 텐데 아쉬워요.


마르크 샤갈 <꿈의 꽃다발>

오페라 가르니에가 유명한 또 다른 이유, 바로 극장 내부에 있는 샤갈의 천장화 <꿈의 꽃다발>. 러시아 태생의 화가로 1910년, 20대의 젊은 나이에 파리에 머물며 파리를 제2의 고향이라고 할 정도로 사랑한 화가이기도 하다. "내 예술은 파리가 필요하다. 나무가 물이 필요한 것처럼"이라는 명언도 남긴 화가.
드골 정부의 문화부 장관으로부터 오페라 가르니에의 천장화 작업을 의뢰받은 그는 프랑스를 사랑하는 마음을 담아 무료로 천장화 작업에 착수했다. 의뢰를 받은 지 2년 만인 1965년 완성한 작품으로 오페라, 발레 작품에 등장하는 무희, 그리고 파리의 모습을 그려냈다. 색채의 마술사로 불리는 샤갈답게 알록달록하게 물들인 천장화가 정말 꿈속으로 초대를 하는 듯하다.

https://www.obonparis.com/ko/magazine/opera-garnier 부분발췌


어째 이걸로도 좀 아쉽.

좀 더 자세히 설명한 블로그가 있길래 같이 엮어봅니다.

아. 아쉬워요. 직접 보고 오질 못해서.


https://blog.naver.com/garam_flower/223677585845



구석구석 정말 몹시도 화려한 로비입니다.



관객들 외투를 보관해 주는 공간인가 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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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공연복장을 전시해 둔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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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이지 심하게 화려하고 아름다운 로비입니다.

건물 설계자인 샤를 가르니에는 공연을 보러 오는 관객 스스로가 공연의 주인공이 되어 로비를 주인공처럼 우아하게 걸어 들어오고, 그 장면을 상부 발코니에서 다른 관객들이 볼 수 있도록 이 로비를 디자인했다고 해요. 꾀죄죄한 단벌 배낭여행객 차림으로 이 로비를 거닐며 관람하는 것 자체가 타 관광객에게 예의가 아닌 것 같다는 느낌까지 들었습니다.

짐공간 여유가 되시는 분들은 최고급 정장까진 아니더라도 오페라 가르니에 방문하실 때만큼은 사진빨 고려해서 최대한 화려한 옷 입고 가시길 강력히 권해드립니다. 내 사진빨도 중요하지만, 타인의 배경까지 망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답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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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이보다 더 화려할 순 없다...

베르사유 궁전 거울의 방보다 일곱 배는 더 화려하게 느껴졌던 대연회장(GRAND FOYER)입니다.

저는 턱시도에 롱코트, 누이는 파티 드레스에 붉은 숄 차림으로 여길 왔다면 더더욱 좋았겠다는 생각을 해봤어요.



정말정말 화려한 공간에서... 복장 불량 두 사람. 반성합니다.

저와 제 누이긴 하지만 AI 지우개로 인물을 지워야 마음이 편할까 싶을 정도로요.ㅠㅠ


그건 그거고, 이 정도 인테리어 하려면 공기와 예산을 얼마나 잡아야 할까 잠시 고민해 봅니다.

대리석 380ton, 일반석공 5,900MD(맨데이), 조각전공 예술가 3,700MD, 철근 90ton, 미장공, 일반잡부, 크레인, 지게차, 신호수.... 수천억 원 줄 테니 알아서 해 봐라 그래도 엄두가 안 나는 일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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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이고 밖이고 회랑이고 정성이 안 들어간 곳이 없는 대단한 건축물입니다.

공연 보러 오는 것도 아닌데 굳이 오페라 극장 구경하려고 돈까지 주고 들어와야 할까 고민을 전혀 안 했던 건 아니지만, 충분히 입장료 값어치 합니다.



바닥 타일 조각들을 보세요. 이게 다 합쳐서 조각이 몇 개야. 작은 조각을 하나하나 모양에 맞게 가공하고 매끈하게 이어 붙이려면 얼마나 많은 정성이 들어갔을까 상상이 잘 안 됩니다.



방문하는 모든 사람을 주인공으로 만들어주는 마법 같은 공간의 로비 계단.

로비 기둥은 물론이거니와 테라스 및 계단 난간도 황금빛 대리석으로 꾸며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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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랑을 이어주는 방마다 특별한 이름들이 붙어있었고 그에 대한 의미가 있었는데 기억이 잘 안 납니다. 암튼 구석구석 예뻤다는 게 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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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방 구성, 미묘하게 다른 분위기 미묘하게 다른 장식. 한쪽이 달의 방? 다른 쪽이 해의 방? 더 밝았던 쪽이 아마도 해의 방이었겠죠? 천장 장식하고 이런저런 것들이 다 의미가 있었는데 기억 안 남. 다음에 알게 되면 추가해 놓겠습니다. 일단 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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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구석구석 아름답고 장엄한 공간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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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랑과 연결된 건물 측면에는 서고와 도서관도 있습니다.



제가 세상 곳곳을 다 돌아다녀보진 못했지만, 여태껏 다녀간 공간 중 "가장 우아하고 아름다운 곳"이라고 말할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었습니다. 공연홀에 들어가 보지 못해 좀 아쉽긴 했지만 언젠가, 언젠가 또 기회가 있을 거라는 막연한 기대를 해 보며 오페라 가르니에 관람을 마칩니다.




못다 한 이야기 하나.


오페라 가르니에에서는 한국어 오디오 비디오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그냥 오디오 재생기만 주는 게 아니라 VR 연동이 되는 태블릿을 주거든요.

애플리케이션의 한글화도 잘 되어있고, 듣기 거북한 AI 기계음 대신 전문 성우가 맛깔나게 읽어줍니다. 특정 포인트에서 지정된 장소를 태블릿 카메라로 비추면 해당 공간에서 가상의 배우가 튀어나와서 공간을 설명해 주는 게 재밌어요. 내부 관람을 하실 분들은 로비 입구에서 오디오 가이드를 하나 대여해서 다녀보실 것을 추천드려요. 제가 방문했던 2024년 11월 현재의 가격은 8유로로 결코 싸지 않은 금액이었지만, 그만한 가치를 한다고 생각합니다. 누이랑 저는 한 대만 빌려서, 미리 준비해서 가져간 Y케이블과 이어폰으로 소리 공유하며 들었답니다.




못다 한 이야기 둘.


오페라 가르니에 극장은 베르사유 궁전과 많이 비교가 됩니다. 오페라 가르니에의 대연회장은 베르사유 궁전의 거울의 방과 분위기와 장식이 매우 비슷해요. 화려함의 극치는 오페라 가르니에 쪽이 한 수 위라고 생각됩니다만, 베르사유 궁전은 규모와 공간감에서 다른 장소를 압도한답니다.


"관광시간이 별로 없는데, 한 군데만 간다면 두 관광지 중 어디를 가야 할까요?"


하고 질문하시는 분들이 가끔 있습니다. 저는, 시간을 억지로 만들어서라도 둘 다 가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꼭 한 군데만 갈 수밖에 없는 사정이라면 베르사유 궁전을 고르겠어요. 역사성과 웅장함, 종합적인 볼거리가 베르사유 궁전이 훨씬 많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공간 자체의 화려함은 오페라 가르니에가 한 수 위라고 생각해요. 참고로 오페라 가르니에는 파리 도심 한복판에 있어서 오가는 시간 다 포함해도 서너 시간이면 돌아볼 수 있지만, 베르사유 궁전은 파리 도심에서 거리가 좀 멀어서 관광에 하루 온종일 투자하셔야 제대로 볼 수 있답니다.




못다 한 이야기 셋.


오페라 가르니에 극장은 "오페라의 유령" 본 배경이 되는 극장입니다. 오페라의 유령이 극장 주인에게 본인의 지정석으로 비워두라고 한 "5번 박스석"도 여기 있고요, 공연 중 사고가 나는 샹들리에도 홀 안에 있고요, 지하 호수(사실은 지하 저수조)도 있어요. 아쉽게도 제가 관람했던 날짜에는 공연홀 개방을 안 해서, 오페라의 유령 이야기가 깃든 장소를 세세하게 답사해보진 못했습니다.


연관된 상세한 이야기는 아래 블로그 엮어봅니다.


https://blog.naver.com/garam_flower/223704545573









※ 다음 이야기 : 밥 먹고 봅시다. 파리 관광도 식후경. 파리에서 점심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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