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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제보다 나은 오늘 Jun 05. 2022

생활의 발명

귀를 끄는 기능

 듣고 싶지 않을 때 들리는 소리를 소음이라고 한다.

 누군가에게는 잔잔한 음악도 누군가에겐 시끄러운 소음이 될 수 있다.


 참 다행스럽게도, 나는 청력이 무척 좋고 귀가 예민한 편이다.

 좋은 음악을 싫어하지는 않지만, 좋은 음악보단 조용한 게 더 좋아서 사실 음악도 안 듣는 편이고, 순도 100% 내향인이라 타인과 떠들고 노는 것도 내 취향이 아니다. 워크맨, MP3 플레이어 등을 끼고 살았던 사람들은 청력에 손상을 입은 사람들이 많은데 나는 그렇지는 않다는 것에 안도감을 느낀다. 백색소음이고 뭐고 그냥 내내 조용한 곳에 있는 것이 마음이 제일 편하다.(그렇다고 0dB에 근접하는 극도의 적막함은 되려 귀가 먹먹해진다는 것도 모르고 있지는 않다. 그냥 일상에서 조용한 게 좋다는 이야기임.) 평생을 조용한 곳에서 조용하게만 살다 보니, 귀가 닳을일이 별로 없었던 모양이다.


 나도 어쩔 수 없이 나이를 먹는지라, 어렸을 때 대비해서 고주파음을 조금 못 듣는 것은 서운하긴 하지만, 대부분의 고주파음은 소음에 더 가깝기 때문에 크게 문제 될 것은 없다.


 올해 초 이곳 이역만리 타국 땅 파키스탄에서 코로나에 확진되어 열흘간이나 꼼짝없이 집에 갇혀있었던 적이 있었다. 격리기간 중 힘들었던 건 뭐니 뭐니 해도 칼로 찌르는듯한 인후통증이었지만, 그에 못지않게 힘들었던 게 이 아파트의 층간소음이었다. 가뜩이나 층간소음, 벽간 소음 심하기로 유명한 건축물인데, 내가 격리 중이었던 그 기간 동안에 위층 아파트가 인테리어 공사를 진행하는 거다. 내가 격리되기 전에는 낮에 집에 내가 없으니 위층이 공사를 하는 줄도 몰랐는데, 주중에 집에 있어보니 시도 때도 없이 드릴소리 망치질 소리 물건나르는 소리 등으로 소음이 끊이질 않았다.


 이거 원. 아이들이 뛰는 소리라면 올라가서 항의라도 하겠구만. 인테리어 공사는 어쩔 도리가 없다. 세상 조용한 거 좋아하는 내가, 그 기간에는 유튜브 스트리밍에 들어가서 클래식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있었는데, 그거도 잠깐잠깐이지 곧 귀가 지치고, 그런다고 윗집 소음이 묻히지도 않았다. 으아, 정말이지, 성향상 100% 내향인이라 격리기간 중 갇혀있는 건 크게 괴롭지 않았지만 소음을 들으며 견디는 것은 정말 힘들었다.


 한국에서도 심심치 않게 층간소음이 문제가 되어 폭력이나 살인으로 번지는 사회문제가 뉴스에 나곤 한다. 얼마나 괴로우면 저 지경까지 갔을까 내심 공감도 간다.


 사람은 필요성을 느끼면 그걸 쉬이 발명해내는 신기한 생물이라, 단순히 귀를 막는 귀마개에서 발전하여 요즘에는 노이즈 캔슬링이라는 신박한 기술을 여기저기에 적용한다. 외부에서 들리는 소음을 실시간으로 분석하여 반대 파장 소리를 만들어 들려줌으로써 소리를 상쇄하는 마법 같은 기술! 

 하지만 한계는 있다. 귀마개에 비하면 놀라울 정도로 뛰어난 소음 차단능력(사실은 소음 상쇄능력)을 보여주지만, 소리는 귀로만 듣는 게 아니고 머리뼈의 진동을 통해서도 들으니까 공기 파장을 뛰어넘어 머리뼈 진동까지 일으키는 큰 소음은 반대 파장을 아무리 만들어내도 여전히 차단하기 힘들다.


 가끔씩 귀 뒤의 스위치만 콕 누르면 소리 듣는 기능이 완전히 꺼지는 스위치를 상상해본다. 그러면 듣기 싫은 소음을 완전히 안 들을 수 있을 텐데. 필요할 때만 켜고 아닐 땐 끄고 하면 신체의 에너지도 절약될 거고. 단, 필요할 때 꺼 두었다가 끈 사실을 잊은 채 여기저기 돌아다니면 위험할 테니, 신체의 이동이 감지되거나 일정 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다시 스위치가 켜지는 기능도 포함해야겠다.


 귀 뒤에 붙이는 귀 On/Off 스위치를 발명해서 전국의 아파트에 나눠주면, 층간소음 문제가 좀 해결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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