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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보길 잘했어. 에펠탑 걸어 올라가 본 이야기.

제1화. 등탑 주경 편.

(이전 이야기에서 계속)


https://brunch.co.kr/@ragony/537


2024년 11월 15일 금요일.


프랑스 파리에서 이틀차.

몽마르트르 Part I편에서 카페 가서 아침 먹고 테르트르 광장(Place du Tertre) 둘러본 다음, Part II편에서 살바도르 달리 미술관 갔다가 도자기 미술관 갔다가 라 메종 로즈 보고 난 이후, Part III편에서 포도원, Cabaret Au Lapin Agile, 벽에 갇힌 남자 조각상, 물랭 드 라 갈라뜨 식당 구경하고 난 다음, Part IV편에서 왈라스 분수대, 아멜리에 마트, 사랑해 벽 보고 난 이후, 화려함의 끝판왕, 오페라 가르니에 관람하고 온 다음, 점심 먹고 배 채워서 에펠탑 올라갔다 온 이야기.


당일 16시 10분부터의 이야기.






오늘의 메인 이벤트, 에펠탑 등반 시간입니다.


원래 처음 계획은 에펠탑에 올라가 보는 일정을 고려하지 않았었어요. 에펠탑 투어 티켓을 인터넷에서 대충 검색해 보니 10만원 아래로 없는 거예요. 심지어 그나마 빈 날짜가 몇 되지도 않고요.

아니 올라가 본들 전망대지. 저 가격 주고 어떻게 가. 그냥 껍데기만 보고 안 올라갈 참이었는데, 공식 홈페이지 찬찬히 보다 보니 옵션에 따라 여러 상품을 팔고 있는 걸 나중에서야 깨달았어요.


에펠탑 투어 옵션


1. 꼭대기까지 갈래? 아님 2층까지만 갈래?

2. 2층까지는 걸어갈래? 아님 엘리베이터 탈래?

3. 아무것도 안 마실래? 칵테일 한잔 할래? 아니면 식사까지 할래?

4. 가이드 필요해? 아님 셀프투어?


로 나뉩니다. 생각보다 옵션이 많지만, 금수저가 아닌 저나 여러분들은 어떻게 하면 최저가로 올라가볼까가 궁금하실 테지요.


1. 걸어서 2층까지만 투어하는 상품이 가장 싸고요(꼭대기 안 감),

2. 걸어서 2층까지, 꼭대기까지는 엘리베이터 이용하는 상품이 그다음 쌉니다.


저는 이왕 가 보는 것, 돈을 조금 더 주더라도(큰맘 먹고) 2번 선택을 했습니다. 내가 체력이 없냐(체력이 없지) 돈이 없지(돈도 없지). 그깟 거 걸어가자.


문제는... 2층이 그냥 2층이 아니라, 지상 112m 높이란 거죠. 프랑스도 영국처럼 지상층이 그라운드, 우리나라에서 2층이 1층이 되는 식입니다. 프랑스의 2층은 한국의 3층인 셈.


111196_0.jpeg 이미지 출처 : 두산백과


걸어서 2층(한국식 3층), 엘리베이터로 꼭대기까지 올라가는 투어 요금은 2024년 11월 현재 26.9유로(한화 약 4만원)였습니다(2025년 2월 현재는 27.5유로-약 4만1천원-로 소폭 인상). 결코 싼 가격은 아니지만, 인생 한 번 정도는 세계적 명소에 가 보는 것도 좋지 않겠어요? (참고로 전 층 엘리베이터 이용하는 투어 상품은 2025년 2월 현재 36.1유로-한화 약 5만 4천원 정도 하는군요.)


이게 마음만 먹는다고 갈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매진이 잦아요.

저도 조금만 더 망설였다면 매진이 되어 입장하지도 못했을 거예요. 암튼 여행 계획은 미리미리. 투어 예약도 미리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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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홈에서 발행한 티켓은 이렇게 생겼습니다. 기념으로 박아둡니다.


본격 등반 전 다시 한번 예습. 아는 만큼 보인다잖아요.


https://namu.wiki/w/%EC%97%90%ED%8E%A0%20%ED%83%91


탑 하부공원 접근 전에 이렇게 보안검색을 거친 후 들어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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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 다 찍어본다는 탑 하부에서 바라본 천장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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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 측 기둥으로 들어갑니다.

미리 예매한 QR코드만 보여주면 쉽게 입장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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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으로 걸어가 보겠습니다.

첫 목적지는 지상 57m 되는 1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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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벳으로 고정된 수많은 철골 부재들.

이 많은 부재를 하나하나 설계하고 계산하고 딱딱 들어맞게 시공했을 텐데 컴퓨터 작도도 없던 시절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며 올라갔습니다. 얼마나 많은 엔지니어들과 테크니션들이 갈려나갔을까... 위험수당과 OT수당은 잘 챙겨 받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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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 헉헉....

평소 운동을 도통 안 했더니 고깟 요 정도 올라오는 것도 힘들군요.

돈이 없으면 몸이 고생한다...는 진리를 오늘도 깨닫고 갑니다.

저야 겨울에 올라와서 크게 땀 안 흘리고 왔습니다만, 후덥지근한 여름에 오시는 관광객분들은 걸어오기 만만치 않겠어요.


암튼 무탈하게, 1층(57m)에 도착했습니다.



널찍한 마르스 광장(녹색잔디)과 박람회장(흰 건물) 사관학교(그 뒤의 낮은 건물)가 차례대로 보이는군요. 사관학교 뒤로 보이는 검은 비석 같은 큰 건물은 에펠탑을 제외하고 파리에서 가장 높은 빌딩인 몽파르나스 타워(Tour Montparnasse)입니다. 1970년대 완공되어, 지어진지 근 50여 년이 되는 현대식 건물인데요, 파리 스카이 라인을 망쳤다며 두고두고 욕먹고 있는 건물입니다. 에펠탑은 초기에 미움받다 이제 사랑받는 익숙한 건축물이 되었는데, 몽파르나스 타워는 하도 욕을 많이 먹어서 그 이후 파리 시내에선 7층 이상의 건축물을 못 짓게 하는 규정까지 생기게 만든 장본인 장본타워라고 해요.


근데... 제가 봐도 파리와 심하게 안 어울리고 못생기긴 했습니다. 에펠탑에서 파리를 조망하면 에펠탑이 안 보여서 무언가 앙코가 빠져 보이는데, 저 몽파르나스 타워 전망대에서 파리 시내를 조망하면 에펠탑이 보여서 더 예쁘대요. 전 안 가봤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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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스 광장 맞은편, 샤요 궁 쪽 뷰입니다. 파리는 몽땅 평지라서 전망이 가리는 곳이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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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펠탑을 주제로 하는 다양한 사진도 전시해놓고 있습니다.




서편으로 눈을 좀 돌려 뭘 좀 찾아봅시다.



2층에는 전철, 1층에는 자동차가 지나가는 이 다리는 비르하켐 다리라고 불립니다. 관광객 인파에 방해받지 않고 에펠탑 배경으로 사진 찍기 좋은 숨은 명당으로 알려진 곳이기도 하죠. 이 다리에 연결된 길쭉한 섬이 시뉴 섬(l’île aux Cygnes-'백조의 섬'이란 뜻)이라 불리는 곳이고요, 이 섬의 서쪽 끝에 자유의 여신상이 있답니다.


자유의 여신상은 미국 뉴욕 아님?

네네. 맞습니다. 거기도 있죠. 여기에 있는 파리 자유의 여신상은 ‘프랑스 대혁명‘ 100주년(1889년)을 기념해서, 프랑스에 거주하는 ‘미국인회 Communauté Américaine’에서 프랑스에 기증한 것으로, 뉴욕의 원본을 1/4로 축소하여 만든 것이라고 하는군요.


사진을 점진 확대해 가며 찾아보겠어요.



광학줌이 아닌 스마트폰 디지털줌으로 땡기다보니 화질이 메롱이긴 하지만, 그래도 요만하면 직접 보고 왔다고 해도 되겠습니다. 정면이 아니라 뒤를 돌아보고 있어서 조금 아쉽긴 하지만, 보긴 본거예요.


원래는 이 여신상이 에펠탑을 마주 보고 있었다고 해요. 그런데, 자유의 여신상 원 조각가인 ‘바르똘디Bartholdi’가 “미국과 프랑스에 있는 자유의 여신상들이 서로 마주 보면 좋겠다”는 유언을 남겼고 1967년 보수공사를 마치면서 뉴욕의 여신상을 마주 바라보도록 지금 현재의 모습으로 설치 위치가 180도 돌려졌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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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작 한 층 올라왔는데 벌써 바닥이 까마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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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 1층의 규모는 꽤나 넓습니다. 식당도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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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 공연을 준비 중인 공연장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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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운데는 뻥 뚫려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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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 대충 둘러봤으니 해지기 전에 2층으로 올라가 보겠습니다. 뚜벅이 티켓을 샀기 때문에 2층 가는 길도 엘리베이터 이용 안 됩니다. 그래서 여행도 다리 힘 있을 때 와봐야 합니다.






헉... 헉헉......

힘들지만 지상 112m 높이 2층에 도착했습니다. 곡소리가 나는군요. 숨 좀 돌리고 갑시다.



루브르 박물관, 몽마르트르 언덕 등이 보이는 동편 뷰입니다.

지형 정말 평평하군요. 산이 없네 산이 없어...



마르스 광장 쪽 뷰입니다.

확실히 아까 1층 뷰보다 멋있죠?

박람회장 흰 건물 뒤의 사관학교 건물도 좀 더 명확하게 보이는군요.

왼쪽에 보이는 커다란 황금색 돔은 나폴레옹 무덤이 있는 앵발리드 라는 곳입니다.


아, 정말 저 멋대가리 없는 몽파르나스 빌딩은 여기서 볼링공 굴려서 확 밀어버리고픈 충동이 드네요. "스트~라이크!"

파리지앵들이 저 건물을 미워하는 데엔 다 이유가 있어요.



1층에 비해서 2층은 면적이 반의 반으로 줄어듭니다.

일몰이 가까워지고 있으니, 한 바퀴만 돌아보고 지체하지 말고 이왕이면 꼭대기로 가서 즐기도록 해요.



2층에서 바라본 파리 자유의 여신상 방향 쪽 뷰이고요,



만국박람회장으로 쓰였던 샤요 궁 모습입니다. 저 멀리 고층빌딩가가 보이는군요. 파리의 신 시가지, 라데팡스 지구입니다. 서울로 치면 대충 판교 이미지 쯤 되겠어요.


이제 드디어. 엘리베이터를 탈 수 있습니다.

2층에서 꼭대기까지는 걸어가는 옵션이 처음부터 없어요.(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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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펠탑 첨탑 꼭대기까진 324m지만 전망대 높이는 280m입니다.

꼭대기 층까지는 금방 옵니다.

다 왔어요.



와아~

확실히 1층, 2층에서 찍은 사진하고 느낌 자체가 완전 다르죠?

그래서 사람은 고위층이 되어야 하나 봅니다. 한 번 올라가면 그 맛을 못 잊어서 못 내려온다고 하잖아요.(흠, 좀 다른 문제이던가.)



세계적 대도시 & 고도시답게 빽빽빽해요. 사람들 참 많이들 모여 사는구나. 이 많은걸 누가 다 지었을까.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높은 곳에서 바라보는 샤요 궁라데팡스. 느낌이 또 달라요 달라.



커다란 배들도 미니어처처럼 보이고요.



파리 자유의 여신상 너머로 아깐 잘 안 보이던 뒤쪽의 다리까지 확실하게 눈에 들어옵니다.



다 비슷비슷한 사진이지만 한 장 한 장 다 예뻐서 안 버리고 다 올릴래요.



꼭대기 전망대의 실제 모습입니다. 엘리베이터 내리면 실내 전망대이고요, 저 계단 올라가면 외부전망대로 연결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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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기가 꼭대기 of 꼭대기. 최최상층.



일반 관광객은 이 이상 올라갈 수 없습니다. 저 안테나탑을 다 포함하면 324m가 되나 봅니다.(자료에 따라 최고 높이가 자꾸 바뀌던데요... 아마도 연도에 따라 안테나 보수하며 조금씩 높이가 수정되나 봐요.)



에펠탑에도 조명이 들어오고, 지상의 건물에도 조명이 하나 둘 들어오는 시간입니다.

에펠탑 꼭대기에서 회전하며 비추는 빔 장식도 돌아가기 시작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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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구도지만, 일몰 지나 조명이 들어오기 시작하니 느낌이 또 달라요. 온 도시가 반짝반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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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대기 층에는 특별한 방이 있습니다.


귀스타브 에펠사무실이 여기 있습니다. 에펠 아파트라고도 해요. 욕실, 주방, 방 2칸이 있는 구조라고 합니다. 실물 크기 인형으로 에펠과 에디슨이 만나는 장면을 재현해 놓았어요. 실제로 에펠은 에디슨을 이 펜트하우스에 초대했고 그 날짜가 1899년 9월 10일이라고 해요. 발명왕 에디슨은 에펠탑의 엘리베이터를 설계한 사람으로도 이름에 올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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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의 에디슨도 알겠고, 오른쪽의 에펠도 알겠어요. 그런데 저 뒤에 서 있는 저 여성분은 뉘...?

자료가 없어서 찾아내는데 한참이 걸렸습니다.


한글 자료는 없고, 결국 프랑스어 원문에서 찾았어요. 대단한 집념의 오늘 작가님.

저분은 "클레어 에펠"이란 분으로 에펠의 장녀라고 합니다. 여성이지만 아버지의 보좌관이자 조수로서 많은 공사를 도왔다고 알려져 있네요.


http://leshommeslibres.blogspirit.com/archive/2023/12/27/belle-histoire-33-claire-eiffel-335264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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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포스팅 편은 사진 올리기가 너무 힘들어서 요쯤에서 한 번 끊고 갑니다.

제가 살고 있는 파키스탄 시골마을은 인터넷 기복이 너무 심해서 사진이 올라가다 말다 그래요. 심하면 인터넷이 아예 안 되고요. 도 닦는 마음으로 살고 있답니다.


에펠탑 꼭대기까지 다 올라왔으니 등탑기 편은 요 정도에서 마무리하고, 내일 하탑기 마저 마무리해 보겠습니다.






※ 다음 이야기 : 가 보길 잘했어. 에펠탑 걸어 내려가 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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