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어제보다 나은 오늘 May 29. 2022

"그림인 듯 사진인 듯 찰나의 느낌" 작가와의 인터뷰

 본 인터뷰는 자문자답 형식의 가상 인터뷰입니다.

 자꾸 진짜 그림이냐고 본의 아니게 낚시에 낚이는 분들도 늘어나고, 작품의 취지에 대해 공유하고 싶기도 하고, 스스로 셀럽이 된 기분도 한 번 느껴보고 싶기도 하고 여러 목적으로 써 봅니다.

 어느 정도 자뻑 모드로 쓰니까, 미리 알고 읽어주시면 좋겠구요, 악플은 정중히 사양합니다.


Q : 작가님 반갑습니다. 간단한 소개 좀 부탁드려요.

A : 브런치 필명 "어제보다 나은 오늘" 작가입니다. 반갑습니다. 한국에서 머나먼 파키스탄에 살고 있습니다. 회사에서 현지로 파견 나온 직장인입니다. 본캐는 "이번 생에 파키스탄은 처음이라" 매거진의 현지 생활수필 작가 겸 정치문화사회 해설가인데요, "그림인 듯 사진인 듯 찰나의 느낌" 매거진의 디지털아트 활동도 부업도 시작했습니다. 카테고리없이 막 쓰다가 그냥 집어넣는 글 창고인 "일상의 단상" 매거진도 시상이 떠오르면 부정기적으로 채워넣고 있습니다.


Q : 파키스탄은 생소한데요? 어떤 계기로 이 먼 곳까지 오게 되셨나요?

A : 아, 해외 승진 발령이 났어요. 세세한 이야기는 매거진으로 대신하고자 합니다. 너무 디테일하고 길게 쓴 나머지 아직 전편을 완독 해주시는 분들이 없더라구요.

https://brunch.co.kr/magazine/pakistan


Q : "그림인 듯 사진인 듯 찰나의 느낌"은 무슨 목적의 매거진인가요?

* 아래 글은 [1화, 시간의 흔적] 댓글을 가져와 재구성했습니다.


A :  브런치 삼매경을 하다 보니 그림 잘 그리는 작가님들이 또 그렇게 부러워 보였어요.

 나도 날마다 소회를 그려서 올려볼까? 하다가 제 재능에는 벅찬 일이란 걸 깨닫고 하던 거나 하자(=글이나 쓰자)... 했는데, 이번에는 또 사진작가님들이 보이는 거예요. 아, 브런치가 글만 쓰는 공간은 아니구나 배웠죠. 그런데 저는 사진작가도 아니고, 뭔가 일상을 찍긴 하는데 임팩트가 커 보이진 않고. 이래저래 궁리하다가 사진을 조금 리터칭 해보니까 의미 있는 느낌으로 변하는 것들을 공유하고 싶어 이번 매거진을 개설했습니다.


 사진을 찍을 땐 순간적으로 받는 느낌이 있어요. 그런데, 사진의 문제점은 제가 딱 받은 그 느낌의 시선 말고 다른 시선을 다 담아버리는 문제가 있지요. 나는 딱 저것만 보고 강한 느낌을 받은 건데, 그 사진을 남한테 보여주면 "응? 이게 왜?" 해버리는 거지요. 너무 디테일한 이미지 때문에 정작 제가 보여주고 싶은 걸 못 봐요. 그리고 그날의 냄새, 온도, 바람, 습도, 사람들 사이의 분위기, 연관된 기억 그런 것들이 종합적인 머릿속의 이미지를 만드는 건데, 이게 사진 한 장으로 전달되긴 어려워요. 사진작가님들이 그래서 위대하구나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사진을 리터칭 하다 보니 다른 장점을 깨달았어요. 사진이 너무너무 흔한 시대라서 사람들은 사진에 감흥 받기 어려워요. 어지간한 사진은 그냥 수많은 사진 중 하나일 뿐이죠. 그런데, 그림은 그렇지 않아요. 장면 구석구석 작가의 붓터치가 들어간 걸 알거든요. 그리고 그 작은 붓터치 하나하나에 의미가 있다는 것도 감상해 주시는 분들에게 일일이 설명 안 해줘도 알아요. 사진을 공유하면 전혀 눈길을 끌지 못하는 장면들이, 그림으로 바꿔서(정확히 말하면 그림처럼 바꿔서) 보여주면 첫 반응이 달라요. 장면 하나하나 구석구석에 집중해주시죠.


 그렇다고 모든 장면을 일괄적으로 하나의 AI 필터를 적용하진 않아요. 이것저것 해 보면서 그날 받은 느낌만 살리고 군더더기는 죽이는 효과를 찾아봅니다. 제가 디지털아트 전문가라면 한 번에 구상할 수 있겠지만, 저도 공부하는 단계라 사실 무슨 효과가 더 극적일지는 해보기 전에 저도 아직 잘 모르겠어요. 그렇지만 여러 시도를 해 보다가 딱 얻어걸리는 느낌이 들 때가 있습니다. 느낌이 오면 그 느낌을 어떻게 더 극대화할까 궁리하고 방법을 찾아서 다시 만들죠. 결과만 보면 사진 찍고, 필터 적용하고 올리는 거지만, 과정을 보면 작가의 고뇌가 당연히 반영되어 있습니다.


 이를테면, 이런 과정을 거치지요.

https://brunch.co.kr/@ragony/70


Q : 아니, 그럼 사진이라고 말을 해 줘야지, 이거 사기 아닌가요?

A : 아니 지금 저랑 인터뷰하시는 겁니까, 형사 고발하러 오신 겁니까?

 제가 그래서 매거진 제목도 일부러 "그림인 듯 사진인 듯"이라는 사족까지 붙여가며 힌트를 드린 거구요, 제1화부터 댓글로 창작 취지를 정확히 말씀드렸어요. 물론, 독자님들이 1화의 댓글까지 찾아보실 리 없는 거 알기 때문에 오늘 인터뷰를 준비하고 응한 거잖아요!!! 진짜!!!


Q : 작가님 진정하시고요, 알겠습니다. 올리신 작품 중에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이 있다면요?

A : 험험... "이상한 나라의 과일가게"가 가장 핫한 반응을 얻기는 했는데, 개인적으로는 "한국이 그리울 때" 작품이 가장 애착이 갑니다. 이건 아무래도 제가 여기 살아서 어쩔 수 없는 한국에 대한 향수가 있어 그런 걸 수도 있구요, 해당 작품의 세 번째 변형 사진인 꼬불꼬불 짜장라면이 완성된 사진에서 받는 심미적 아름다움의 영향도 있습니다. 단 세 컷으로 고향의 그리움을 압축적으로 잘 표현한 것 같아요. 사진을 흑백 세밀화로 변형한 작품인데, 작가의 뼈를 갈아 넣은 작품으로 유명한 "베르세르크"의 작풍과 유사한 느낌으로 참 잘 나왔어요. 세밀화로 번들거리는 면발의 윤기까지 단색 펜터치로 표현한 AI의 기교를 보며 저도 감탄했었더랩니다. 사진에서는 아무 감흥이 없는데, 스토리와 효과를 더하니까 작품이 되었어요.

https://brunch.co.kr/@ragony/56

https://brunch.co.kr/@ragony/57


Q : 올리신 작품은 다 직접 만드신 건가요? 어디서 긁어와서 복붙하신 거라도?

A : 아니 진짜 이 사람이. 작가를 뭘로 보나. 어? 내가 블로거지도 아니고 전문 낚시꾼도 아니고 내가 왜? 왜?


(아니 좀 진정하시고....)

 아니, 그러니까 좀 결례되는 질문은 이제부터 하지 맙시다. 예?

 험험.... 아아....

 "제게 힘이 되어주시는 작가님들께 드리는 헌정"은 원 작가님들의 브런치에서 원본 사진 소스만 가져왔고 "Prado Parade"의 인트로 재료로 쓴 인터넷에서 찾은 대통령 경호 퍼레이드 사진만 빼고 나머지는 모두 제가 직접 손수 찍은 사진들만 변형 가공한 사진들입니다. 변형 가공은 주로 스마트폰의 스케치 앱, 만화 앱, 그리고 폰 자체에 깔려있는 사진 편집 앱들을 병행해서 가공합니다. 딱 하나만 쓰지는 않아요. 조수나 협업작가 없이 모두 저 혼자 다 해요. 사실 그래서 허접하지만.


Q : 원래 예술 쪽에 조예가 있으셨나요?

A : 노노. 네버 에버. 공대 군대 현대(옛날 직장) 출신입니다. 저는 생계형 공돌이 직장인일 뿐입니다.

 예술 쪽으론 담쌓고 살고 있다가 불과 며칠 전부터 브런치를 통해서 다양한 드로잉 작가님들로부터 많은 영감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그냥... 나도 해볼까? 하고 즉흥적으로 시작하게 되었네요. 사실, 시작하게 된 계기도 처음에는 디지털아트 작가가 아닌, 1화에서 밝혔듯, "손톱에 시간이 쌓였네~"를 어떻게 표현하지 에서 시작했습니다. 모든 사진 후보정 툴들도 전문 교육을 받은 적 없구요, 그냥 독학으로 익혔습니다. 그래서 기능들을 다 모르겠네요, 아직도.


Q : 올리신 작품 중에 가장 고생하신 작품은요?

A : 단연 "Prado Parade" 작품입니다. 일단 사진 찍기부터 고난도 작업이었습니다. 당시 저는 Prado 1호 선두차에 타고 호송차를 뒤따르고 있었고, 뒤따라 넉 대의 Prado가 우연히 따르던 날이었어요. 사진기라고 해봤자 늘 들고 다니는 스마트폰이 다구요, 흔들리는 차 안에서 자동차의 후면유리창을 통해서 뒤따르는 넉 대의 차량을 한 프레임안에 느낌이 있도록 촬영해서 원본 느낌의 이미지를 건져야 스토리텔링이 가능한 작품이었어요. 아시다시피, 스마트폰 카메라는 저조도에서 셔터 스피드가 무척 느리고, 줌을 사용하면 화질 열화가 심해집니다. 장비의 문제를 제외하고도 넉 대의 차량을 한 프레임에 담으려면 곡선 도로에서 내가 탄 차가 막 곡선도로를 벗어나고, 나머지 차들이 곡선도로에 아직 남아있는 찰나의 시간에 사진을 찍어야 역동성도 살고, 한 프레임에 차량 넉 대가 다 담길 수 있어요. 말 그대로 찰나의 시간이 필요한 거죠. 직선 도로에서 촬영하면 첫 차만 나오고 뒤에 차는 당연히 안 나오죠. 곡선 도로에서는 차가 많이 흔들립니다. 좋은 사진을 찍으려 여러 번 노력했지만, 몸도 스마트폰도 흔들리고 결국 딱 만족하는 사진은 못 찍었어요. 지금 와서 생각하면 선루프를 열고, 차량 지붕에 상반신을 걸치고 촬영하면 훨씬 좋았겠다 생각이 들지만, 작품활동 하자고 목숨 걸 필요는 없잖아요. 어쨌든 사진찍고 후보정하고 편집하던 전 과정이 이 작품이 가장 힘들었는데, 상대적으로 그때의 영화적 느낌을 살리는 것에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고생은 고생대로 했는데 조금 아쉬워요.

https://brunch.co.kr/@ragony/60


Q : 후배 디지털아트 작가님들께 팁을 좀 드린다면요?

A : 사진을 변형하는 디지털아트는 무엇보다 원본 사진의 느낌이 좋아야 합니다. 실제 사진작가와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원본 사진이 맹하면 후보정을 어떻게 해도 그 느낌이 살지 않아요. 처음부터 이미지를 창조하는 드로잉 작가님이 아니고 사진을 재가공하는 디지털아트 작가님들이라면 사진을 느낌있게 찍고 순간적인 분위기를 포착하는 연습을 제일 먼저 하셔야 할 것 같아요.


Q : 바쁘신 시간 내어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작가님. 앞으로도 좋은 작품 기대할게요.

A : 주말인데 안 바빠요. 그래서 인터뷰한 거구요. 아, 죄송합니다 공석에서. 원래 말투가 좀 이래서. 재밌자고 한 말인데.

 스스로 디지털아트 작가가 된 이후부턴 오늘은 무슨 작품을 만들어볼까 오늘은 어디 가서 재료를 낚아볼까 늘 궁리하고 다닙니다. 모든 작품은 인고와 고뇌의 산물이지 하루아침에 뚝 떨어지지 않아요. 그런데 그런 창작 과정이 정말로 재밌네요. 주변 사람들도 재밌어하구요. 스스로 자존감도 많이 올라가는 것 같습니다.


 응원해주시는 만큼 더 많이 고민하고 연구해서 좋은 작품으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City of Mosques, Kotli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