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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관광도 식후경. 파리에서 점심을.

에펠탑도 식후경.

(이전 이야기에서 계속)


https://brunch.co.kr/@ragony/536


2024년 11월 15일 금요일.

프랑스 파리에서 이틀차.

몽마르트르 Part I편에서 카페 가서 아침 먹고 테르트르 광장(Place du Tertre) 둘러본 다음, Part II편에서 살바도르 달리 미술관 갔다가 도자기 미술관 갔다가 라 메종 로즈 보고 난 이후, Part III편에서 포도원, Cabaret Au Lapin Agile, 벽에 갇힌 남자 조각상, 물랭 드 라 갈라뜨 식당 구경하고 난 다음, Part IV편에서 왈라스 분수대, 아멜리에 마트, 사랑해 벽 보고 난 이후, 화려함의 끝판왕, 오페라 가르니에 관람하고 온 다음, 점심 먹고 온 이야기.


당일 14시 25분부터의 여행 기록.




오페라 가르니에의 아름다운 로비에서 하루종일 있다 와도 좋았을 뻔했지만, 다음 일정도 빡빡합니다. 오전에 누이랑 크레프랑 크루아상 먹고 온 게 다니까 이제 배고픕니다. 뭐라도 먹어야겠어요 일단.


미리 봐 둔 곳이 있습니다. Café de la Paix(카페 드 라 페)라는 이름의, 오페라 가르니에를 길 하나 두고 마주 보고 있는 고급 음식점입니다.


1862년 문을 연 매우 유서 깊은 정통 프랑스식 식당으로 실내가 오페라 가르니에 못지않게 화려하고 고풍스럽기로 유명한 식당입니다.


https://maps.app.goo.gl/JumY8z6HL45jL6Eo8


공홈에서 퍼 왔습니다. 오래된 이름 있는 식당 인증.


한국으로 치면 서울 한일관 같은 느낌이랄까요.



좀 비쌀 것 같아 걱정이긴 했지만, 이때 아니면 언제 또 와보겠냐 하는 정신으로다가 직진!


버뜨. 그런데.


"예약 하셨나요?"


대뜸 입구컷. 방문했던 시간이 오후 2시 반이라서 설마 예약이 필요하겠나 싶었거든요. 실제 실내에도 빈자리가 많았어요.

이 집 장사하기 싫은가. 아니면 원래 예약만 운영하는 집인가. 잘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파리에서 레스토랑이란 이름이 붙은 곳은 예약 안 하면 못 간다고 알고 있긴 해요. 그런데 여긴 "레스토랑" 아니고 "카페"라고 적어놨구만. 간단한 스낵도 판다는 말인데.

뭐, 예약 안 하면 못 들어간다고 입구컷해서 별 미련 없이 나왔습니다.


"동생아. 아무래도 우리, 옷차림이 너무 남루해서 튕겼나 보다."

들어가면 이런 분위기의 집이거든요. 사실 누이랑 제 옷차림이 여기랑 많이 많이 안 어울리긴 하죠.

암튼 여기 아님 밥 먹을 데가 없냐!라는 정신으로, 이번엔 안 비굴하게, 뒤도 안 돌아보고 나왔습니다. 사실, 염두에 두고 있던 다른 데가 또 있어서요.


발걸음을 돌려 찾아간 곳은 여기 못지않게 유명한 스타벅스입니다. 바로 근처에 있어요.


https://maps.app.goo.gl/JvnEgZMrJ4sWqdr39



세계 어딜 가도 있는 스타벅스지만 이 스타벅스가 특별한 이유는 궁전풍 인테리어의 특별한 느낌을 주는 스타벅스이기 때문입니다. 과거에 이 건물은 은행으로 사용되었다고 해요. 파리에서 생긴 첫 스타벅스가 여기라고 합니다.(2006년)


설마 스타벅스에서 튕기진 않겠죠. 여기서 핫초코에 샌드위치나 먹을까 했는데, 또 문제가 있습니다. 줄이 벌써 엄청 길며, 실내에 빈자리가 한 군데도 없어요.



"누나, 우리가... 서서 뭘 먹을 나이는 아니지 않을까?"


"그래... 실내 봤으니 됐다. 근처 적당히 다른 곳 가 보자."


깔끔하게 궁전풍 스타벅스도 포기하고 잽싸게 구글링을 해 봅니다. 구글맵 없었을 땐 어떻게 여행했을까요. 그렇게 급하게 찾아본 곳은, 바로 요기.


https://maps.app.goo.gl/iEd21PrzBcgDiSXY9


MURPHY'S HOUSE라는 상호의 가게인데, 낮에는 카페, 밤에는 펍으로 장사하는 집입니다.



실내 깨끗하고 분위기 소란스럽지 않고 괜찮은 곳이었습니다.


음식점이라기보단 확실히 술집 느낌이 있네요.


어쨌든 일단 배고프니 대충 적당히 시켜봅니다.

오늘의 메뉴는


1. 아보카도 연어 토스터(16.5유로)

2. 소시지 알리고(19.0유로)


입니다. 음료 따로 안 시키고 탭워터(수돗물) 달라고 했는데 눈치주진 않았습니다.


소시지는 설명이 따로 필요 없을 테고, 알리고(Aligot)는 처음 먹어보는 음식이군요. 알리고는 으깬 감자에 치즈를 섞은 프랑스 음식입니다. 딱 상상한 아주 정직한 맛이 납니다. 으깬 감자에 치즈맛.


https://ko.wikipedia.org/wiki/%EC%95%8C%EB%A6%AC%EA%B3%A0



요렇게 생겼습니다. 알리고는 솔직히 좀 느끼했고 큼직한 소시지는 크게 짜지 않고 맛있었어요.



맛도 비주얼도 합격인 아보카도 연어 토스트입니다. 내륙도시 파리에 와서 연어를 자주 먹게 되는군요. 생각보다 사이즈가 큼지막해서 좋았습니다. 바삭 구운 토스트에 으깬 아보카도를 바르고 연어를 올려주는 요리네요. 역시 딱 상상하는 그 맛이 났고 맛의 조합이 괜찮았어요.


별 기대 없이 들어갔던 집이라서 그랬을 수도 있지만 기대이상으로 맛있게 잘 먹고 왔습니다. 둘이서 포만감 가득 느끼고 나왔으니 양도 충분했어요.



언제나처럼 계산의 시간입니다.


35.5유로. 5만 3천 원.


결코 싸지 않은 금액이지만, 여기는 프랑스 파리. 격식 있는 레스토랑 가서 음료에 요리 하나씩만 시키고 나와도 둘이 10만 원은 기본으로 나오는 도시란 거 알기에 이만하면 합리적인 것 같습니다. 팁 강요도 없었어요.


괜히 분위기 즐긴다고 Café de la Paix(카페 드 라 페) 가서 분수에 안 맞는 비싼 음식 먹고 후회하게 되는 것보다 더 나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잘 먹었습니다.






배도 든든하게 채웠습니다.

아직 오늘 끝나지 않았어요. 중요한 뭔가를 또 보러 열심히 가야 하거든요.

버스를 타고 이동합니다. 노선만 맞다면, 파리는 전철보다 버스가 스물 다섯 배는 더 쾌적하고 덜 무서워요. 가급적 버스 이용하시길 추천드립니다.



시내 곳곳에 벌써 크리스마스 트리가 보입니다.



다시 보이는 오페라 가르니에 정문이고요.



파르테논 신전처럼 보이는 이 건물은 라 마들렌(Église de la Madeleine)이라 불리는 성당입니다.


https://maps.app.goo.gl/W9m9bFK5dvtPe1AU6


시간이 되면 여기도 가 봐야지 점찍어두었던 곳인데 결국 못 가 보았습니다.




생뚱맞은 이집트산 오벨리스크가 서 있는 콩코드 광장(Place de la Concorde)이 보입니다. 아니 왜 오벨리스크가 런던에도 있고 파리에도 있고. 정작 이집트 가면 없는거 아님???


프랑스혁명 당시 루이16세와 마리 앙투아네트 왕비를 포함한 1,343명의 왕족과 귀족들이 처형되기도 했던 무시무시한 역사의 장소이죠. 원래 이 장소의 이름은 '루이15세 광장'이었다고 해요. 혁명의 시기에는 단두대와 '자유의 상'이 광장에 있었고 명칭도 '혁명 광장'으로 개명되었지만 '화합, 조화'를 뜻하는 '콩코드 광장'으로 이름이 바뀌면서 단두대를 철거하고, 1892년 이집트로 기증받은 룩소르 오벨리스크를 세우게 되었다고 합니다.


더 자세한 역사공부는 아래 위키백과를 참조하세요.


https://ko.wikipedia.org/wiki/%EC%BD%A9%EC%BD%94%EB%A5%B4%EB%93%9C_%EA%B4%91%EC%9E%A5



여기서 조금만 더 버스를 타고 오면, 파리 도착 첫날 우리 남매를 반긴 반가운 탑이 또 보입니다.


다보탑 아니고 에펠탑이요.


에펠탑은 근처에 가려고만 해도 먼저 철저한 보안검사를 거쳐야 합니다.



무탈히 에펠탑 광장에 잘 들어왔습니다. 여기까진 표가 없어도 들어올 수 있네요.


이제 누나랑 둘이서 여기 걸어서 올라가 볼 거예요.







※ 다음 이야기 : 가 보길 잘했어. 에펠탑 걸어 올라가 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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