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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사유 궁전 찾아가는 길

feat. 베르사유 시청

(이전 이야기에서 계속)


https://brunch.co.kr/@ragony/541


2024년 11월 16일 토요일(드디어 다음날!).


파리 여행 사흘차. 총 여정 8일 차.

파리 근교에 있는 베르사유 궁전 찾아가는 이야기.


당일 아침 7시부터의 이야기.




런던에서 그랬던 것처럼, 오늘부터는 "파리 뮤지엄 패스" 시작일입니다.


파리에서의 여정이 좀 더 길어서요, 4일권을 미리 구매했습니다. 첫 개시한 시각으로부터 96시간 동안 뮤지엄 패스 협약된 관광지를 무제한 다닐 수 있는 티켓이에요.


인당 한화 12만 9천원에 결재했습니다. 여러군데 많이 보려면 이 편이 훨씬 싸고 결제하기도 편해요.


첫 목적지는 베르사유 궁전!


사람들 몰리기 전에 여유있는 관람을 하려면 빨리 움직여야 합니다. 베르사유 궁전은 9시에 개장하지만, 파리 시내에서 거리가 좀 떨어져 있어요. 호텔에서 아침 7시부터 길을 나섭니다.


파리에서 베르사유 궁전 가는 방법으론 RER C라인 철도 이용하는 방법, 버스로 가는 방법, 베르사유 궁전 전용 셔틀버스 타는 방법, 일일 가이드투어 이용하는 방법 등 다양한 방법이 있지만, 저는 제일 무난하고 저렴한 RER C라인 이용하기로 했습니다. 이미 나비고 위클리 전 구간권을 질러놔서 추가 교통비용도 안 들거든요.



구글신께 물어보니 4호선 지하철 10구간 14분이 걸리고, RER C라인 38분이 걸린다고 친절하게 안내해 줍니다. 모르는 게 없는 구글신. RER C 베르사유 역 하차 후엔 약 1km, 16분 걸어가야 합니다.


대충 1시간 20여분 걸리는 여정인데, 여기에 1.5 정도 곱해줘야 여유있는 시간이 됩니다. 기다리는 시간, 헤매는 시간, 중간에 숨 돌리는 시간도 넣어줘야 하니까요.


호텔이 있는 Barbès - Rochechouart역에서 4호선을 타고 북역 방향으로 10개 정류장 뒤의 Saint-Michel Notre-Dame역에서 내리면 RER C 환승역이 있습니다. 일단 출발.



RER C역이 전철역과 이어져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연결통로를 못 찾았습니다. 좀 귀찮지만 밖으로 나갔다가 다시 방향을 잡아봐야겠어요.


7시 31분, 아직 해뜨기 전입니다.

밖에 나가니 생 미셸분수(Fontaine Saint-Michel)라는 유명한 분수대가 보이는군요.


라틴 지구의 활기 넘치는 생 미셸 광장에 위치한 생 미셸 분수(Fontaine Saint-Michel)는 파리의 매력과 역사적 중요성을 눈에 띄게 상징합니다. 나폴레옹 3세 통치 기간인 1860년에 지어진 이 분수는 오스만 남작(Baron Haussmann)의 파리 도시 개조 공사의 일환으로 가브리엘 다비우드(Gabriel Davioud)가 디자인했습니다.

분수의 중심에는 용을 물리치며 악을 물리치는 대천사 성 미카엘의 인상적인 조각상이 있습니다. 이 드라마틱한 묘사는 복잡한 조각, 우아한 기둥, 흐르는 물에 둘러싸여 있어 움직임과 삶의 느낌을 만들어냅니다. 분홍색 대리석과 녹색 청동 디테일이 웅장함을 더해 19세기 예술의 뛰어난 작품으로 거듭납니다.

생 미셸 분수(Saint-Michel Fountain)는 단순한 시각적 걸작 그 이상입니다. 현지인과 관광객 모두에게 인기 있는 만남의 장소입니다. 센 강과 노트르담 대성당에서 단 몇 걸음 거리에 있는 이 호텔의 위치는 카페, 서점, 역사가 가득한 활기 넘치는 라틴 지구를 탐험하기 위한 완벽한 출발점이 됩니다.

- 구글맵, 지역가이드 Ufuk Yüksekkaya 리뷰 가져왔습니다.


아침부터 물을 뿜고 있는 중세 유럽풍 분수대, 좋습니다만, 왜 이런 유서 깊은 곳까지 낙서를 해 놓은 걸까요.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암튼 분수대가 중요한 게 아니고 다시 RER C 역 입구를 구글신께 물어보고 잘 찾아 들어갔습니다. 한 10여분을 헤매었던 것 같네요.(그래서, 안 가본 초행지는 늘 이동시간에 여유를 두고 가셔야 합니다.)


찾긴 찾았는데 이 방향 맞나? 아닌가? 맞나? 아닌가? 이 쪽? 반대쪽?

영어도 아니고 프랑스어인데 모르겠습니다......ㅠㅠ....만, 종착지가 Versailles Château라고 안내되어 있네요. 잘 찾아왔습니다.



RER C 라인 타고 갈 때 주의사항.

아래 노선도 보면 아시겠지만 서쪽으로 향하는 RER C라인의 종점은 3곳입니다. 방향 같다고 무턱대고 탔다간 다른 종점으로 갈 수도 있으니 반드시 종점방향 확인하고 타셔야 해요.


RER C 기차는 수시로 오긴 하지만, 도심 지하철만큼 자주 오진 않으니, 미리 탑승역의 정확한 배차시간을 확인해 보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대충 15~20여 분마다 한 번씩은 오는 것 같아요.


탑승장 스케치샷 남겨봅니다.


반대편 방향에 열차가 들어옵니다. 큼지막한 2층열차네요. 미국 갔을 때 타봤던 암트랙이 생각납니다.



도착해서 4분 기다렸더니 딱 제 시각에 베르사유 궁전 행 기차가 들어왔습니다.

무난히 탑승.

RER C 열차는 큼직한 덩치대로 실내가 넓습니다. 좌석은 2+3 마주 보기 배열이고요.



기차간에서 먹는 오늘 아침은 어제 마트에서 샀던 Lay's 3D's Bugles입니다. 맛도 모양도 꼬깔콘이군요. 참고로 뷰글(Bugle)은 나팔이란 뜻입니다. 마침 출출할 때 쓰고 있자니 배고픕니다. ㅠㅠ 언제나 먹는 이야긴 위험해요.


도착했습니다. Saint-Michel Notre-Dame역에서 Versailles Château 종착역까지는 대충 40여분 걸립니다. 창 밖 풍경도 보고 간단한 아침 먹으며 오기 지겹지 않은 시간입니다.



역사 예쁘장합니다. 역사 벽면에 붙은 작은 양면시계와 벽면에 장식된 아기천사상 사진이 유럽감성을 더하는군요.




아랜 뉘 댁인데 이리 예쁜감?


조사해보니 베르사유 시청이라고 합니다.

1898~1900년에 네오-루이 13세 스타일로 재건축된 베르사유 시청은 유명한 궁전에 걸맞은 웅장함을 풍깁니다.
베르사유 궁전 바로 맞은편에 위치한 우아한 오스만 스타일로 디자인된 아름다운 건물입니다. 고전적인 건축물은 궁전의 웅장함과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며, 안으로 들어가기 전부터 한눈에 볼 수 있는 광경을 선사합니다. 복잡한 석조물과 대형 창문을 갖춘 건물의 섬세한 외관은 파리지앵의 세련미를 불러일으킵니다. 이처럼 명망 높은 위치에 서서 역사와 베르사유의 화려함으로 둘러싸인 독특한 매력을 선사합니다. 멀리서 감상하든 내부를 탐험하든 이 건물은 이 지역을 방문할 때마다 즐거운 추가 요소가 됩니다.

- 구글맵 리뷰 부분발췌

https://maps.app.goo.gl/6ehUv3vSNHKoU6516

베르사유 시청에서 운영하는 고풍스러운 홀에서 결혼식을 할 수도 있다고 하는군요.

궁금해서 구글에서 살콤 찾아봤습니다. 이런 곳에서 결혼식을 올리면 특별할 것 같긴 하지만 한국인은 한국 스타일로 결혼식 하는 게 맞지 않나 생각합니다.

이왕이면 고궁이나 오래된 넓은 한옥에서 전통 예식을 올리면 더더 뜻깊지 않을까요. 저도 서양식 공장형 웨딩홀 결혼식을 하긴 했지만, 국적도 전통도 없는 현대의 한국식 결혼식에 대해선 좀 생각을 해봐야 하지 않나 싶네요. 과거엔 무조건 서양식이면 고상하고 우아하고 고급스럽다고 느끼던 시절이지만, 이젠 한국문화가 더 자랑스럽고 트렌디한 시절이 되었잖아요.

시간이 허락되는 분들은 이 예쁜 시청 건물과 시청 부속 정원을 둘러보는 것도 좋은 관광일정이 될 수도 있겠지만, 바로 앞에 베르사유 궁전이 있는 관계로, 암튼 시청은 껍데기만 보고 패스. 보기는 봤다에 의의를 두고...




역사에서 궁전까지는 대충 1km 정도 됩니다. 주변 거리풍경 즐기며 살살 걸어오기엔 그리 멀진 않습니다만 아침 이른 시간이라 문을 연 빵가게가 안 보이네요. 원래 먹거리를 좀 사다가 궁전 내 정원으로 피크닉을 가려고 했는데 안에서 사 먹기로 하고 그냥 들어갑니다.


궁전이 보이네요. 궁전 앞 어마어마하게 넓은 광장. 아직 한참 더 가야 합니다.

한여름엔 땀 좀 흘릴 각오하고 가셔야 할 듯.



궁전을 마주 보고 있는 도로의 풍경입니다. 잘 뻗은 도로에 관리 잘 된 가로수들.



태양왕 루이 14세의 기마상.


https://namu.wiki/w/%EB%A3%A8%EC%9D%B4%2014%EC%84%B8


절대권력 절대왕정으로 매우 유명하신 분이지만 그에 걸맞은 대단한 통치업적이 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절대권력은 절대부패한다"는 격언처럼, 왕권이 너무나 강력했던 프랑스에서 가장 먼저 민주주의 혁명이 발생했던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국민들이 얼마나 화딱지가 났으면 모시던 군주 목을 뎅강 해버렸겠냐고요. 그러니까 잘해줄 때 잘하자...



뭐 어쨌든 그건 그거고 이렇게 큼직한 기마상이 이 넓은 광장에 홀로 있는 걸로 봐선, 프랑스 국민들이 이 분을 미워하진 않는 듯. 우리나라 세종대왕님은 수많은 위대한 업적으로 후대로부터 길이길이 존경받고 계시지만 역대 선왕들이 모두 존경받는 건 아니잖아요.


광장을 가로질러 궁전으로 들어갑니다. 처음 보이는 관문이 나오네요.

와아, 정말 궁전 정말정말 크군요. 이렇게 멀리서 찍어도 카메라 프레임에 다 들어오지도 않음.



궁전으로 들어가는 첫 관문. '명예의 문-Honor Gate' 입니다.

금빛과 검정이 섞여있어 매우 고급스러운 느낌이 드는 문입니다.

파워포인트 발표를 고급스럽게 하고 싶으면 검정바탕색에 황금빛 폰트를 적절한 디자인 섞어 쓰라는 디자인 가이드가 생각이 났습니다. 그런 느낌이 다 이런 배경에서 학습되는 사회적 결과물이겠죠.



여길 통과하면 2차 광장이 나옵니다. 여전히 입구까지 가려면 멉니다.

2차 광장의 이름은 'Cour d'Honneur-쿠르 도뇌르'입니다. 번역하자면 '명예의 광장' 쯤 되겠네요.

여행객은 일단 다리가 튼튼해야 해요. 저 입구까진 걸어가는 것 말고는 이동수단이 없습니다.



기념샷 살콤 남기고, 씩씩하게 걸어가 보겠어요.



황금빛 정문 앞에 줄이 벌써 서 있길래 저게 입장줄인가 했는데 아닙니다. 단체 중국인 관광객들이 정문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줄이군요.


진짜 줄은 요 왼쪽의 줄입니다.


저는 9시 입장을 예약했고, 사진이 찍힌 시각은 8시 42분이었습니다. 오픈런 하시려면 최소 30분 전에는 도착해서 줄을 서심을 추천드려요. 이때쯤에는 실시간으로 줄이 팍팍 길어지고 있었습니다. 주변 돌아보고 즐기고 할 사이도 없이 저희도 줄 서기 바빴습니다.

아참, 한 가지 더. 파리 뮤지엄패스를 구매하셔도 공식홈페이지 들어가셔서 입장 예약은 따로 하셔야 합니다. 뮤지엄패스 구매하며 돈을 내고 + 별도로 방문시간 예약하고. 셀프 여행객은 공부를 안 할 수가 없어요.


티켓가격 0유로의 예약증. 파리 뮤지엄패스 돈 낸 건 낸 거고, 시간 예약은 따로 해야 함.


구글에서 항공뷰를 긁어와 봤습니다.

평상시 입장줄이 얼마나 긴지 한 번 보시라고...

저흰 이런 상황에 비하면 줄 섰다고 하기도 어렵네요. 쉽게 들어갔습니다.



자자, 암튼 무난히 입장.

줄 서고 보안검사 받고 표검사하고 여기 딱 들어와서 사진 찍은 시간이 09시 06분. 이만하면 새벽부터 동동거리고 와서 오픈런 시간 잘 맞췄습니다. 뿌듯합니다.



궁전 입구 중정(Royal Courtyard)엔 번쩍이는 스테인리스 스틸로 제작된 달리는 말 조형이 하나 있네요.

일견 로봇 같기도 하고 현대적 조형미이지만 고풍스런 베르사유 궁전과 한편 또 잘 어울립니다.



왕가의 안뜰(Royal Courtyard)과 연결된 이곳은 대리석 안뜰(Marble Courtyard)입니다.



저희 뒤로 관광객들이 실시간으로 쏟아져 들어옵니다.

살살 마음이 급해집니다.

저희가 이 안마당 잘 보려고 새벽부터 찾아온 거 아니거든요.

일단 먼저 갈 데가 있어요. 사람 붐비기 전에.



중정 제일 안쪽의 건물로 바로 직행해서 '거울의 방'으로 가려고 시도해 봅니다만, 문지기 보안요원이 길을 막아서는군요.



"저희, '거울의 방' 가려는데요? 여기서 올라가면 안 되나요?"


"안 됩니다. 지정 관광루트만 이용하세요. 다른 분들 다 가는 저쪽으로 가셔서 길 따라가시면 이어집니다."



넓디넓은 베르사유 궁전인데요, 관광객의 동선은 지정 일방로입니다.

포기하고 보안요원 말 듣기로 합니다.


늦으면 안 됩니다.

사람 붐비기 전에 '거울의 방'에 가서 사진찍어야 한다구요.


일단 직진.







※ 다음 이야기 : 베르사유 궁전 '거울의 방'에 오픈런 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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