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당탕탕 태교여행_1

불안불안 여행의 시작

by Amy

임신 전에 얼마나 바랬던가, 해외여행. 특히 난임휴직 기간에 교사는 해외여행을 갈 수 없기 때문에 그 마음은 더욱 커졌다. 시간적 여유는 생겼는데 그토록 좋아하는 해외여행을 못 가니까 손발이 꽁꽁 묶인 느낌도 들고. 그래서 어렴풋이 꿈꿔왔다. 임신하면 나는 꼭 태교여행을 가야지! 임신 기간에 사용할 수 있는 산전육아휴직기간에는 법적으로 해외에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주변에서 들어보니 20주가 제일 안정적으로 태교여행이 권장되는 시기라고 했다. 입덧도 끝나고, 그렇다고 배가 너무 불러서 거동이 힘들지도 않고.


막상 임신 후 특히 입덧의 소용돌이 속에서는 진짜로 입덧이 끝나긴 하는 건가 싶어 갈 수 있을까 싶기도 하고, 입덧이 끝난 후에도 임신 후에는 그전보다 많은 것들이 귀찮게 느껴져서 가지 말까 싶기도 했다. 육아용품을 찬찬히 알아보기 시작하고 나서는 이제 돈 쓸 곳이 많다는 현실 자각이 되어 더더욱 고민되었다. 이제 2명이 벌지만 3인분을 해야 한다는 것이 당연히 머리로는 알았지만 처음 와닿아서, 여행 갈 바에는 그 돈으로 애기용품을 스트레스 없이 구매할까 싶었다.


그렇게 고민하던 중 바깥순이인 나와 집돌이인 남편의 원래 성향에 반대되게, 웬일인지 남편이 출산 후에 아쉬워 말고 가자고 적극적으로 운을 띄워줬다. 흔치 않은 상황에 엉겁결에 예매하게 된 비행기 티켓! 역시 비행기 티켓만 끊으면 다음은 어떻게든 뭔가 진행이 된다.


여행지 후보로는 1. 비행시간이 길지 않은 곳 2. 음식이 잘 맞을 곳(입덧이 끝났어도 여전히 싫어하게 된 음식들이 꽤 많았고, 임신 전보다는 예민해진 후각을 고려하여) 3. (혹시 모를 돌발상황에도 대처가 가능할) 선진국 4. 이왕이면 따뜻한 곳 이라는 조건 하에 오키나와로 결정! 황금 같은 날씨를 자랑하는 동남아 또한 후보군이었으나 당시 위험한 소식들이 너무 많았고 혹시나 임신 중에 물갈이를 하면 너무 고생할 것 같아 이전부터 궁금했던 오키나와행을 선택했다.


비행기 티켓 이후 호텔 예약과 대략적인 일정을 짜놓고 나니 막상 왜 이리 또 불안한 마음이 드는지.. 비행기를 타는 게 정말 괜찮을지, 아기에게 무리가 되지는 않을지, 일본 공항은 꼭 말로 부탁해야 보안검색대에서 손으로 검사를 해주신다는데, 가서 아프면 어떡하지 등등 오랜만에 걱정인형이 되어 의사 선생님과 Chat GPT를 꽤나 귀찮게 했다.


주변에 이러한 소심한 불안을 나누니, 이 또한 하나님께서 너에게 허락해 주신 시간이라고 생각하고 감사하며 즐기고 오라는 따뜻한 말을 해주었다. 기도와 짐 싸기까지 준비를 마치고 드디어 공항 가는 날!


가장 짧은 동선으로 가고 싶어 청주공항 출발을 택했다. 남편은 임산부인 나를 배려하여 공항에 먼저 짐들과 함께 나를 내려주고 주차장에 혼자 다녀왔다. 그렇게 여유롭게 일본 가서 어떤 아기용품을 사 올까 검색하던 중, 드디어 체크인 카운터가 오픈되었고 우리는 여유롭게 향하려 했으나.... 갑자기 여권이 없다는 남편... 참 다행으로 주차하면서 차에 가방을 두고 왔다고 한다. 출발 전부터 오키나와는 따뜻하지만 우리나라는 추우니 두둑히 챙겨 입으라 잔소리를 했건만, 얇게 입고 온 남편은 결국 그 새벽에 주차장을 한번 더 뛰어갔다 오느라 볼이 새빨갛게 물들었다. 불안불안했는데... 출발부터 감기를 달고 시작한 남편 ^^...



그래도 좋다, 안전히 비행을 마쳤겠다, 오키나와 땅을 밟자마자 오키나와 소바까지 챙겨 먹었겠다, 태교여행의 성지인 아가짱혼포에 들러 우리나라에서 구하기 힘든 아기용품들을 자잘하게 구매했다. 임신 후 처음으로 남편과 아기용품을 함께 이모저모 떠들며 고르다 보니 행복이 마음에 퐁퐁 솟아올랐다. 원래부터 아기를 좋아했던 나로서는 아기용품 코너를 지나며 항상 우리는 언제쯤 이런 걸 사게 될까 하고 내심 부러웠는데.. 뱃속에 있는 샬로미와 함께, 샬로미를 위한 자잘한 용품부터 장난감을 고르니 그곳이 바로 천국이었다. 맘 같아선 매장을 더 쓸어오고 싶지만 정말 최소한으로 추리고 추려 고르고 나니 아뿔싸 벌써 다리가 아팠다... 평소에 여행 가면 2만 보는 기본으로 걷던 나인데 말도 안 돼... 19주쯤부터 배가 눈에 띄게 나오기 시작했고, 그 이후에는 그렇게 많이 걸은 적은 딱히 없다 보니 이렇게 쇼핑만 해도 다리가 아플지 몰랐다. 당황한 채로 주차장에 갔는데 설상가상으로 주차해 둔 곳이 기억나지 않았고, 오 마이 갓. 남편의 폰은 꺼져서 렌트한 차량의 번호조차 확인할 수가 없었다. 결국 나는 한쪽에서 앉아 기다리고, 남편은 30분을 뱅뱅 돌며 차를 찾았다.


고생 끝에 도착한 아메리칸 빌리지 근처의 첫날 숙소. 근데 이게 웬일.. 남편의 손에 들려있던 아가짱혼포에서 사 온 아기용품 더미가 보이지 않는다. 주차를 하고 호텔 입구를 찾느라 폰으로 지도를 보던 중 잠시 쇼핑백을 내려두었고, 그대로 놓고 왔다는 거다... 오키나와 거리 한복판에 버려져버린 우리의 소중한 아가짱혼포 쇼핑백........ 다행히 시민의식이 높은 일본이라 남편이 헐레벌떡 뛰어가 그대로 놓여있는 걸 가져올 수가 있었다. 남편의 감기가 임산부의 피로도로 한숨 낮잠을 자고 다음 일정을 시작하기로 한 우리, 불안불안하지만 아직 싸우진 않은 우리.. 이번 여행 괜찮을까..ㅎㅎㅎㅎㅎ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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