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주 차에 적은 기록
한때는 에너지가 많고 자주 방방 뛰는 사람이 밝은 사람이라 생각했다. 새로움으로 가득 찬 삶이 설레고 재밌는 삶이라 생각하고 이를 동경했다.
시간이 흐르고 특히 일을 하면서는 편안하고 안온한 일상 속에서 행복을 찾는 사람이 되고 싶어졌다. 마음이 단단한 사람들은 대개 루틴이 있어 보인다. 사람이든 취미든 공동체든 삶의 기댈 기둥들이 많아야 덜 무너지고, 설령 무너진다 해도 쉽게 일어나는 것 같아 보인다. 여전히 그런 사람이 되기를 꿈꾼다.
대체로 사람은 새로운 것에 설레니까. 그리고 설레는 것은 대개 떨림이나 긴장, 부담감이나 리스크를 같이 갖고 있으니까. 그래서 나이가 들수록 설레는 일이 별로 없다고 하는지도 모른다.
그래도. 안온한 일상에서 작은 행복들을 당연시하지 않고 감사하고 충분히 누리면서도. 종종 또 불편한 설렘이 찾아와 주는 삶이 제일 좋은 것 같다.
요즘 내 삶 속에서 불편한 설렘과 편안한 행복이 가장 맞닿아있는 부분은 단연 샬로미의 건강한 탄생을 기다리는 일이다.
벌써 내 배에 자리한 지 4개월이나 됐지만, 밥을 먹어도, 화장실을 갈 때도 함께 하지만. 아직은 태동을 활발하게 느끼지 못하는 시기기에 병원에 가 초음파를 볼 때에만 존재를 확인할 수 있다. 출산방법을 맘대로 선택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어떤 방식이든 출산은 생각할 때마다 여전히 무섭다. 병원에 갈 때마다 이것저것 늘 검사하고 피를 뽑을 때마다 긴장된다. 결국 아이가 무사히 건강하게 이 세상에 태어나야만 비로소 안심할 수 있겠지. 그 후 육아의 희로애락에 대해서는 벌써 자세히 언급하고 싶지도 않다. ㅋㅋ
그 어떤 일보다 긴장되지만 그 어느 때보다 설렌다. 귀찮음을 무릅쓰고 하나씩 애기용품을 알아볼 때도, 길 가다 갓난쟁이들을 볼 때도. 설렘과 기대가 몽글몽글 마음속을 가득 채운다.
설렘의 크기에 맞먹는 두려움과 긴장을 덜어주는 건 아이를 같이 기다리는 남편과의 안전한 일상이다. 매일 저녁식사 후 같이 산책을 하며 더뎌진 소화기능을 보충하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눈다. 기대와 계획, 걱정과 대책, 감사와 기도제목 등을.
매일 밤 자기 전 남편이 튼살크림을 발라주는 시간은 하루의 가장 큰 힐링이다. “오늘은 뭐 했니 또 수영을 했니 아빠는 뭘 먹었다 나오면 같이 뭘 하자” 태어난 후 아니 사실 초음파를 볼 때도 자기 목소리에 아기가 반응하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을 담은 시시콜콜한 태담. 아이의 건강과 안위, 끝까지 순산을 바라는 이모저모 디테일한 내용의 아빠의 기도. 튼살크림과 함께 하는 염원의 시간은 짧지만 나에게 가장 큰 안정감과 행복감을 준다.
엄마는 설렘과 그에 수반되는 불편함을 달래주는 안온한 일상을 최대한 누리며 널 기다릴게. 부모가 되면 세상이 뒤집힌다 하는 표현은 과장은 분명 아닐 거야. 임신 기간에조차 태어나 처음 느껴보는 감정들을 잔뜩 느끼니 말야. 완벽한 준비는 없고 함께 커나가는 거겠지만 그래도 널 만날 때 최소한의 준비는 되어있기를 간절히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