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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제보다 나은 오늘 Jun 02. 2022

산불 진화용 소화기 개념 디자인

 올 들어 내가 직접 본 산불만 벌써 세 번째다.

https://brunch.co.kr/@ragony/75


 산 채로 불타는 나무들이 너무 안타까워서 최적의 산불진화장비를 구상해보았다.


1. 구상의 배경

 산불을 소화하기는 어렵다. 산불이 난 곳까지 물을 길어가기 어렵고, 1회용 소화기를 사용하자니 범위가 너무 광범위하고 비싸다. 통상 쓰는 대안이 잎이 무성한 촉촉한 나뭇가지를 꺾어다 불꽃을 "두드려 잡아" 끄는 식인데, 21세기 하고도 22년인데 뭔가 좀 신박한 방법이 없을까 해서 고민을 시작했다.


2. 소화의 원리

 나는 과학 전반을 무척 재밌어했던 공돌이 출신이라 이 정도는 안다. ㅡㅡv

 불이 나려면, 일단 탈 재료가 있어야 하고, 발화점 이상의 온도를 올려야 하고, 산소가 있어야 한다. 쓰다 보니 막 생각이 났는데 이것을 "연소의 3요소"라 한다.(역시 학창 시절 열심히 공부하길 잘했다. 언젠간 써먹는구나.) 그럼, 산불을 끄려면 뭘 어떻게 해야 하나?


 가. 탈 재료를 없앤다 : 산의 나무를 다 베어버리란 말인가? 불가능. (산불의 확산을 막기 위한 맞불을 놓거나, 방화지대 조성 목적으로 산불의 길목에 나무를 중장비로 일시에 제거해버리는 방법이 가끔씩 동원되기도 한다.)

 나. 온도를 낮춘다 : 영하의 추위가 오면 되겠네. 겨울까지 기다려? 역시 불가능. 대기압에서 100도 이상 올라가지 않는 물을 뿌리는 게 가장 간편하지만 산에 물이 어딨나. 없으니까 이 고민하고 있지.

 다. 산소를 차단한다 : 촉촉한 나뭇가지로 두드려 잡아 불을 끄는 게 사실 이 원리다. 아직 점화 온도까지 올라가지 않은 나뭇가지로 불꽃을 덮고 산소가 차단되면 꺼지는 것. 그런데 두드려 잡는 행위를 반복하는 것에도 매우 많은 근력 에너지가 필요하고, 어느 정도 반복이 되면 나뭇가지가 가열돼서 불이 붙어버린다.


3. 발명의 착상

 연소의 3요소 중 산소를 없애는 것에 집중해보자. 산소만 없으면 불이 꺼질 것 아닌가. 사실 산소를 차단하는 소화 방식이 특수화재에 쓰이는 CO2 소화기인데, 비싸기도 하거니와 이거 들고 산에 간들 몇 군데 쓰지도 못하니 큰 효용가치가 없다. 그래서 생각해본 것. 대기를 흡입해서, 산소만 추출해서 분리하고, 나머지 대기만 쏘아대는 에어건을 만들어 소화시키자. 개념도를 그리자면 이렇다.

다른 작가님들은 필체가 예술이드만, 나는 왜 이럴까.


 가. 대기를 휴대용 기기 안으로 흡입한다.

 나. 대기 중 산소만 추출한다.

 다. 산소는 섞이지 않도록 대기 중에 도로 방출한다. 단, 불꽃 반대 방향으로.

 라. 산소만 제거된 소화용 가스를 잘 겨냥해서 소화 지점에 방출한다.


대충 후딱 그렸습니다. By 갤럭시 노트.


 휴대용 블로워야 시장에 이미 많이 있으니 그거 조금만 개조하면 될 것이고, 흡입한 대기에서 산소를 제거하는 원리는 연구실 공돌이들이 알아서 찾을 것. 인류 역사상, 필요가 있는 기술들은 거의 대부분 개발에 성공했으니 이 정도쯤이야 금방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에필로그]

 음. 뻘짓에 너무 공을 들였나.

 하지만 내 철학상 세상에 뻘짓은 없다. 나는 내 생각을 구체적인 글과 그림의 기록으로 남기는 것 자체가 즐거웠고, 어쩌면 이런 생각이 그 누군가에겐 영감이 될 수도 있겠지. 그리고 아니 저런 하찮은 글도 다 쓰네?-라고 감명받은 독자님들의 브런치 진입 도전 장벽을 낮춰주는 역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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