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 봐도 밤에 봐도 언제 봐도 예쁜 에펠탑
(이전 이야기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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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1월 15일 금요일.
프랑스 파리에서 이틀차.
몽마르트르 Part I편에서 카페 가서 아침 먹고 테르트르 광장(Place du Tertre) 둘러본 다음, Part II편에서 살바도르 달리 미술관 갔다가 도자기 미술관 갔다가 라 메종 로즈 보고 난 이후, Part III편에서 포도원, Cabaret Au Lapin Agile, 벽에 갇힌 남자 조각상, 물랭 드 라 갈라뜨 식당 구경하고 난 다음, Part IV편에서 왈라스 분수대, 아멜리에 마트, 사랑해 벽 보고 난 이후, 화려함의 끝판왕, 오페라 가르니에 관람하고 온 다음, MURPHY'S HOUSE라는 아이리시 펍에서 점심 먹고 배 채워서 에펠탑 올라갔다 다시 내려온 다음, 곧장 샤요 궁 가서 야경 보고 온 이야기.
에펠탑에서 내려온 당일 19시부터의 이야기.
이만하면 에펠탑 이야기는 지겨우니 이제 고만하시죠 이야기가 나올 것 같기도 하지만, 이미 보고 온 걸 안 봤다고 할 수도 없고 어찌하렵니까. 오늘만 넘기면 나중에 개선문 가기 전까진 에펠탑 한동안 안 나오니 안심하셔도 됩니다.
반짝이 에펠탑도,
안 반짝이 에펠탑도 볼 때마다 예뻤습니다. 저 섬세한 철강 트러스의 예술적 조합이라니. 진정 공학과 예술의 만남이란 생각이 듭니다. 예술의 도시 파리에 잘 어울리게 공학적으로 아름다워요.
지상세계에서 다시 만난 바토 파리지앵 선착장입니다.
예쁘긴 한데, 아, 어째 좀 이질적입니다. 저는 조금 전까지 천상계 사람이었거든요. 쉽게 팍팍 모드 체인지가 잘 안 됩니다. 그 새 거만해저서리 아랫것들은 이렇게 바라보고 사는구나 싶습니다.
그건 그거고, 내일은 새벽에 나가야 하니 오늘은 집에 일찍 갈래요.
그렇다고 바로 들어가자니 조금 허전한 느낌이 드니까, 바로 앞 샤요 궁 앞에 가서 야경 한 번만 더 보고 가요. 이번 여정 중엔 샤요 궁엔 다시 올 일 없으니까요.
샤요 궁 광장(정식 명칭은 트로카데로 광장)에 다시 가는 이유는 하나뿐입니다. 멀리서 온전한 에펠탑 야경 보려구요.
아래 저 집, 엄청 비싼 노점인데 줄 긴 거 봐요. 비쌀만합니다. 그래도 다 사니까요.
울 누이를 모델 삼아 에펠탑 야경을 몇 장 건져봅니다.
에펠탑만 좀 깔끔하게 찍고 싶지만, 장소를 독점하지 않는 다음에야 쉽지 않겠죠.
코로나 시절, 아침 일찍 오면 이 광장에서 정말 아무도 없는 사진을 건지는 데 성공했다는 무용담을 인터넷 블로그에서 보긴 했지만, 그게 뭐, 그리 중요한 건 아니니까요.
낮에 봐도 밤에 봐도 존재감 확실하고 예쁨예쁨하던 에펠탑이었습니다. 사진에도 눈에도 오래오래 담아보고 왔어요.
그냥 야경만 보고 떠나기엔 남는게 없으니 지리 역사 공부를 조금 해 봅시다.
이 일대가 트로카데로 광장으로 불린 이유는 1823년 8월 31일 프랑스 원정군이 스페인 카디스의 트로카데로 요새를 점령함으로써 스페인 공화정을 무너뜨리고 페르난도 7세의 왕위를 되찾은 사건을 일컫는 트로카데로 전투를 기념하기 위해 붙은 이름이라고 합니다. 스페인 사람들은 기분이 좀 안 좋을 것 같아요. 타국에 자국의 지명이 붙은 광장이 있는데 그게 자국 군대가 패해서 그런 거라니. 임진왜란 때 일본군이 한양을 점령했다고 일본땅 어디에 그걸 기념해서 한양 광장이 있다고 생각하면 저는 영 기분이 안 좋을 것 같거든요.
샤요 궁 뒤쪽으로는 에펠탑을 마주하고 서 있는 기마상이 하나 있습니다. 이 기마상은 제1차 세계대전 당시 프랑스군 총사령관이었던 포슈(Ferdinand Foch) 장군이라고 합니다. 가만 고개가 갸우뚱. 이 기마상은 트로카데로 전투랑은 아무 상관이 없네요. 암튼 그렇다고요.
내일은 새벽같이 길을 나서야 하니 이것저것 간식을 미리 사 두려고 monop이라는 마트에 들렀습니다.
뭘 샀나 영수증 보고 복기해 봅시다.
정작 물품을 안 찍어놨네요.
도리토스(옥수수칩 스낵) 2.75유로
베트남 치킨 랩 2개들이 5.45유로
트윅스, 킷캣 등 초코바 총 6개 2.2+2.2+2.98유로
하이네켄 맥주 500cc 2캔 5유로
3D 치즈스낵 1.75유로
1.5리터 생수 1.1유로
1리터 자몽주스 3.35유로
사과 4개 1.75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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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계 : 28.53유로(=약 4만 3천원)
* 느낀점 : 프랑스 파리는 마트 물가도 싸진 않다. 그나마 사과는 좀 덜 비싸다.(한 알에 대충 7백원)
내일은 새벽부터 베르사유 궁전 가는 날이거든요.
브런치 먹을 새도 없을 테니 가는 길 기차에서 먹으려고 간식 조금 미리 챙겼습니다.
이제 호텔로 돌아갑니다.
지하철은 무서우니, 시간이 좀 더 걸려도 버스를 탔어요. 직행이 없어 한 번 갈아탔는데, 갈아탄 곳에서 마침 눈에 매우 익은 건물이 들어옵니다. 개선문이군요.
오늘은 쫌 피곤하니, 내 다음에 다시 와 주겠어. 기둘려. 기둘려.
암튼 대충 기다렸다가 버스타고 호텔로 가서 마트표 치킨 랩이랑 맥주랑 저녁 삼아 먹고 정말 모처럼 일찍 잠들었습니다.
휴우. 만만치 않게 길었지만, 그래도 무탈했던 2024년 11월 15일 금요일, 파리에서의 하루 이야기는 여기서 마무리. 끝.
※ 다음 이야기 : 드디어 다음날! 베르사유 궁전 탐방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