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화. 하탑 야경 편.
(이전 이야기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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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1월 15일 금요일.
프랑스 파리에서 이틀차.
몽마르트르 Part I편에서 카페 가서 아침 먹고 테르트르 광장(Place du Tertre) 둘러본 다음, Part II편에서 살바도르 달리 미술관 갔다가 도자기 미술관 갔다가 라 메종 로즈 보고 난 이후, Part III편에서 포도원, Cabaret Au Lapin Agile, 벽에 갇힌 남자 조각상, 물랭 드 라 갈라뜨 식당 구경하고 난 다음, Part IV편에서 왈라스 분수대, 아멜리에 마트, 사랑해 벽 보고 난 이후, 화려함의 끝판왕, 오페라 가르니에 관람하고 온 다음, MURPHY'S HOUSE라는 아이리시 펍에서 점심 먹고 배 채워서 에펠탑 올라갔다 다시 내려온 이야기.
에펠탑 꼭대기 전망대에 도달한 당일 17시 35분부터의 이야기.
이날 일몰시간은 17시 10분 전후였습니다.
17시 반이 넘어가니 어둑서니가 내려앉고 대부분의 건물이 점등되는군요.
조금 전에 보던 주경과는 느낌이 완전히 다릅니다.
애써 의도한 바는 아니었지만 완전 황금시간에 방문 잘했어요. 주경도 보고 야경도 보고. 일몰 30분~1시간 전에 입장해서 주경 꼼꼼하게 즐기고, 해지길 기다렸다 야경 보고 내려오시면 완벽합니다.
꼭대기 층에서는 샴페인도 팝니다.
에비앙 500ml 생수 한 병은 4.5유로(7천원), 120ml 와인 한 잔은 23유로부터(3만 5천원~).
저 돈 주고 누가 사 먹겠나 싶은데 장사만 잘 됩니다. 복작복작.
하늘에 아까부터 보이는 길다란 광선은 에펠탑 옥상에서 쏘는 빔입니다. 360도 빙빙 돌아가네요.
지상에선 바람이 거의 없는 조용한 날이었지만 꼭대기층엔 바람도 좀 불고 추웠습니다.
날씨가 안 좋아지면 꼭대기층은 예고없이 운영을 중지한대요. 꼭대기 층 올라올 수 있는 것도 여행운이지 싶네요. 일단 표도 구해야 하고, 날씨도 맞아야 하고. 아, 자유의 나라 프랑스 답게 이곳 에펠탑 전망대도 때때로 파업을 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애써 멀리서 왔어도 문 안 열면 그러려니 해야 해요.
아래 저 아저씨는 아무래도 총 건설감독 중인 에펠이지 싶습니다.
암튼 고렇게 꼭대기층 대충 한 바퀴 둘러보고, 계단 통해 내려와서 다시 엘리베이터 타고 2층 전망대로 내려왔습니다. 슝~
다시 만난 2층 전망대입니다.
1층 전망대에서 보다가 2층을 보니 신세계이던데, 꼭대기 층에서 보던 것보다 영~ 감흥이 없습니다. 역시 사람 눈높이가 한 번 올라가면 다시 내리기 쉽지 않습니다.
그래도 아까 주경하곤 또 다른 분위기가 있으니 좀 더 사진을 남겨봅니다.
저 멀리 라데팡스 지구도 빛섬이 되어있군요.
바쁘게 올라가느라 아까 미처 본 보고 올라갔던 2층에는 기념품 가게가 있습니다.
예쁨예쁨을 뽐내는 온갖 에펠탑 상품들이 있어요.
개인적으로 요 에펠탑 로고가 박힌 화장거울이 가장 마음에 들었습니다만... 9.99유로, 1만 5천원.
5천원 정도였으면 사 왔을거예요...ㅠㅠ. 눈에만 담고 다시 내려놓고 왔습니다.
밤이 완전히 찾아온 마르스 광장 쪽 뷰입니다.
낮이든 밤이든 파리 스카이 라인을 거슬리는 저 몽파르나스 빌딩은 여전히 마음에 안 들군요. AI 지우개로 지워서 올릴까 싶습니다만, 미운 녀석도 현실의 일부분이니 참아봅니다..
2층에서 바라본 꼭대기층입니다.
2층이 112m, 꼭대기층이 276m니까, 여기서 꼭대기층까지 164m나 됩니다. 까마득하군요. 꼭대기층까지 엘리베이터를 쓰지 않는 계단 이용 관람상품이 없는 건 다 이유가 있어요.
망원경으로 우리 누이 포즈 연출샷을 남겨봅니다.
멋진 망원경이지만 아무것도 안 보였습니다.
왜냐하면 1유로 동전을 안 넣었기 때문이죠.
맨 눈으로 보는 야경도 충분히 예뻐서 굳이 망원경으로 볼 필요 없을 것 같아요.
2층에서 바라본 바토 파리지앵 유람선 승강장입니다.
탑을 올라오면서 봤을 때는 전경이 무척 감동적이었는데, 꼭대기층 전망을 보고 내려오니 설국열차 머리칸에서 꼬리칸으로 강등되는 느낌이네요.
저~ 까마득히 높은 곳에서 보았을 때가 더 좋았단 말이죠.
18시 정각이 되었습니다.
에펠탑 반짝반짝쇼 시간이에요.
잠시 감상하고 가실게요~.
낮에는 짙은 고동색의 에펠탑은 밤이 되면 황금색으로 변합니다.
2층 전망대에서 1층 전망대로 살살 걸어 내려가봅니다.
에펠탑의 조명에는 저작권이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에펠탑 야경을 찍은 사진은 미리 허락을 받지 않고는 상업적으로 사용할 수 없다고 해요.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조명쇼의 사진에 저작권을 주장하는 건 좀 너무 나가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살짝 듭니다. 관광객 및 시민들 대다수가 에펠탑의 조명쇼를 좋아하지만 그중 일부는 빛공해로 인식하는 사람들도 있을 텐데요. 저작권을 주장하려면 빛공해 보상금도 같이 책임져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냉정한 생각도 해봅니다. 제 브런치는 상업적 목적이 아니니 이런 사진 좀 올렸다고 뭐라 하진 않겠지만요.
일몰 이후 이렇게 노란색 야간조명을 점등하고 매 정각 5분 간 시행하는 반짝반짝 불빛쇼가 정말 예쁘긴 합니다. 그리고 매일 새벽 1시에는 다른 조명 다 끄고 하얀 전구만 반짝반짝 켜지는 특별한 조명쇼를 하는데 "화이트 에펠"이라고 불립니다.
아까 올라오면서 보았을 땐, 공연 준비를 하고 있던 공간에서 특별한 연주회를 하고 있네요. 멋진 전망도 즐기며 멋진 연주회도 즐기면 기억이 정말 특별해질 것 같아요. 공연티켓을 별도로 사진 않아서 창 밖에서 살짝 들여다보았습니다.
1층 전망대에서 올려다본 2층 전망대 바닥입니다.
수많은 직선부재의 단순한 철골들이 조립 완성되면 아름다운 곡선이 되죠.
'강렬한 철강의 힘을!' 하고 얘기하고 있는 것 같아요.
원래 이 타워가 탄생하게 된 계기가, 1889년 파리 만국박람회의 상징이자 기념탑으로 들어서게 된 건데, 건축물 공모 주제가 '철의 시대'였대요. 에펠탑 건축 아이디어는 이 공모 아이디어 700여점 중 당당히 1등으로 꼽힌 거래요. 정말 이 탑은 철의 시대를 상징하는 아이콘이 되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밤에 보면 더욱더요.
투명한 반구 돔이 설치되고 있었습니다만 아직 영업을 하진 않고 있네요.
1층에서 바라본 2층과 꼭대기층.
어떻게 바라보아도 웅장합니다.
에펠탑에는 식당만 있는 게 아닙니다.
카페도 입점하고 있어요.
"누나, 우리 여기까지 왔는데, 에펠탑 식당에서 식사하긴 좀 오버지만 차 한잔은 마시고 가도 되지 않을까?"
"그래. 몸도 좀 뎁히고 좀 쉬었다 가자."
언제쯤 돈 걱정 안 하고 가게를 쉽게 들어갈 수 있게 될까요.(아마도 다음 생애엔??)
큰맘 먹고 들어가 봅니다.
지레 겁먹고 들어오긴 했는데, 생각보다 그렇게 비싸진 않습니다.
그래도 싸진 않기에, 딱 쉬었다 갈 만큼만 시켰습니다.
맥주 한 잔에 크레프 한 장.
크레프 5유로, 맥주 한 잔 7유로, 컵 보증금 2유로였습니다.
다 마시고 컵 돌려주면 보증금은 돌려줍니다.
싸지 않은 금액이지만 장소와 전망가격이 있으니 터무니없이 비싸다고 생각되지도 않네요.
이렇게 에펠탑에서 좋은 전망 바라보며 누이랑 맥주 반 잔에 크레프 즐겨본 기억도 챙겨왔잖아요.
에펠탑의 내부 관람시각은 밤 11시까지 늦게 운영합니다만, 유독 이 시간(당일 18:48)엔 사람들이 쏴악 빠져나가던 시간이었습니다. 정말 진귀한, 관람객이 없는 1층 전망대 사진도 남겨봅니다.
올라오면서는 분명 "우와~" 했었던 전경이었는데 꼭대기에서 보고 내려오니 감흥이 영~~~
계단 출구로 나왔습니다.
드디어 지상입니다.
발이 땅에 닿아야 느껴지는 안정감이 있긴 하죠.
지금 보아도 너무나 웅장하고 아름다운, 완공 136년(2025년 현재기준)이나 된 철탑 구조물 에펠탑.
누나랑 애들처럼 해보는 에펠탑 사진놀이.
낮이랑 밤이랑 또 다른 느낌.
19시 정각입니다.
때마침 다시 찾아온 반짝반짝 불빛쇼 시간입니다.
역시 반짝반짝쇼는 동영상으로 봐야...
짧지만 한 클립 또 찍어왔습니다.
휴우......................
정말 역대급으로 힘들었던 포스팅이었습니다.
인터넷이 안 되는 건 아닌데, 주말 간 파키스탄 인터넷 사정이 안 좋아져서 너무 많이 튕겼어요. 대체 똑같은 사진을 몇 번 다시 올리고 똑같은 이야기를 몇 번을 다시 쓴 거야...
오늘 글은 연결이 조금 매끄럽지 못한데, 키보드 잡고 한 번에 써 내려가지 못해서 그래요.
어느 정도 글을 쓰고 "저장" 버튼 눌렀는데 떠 버리는 저 공포.
혹자는 "워드에 저장했다 붙여 넣으세요"라고 조언을 주시는데, 그건 '글만' 쓸 때 가능한 거지, 이런 여행기처럼 사진에 설명을 다는 글은 그렇게 따로 쓰는 게 정말 불편해서요. 사진 편집도 글쓰기의 일부라 사진 따로 글 따로가 안 된다구요.
암튼 정말 많은 에너지가 투입되었던 역대급 포스팅이었습니다. ㅠㅠ
포기할 뻔했어요.
누가 쓰라고 시킨 것도 아닌데 힘들다고 징징거려 봤습니다. 셀프 투정. 셀프 위로.
※ 다음 이야기 : 샤요 궁에서 다시 본 에펠탑 야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