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방문하게 된 선물 같은 일정
2024년 11월 16일 토요일.
https://brunch.co.kr/@ragony/551
파리 여행 사흘차. 총 여정 8일 차.
파리 근교에 있는 '베르사유 궁전' 찾아가서 궁전 내부 탐방한 후 정원 한 복판에 있는 대운하(Grand Canal)에서 사진 찍고 노닐다 베르사유 큰 별궁 '그랑 트리아농(Le Grand Trianon)' 및 작은 별궁인 '쁘띠 트리아농(Petit Trianon)' 관람 후, 곤봉을 들고 있는 미지의 6지 생물 조각이 있는 '사랑의 신전'을 잠시 보고 '왕비의 촌락'에 가서 경치 즐기고 온 다음에 '왕실마차 박물관' 관람 마치고 'Sushi Royal'이란 일식집에서 점심 겸 저녁 먹고 베르사유 시장 및 일대 상가 구경하고 L라인 타고 라 데팡스 이동해서 크리스마스 마켓 구경하고 온 이야기.
당일 18시 40분부터의 이야기.
베르사유 오른쪽 역(Versailles Rive Droite)에 도착했습니다.
'바이바이 베르사유.
우리 다시 만날 날이 있을까?
아마 없을 거야. 나는 다음엔 새로운 세상에 갈 거거든.'
보라색 L라인을 타고 라 데팡스(La Défense)역에 내렸습니다.
https://namu.wiki/w/%EB%9D%BC%EB%8D%B0%ED%8C%A1%EC%8A%A4
라 데팡스는 고층빌딩이 즐비한 파리 신 시가지입니다.
파리는 면적도 좁은 데다 워낙에 고도시라 현대적 업무시설을 지을 땅이 없었다고 해요. 그래서 파리 외곽 근교에 현대적 빌딩이 가득 들어설 수 있는 신 시가지를 조성했죠. 한국으로 치면 판교 신도시쯤 된다고 치면 이미지가 비슷할 듯합니다.
여기 온 이유는 따로 있는데요...
전철역 내려서 지상에 올라오자마자 어랏? 이게 뭔 일???
그란데 아르슈 빌딩 바로 앞에 위치한 레 데팡스 광장 전체에서 크리스마스 마켓을 열고 있지 뭐예요? 오홋~ 이건 계획에 없던 일인데???
네네. 유럽에 겨울철에 여행을 가면 크리스마스 마켓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답니다.
열리는 시기는 거의 동일한데 국가별로 조금씩 조금씩 그 맛도 달라요.
일단 들어가 보겠습니당. 홍홍. 재밌겠당.
MARCHE ARTISAN? '장인 시장'쯤 되는 단어인가 봅니다.
좀 더 감수성을 치면 '장인들의 명물 거리'쯤?
일단 들어가 봅시당.
엄청난 사이즈의 누가 캬라멜. 맛보고 가라면서 조금 잘라 주셨어요. 시식만 하고 못 사드려서 죄송해요, 주인아저씨. 대신 홍보해 드릴게요...
다양한 장신구 머리핀 팔찌 리본 등등 화려하네요.
골라골라 초콜릿 상점이네요.
조금만. 아주 조금만 골라봅니다.
조금만 고르다 말고 후회했어요.
비쌉니다. 생각보다 많이.
그니깐, 요 한 줌 골랐는데 15유로. 요 사탕같은 개별 소포장 하나에 2천원 쯤 된단 소리네요.
요즘 카카오 가격이 금값이라긴 해도 마트 판매 공장 초콜릿 대비 두 세 배쯤 더 비싼 가격입니다.ㅠㅠ
그래도 기분이니까. 네네.
고기 굽는 냄새는 지나가는 많은 사람들을 잡아세웁니다.
아, 또 뭔가 꼭 먹어보고픈 게 보여요.
뱅쇼를 끓여 컵 판매를 하고 있네요.
프랑스까지 왔는데 뱅쇼 한 잔 안 마시고 갈 수는 없지요. 딴 건 몰라도 이건 마셔야지.
누이랑 제 꺼 두 잔 주세요.
헉. 그런데에... 가격이. 가격이....
잔 당 7유로. 단 컵 보증금은 1유로. 그래서 6유로(한 잔 9천원).
아니 6유로면 저가 와인 한 병을 통째로 살 수도 있는 돈인데 너무하네...
그래도 기분 좋게 샀으니 스탠드 테이블 자리 잡고 호호 불어가며 마셔봅니다.
https://namu.wiki/w/%EB%B1%85%EC%87%BC
뱅쇼는 포도주에 계피나 과일을 넣고 끓인 음료입니다.
겨울에 주로 마시는 프랑스 전통음료죠.
어쨌든 좀 비싸긴 했지만 '프랑스'에서 '겨울'에 '밖에서' 호호 불어가며 뱅쇼 마시고 왔으니 그만큼 감성 값어치는 한 겁니다.
비싸게 주고 사서 마셔서 그런가 한 모금 한 모금이 매우 소중하게 맛있습니다.
달고 신, 따뜻한 적포도주 맛인데 알코올은 끓이며 휘발되고 거의 없었습니다.
음. 그래. 암튼 딱 상상한 그 맛이었어.
그래도 한 잔 Max 4유로 예상했는데 늘 예상은 저만치 벗어나는군요... 비싸요.....
가설된 실내 포장마차도 있습니다.
어, 저거 탈바가지는 꽤나 한국적일세?
싱잉볼도 팔고 꽤나 동양적인 샵도 있어요.
견과류도 볶아 팔구요.
형광빛 장식품들.
오래된 음반도 팔고.
중동풍 향초 램프도 팔고요.
전 세계 공통 겨울간식 군밤도 있습니다.
빼곡하니 예쁜 피규어들.
중간중간 LED 트리 만들어서 분위기 내고 있고요.
암모나이트 화석도 팔고, 흑수정도 팔고.
와, 정말 안 파는 게 없네요.
와플 가게입니다. 아빠랑 나온듯한 장사하는 딸내미가 너무 귀엽고 예뻤어요.
이 집은 가방가게 같은데... 아직 디스플레이를 덜 하셨네...
고소한 냄새 팍팍 풍기는 빵가게!
역시 이런 야시장엔 먹는 게 최고죠.
정말 큼직한 크레프를 부치고 계시는군요.
곳곳에 이렇게 스탠드 테이블이 있습니다. 회전율 좋고 치우기 편하고.
아, 따끈한 크레프 맛있겠당...
만두가게.
동양인인가? 현수막에 티벳이라고 적혀있네요. 티벳 음식인 듯.
엄청난 사이즈를 자랑하는 소시지들.
살살 익혀 감자 치즈랑 섞어 종이곽에 담아서 팔았어요.
냄새 좋았습니다.
캬라멜 상점이구요.
군데군데 실내 포장마차가 먹고 가라며 유혹하고 있습니다.
술인지 과일주스인지 모를 음료도 팔고요.
아니 여기서 카페트를??? 전혀 안 어울리는 상점도 입점해 있어요.
사탕가게 빠질 수 없고.
달고 기름진 튀김 탄수화물의 대명사! 추러스도 팝니다.
즉석에서 커다란 치즈 녹여서 치즈 파스타 만들어 주던 집.
초대형 가설천막으로 된 선물가게에 왔습니다.
에펠탑 도마도 참 예뻤어요. 아까워서 쓰겠나.
누나와 제가 수십 번 들었다 놨다 한 너무나 순진하고 착하게 생긴 토끼인형.
가격이 조금만 착했어도 업어왔을텐데.
결국 고이 올려놓고 왔습니다. 다시 봐도 아쉽네요.
바라보고만 있어도 마음이 평온해지는 아이인데.
11월 중순 ~ 12월 말까지는 유럽 어딜 가도 크리스마스 마켓을 만나실 수 있을 겁니다. 라 데팡스 크리스마스 마켓은 제가 다녀본 마켓 중 가장 규모가 방대한 마켓 중 하나였어요. 겨울의 라 데팡스엔 딴 거 안 봐도 이것만 보러 와도 충분히 목적달성은 하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릴 거라곤 0.1도 기대 없이 방문했던 곳이라 더더욱 선물 같은 일정이 되었네요.
원래 라 데팡스에 들른 이유는, 파리 3대 개선문 중 가장 크다는, 신 개선문-그란데 아르슈(Grande Arche)를 보러 왔거든요. 고건 다음 편에 마저 꺼내보겠습니다.
※ 다음 이야기 : 개선문 중에선 내가 대장. 신 개선문-그란데 아르슈(Grande Arch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