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22_ 내가 되고 싶은 모습
자꾸만 만지고 싶은 부드러운 털, 새로운 물건만 보이면 호기심에 가득 차 이리저리 냄새 맡느라 바쁜 코, 사냥감이다 싶으면 귀 쫑긋 시선은 고정 한껏 집중하고 흥분하여 씰룩이는 엉덩이, 내게 맘을 열까 싶다가도 알아가고 나면 노트북 위를 시도 때도 없이 걸어 다녀 일을 방해할 정도로 옆에 붙어 온기를 내어주는 그 존재를 사랑한다.
고양이, 강아지와 함께 할 때 시계는 고장 난다. 모든 순간을 하나하나 관찰하고 꼭꼭 씹어 음미하며 그 어느 때보다 시간의 흐름이 나른하고 여유롭다. 신기한 건 그렇게 생명의 신비로움에 놀래고, 무슨 생각으로 저 행동을 할까 고민하다 보면 모르는 사이 도둑맞은 것처럼 시간이 훌쩍 가있기도 하다는 것이다.
나보다 작고 귀여운 생명체를 돌보는 것을 좋아한다. 그러한 사랑스러운 존재에게 필요한 사람이 되어주면서 나 또한 행복감을 느끼며 늙고 싶다.
이왕이면 그게 영혼을 가진 사람이면 더 보람차긴 하겠다. 자식이건 주변의 필요가 있는 사람이건.
나이 들어서까지 사랑하는 나만의 일들이 있기를 바란다. 전문적인 일이든 즐거움을 주는 소소한 행위가 되든. 취미부자로 자주 웃으며 일상을 보내는 것으로 충분할지 모르지만, 4-50대에도 교육계에 종사한다면 이왕이면 이번 생의 오랜 시간을 썼던 교육 관련해서 뭔가를 남에게 계속 줄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다. 열정적이었던 초년시절이건 노련해질(hopefully) 복직 후에 시절이건 그때의 초석이 되어주면 참 고맙겠다.
무엇보다 영과 육이 건강하고, 독립적이게 지낼 수 있도록 재정과 내게 주어진 자원들을 어느 정도 야무지게 관리해야겠지. 운이 좋아 환갑 이후까지 건강하다면 그때 내 주변에 누가 여전히 남아있을 수 있을지는 모르는 일이니까..
어쨌든 감사하게도 손주가 있는 할머니로 늙는다면, 할머니집에 놀러 왔다 돌아가는 날 웃으며 배웅할 수 있기를. 손주들 머릿속에 잘 웃고 씩씩하고 건강한 할머니로 남기를. 자식들과의 시간을 당연히 행복하게 누리지만 자식들이 본인들의 거처로 돌아가고 난 시간 또한 기다려지는 무언가가 있기를 감히 소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