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커피] 아프리카에서 일깨운 인생 철학, 케냐AA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 Out Of Africa>

by 오색빛깔 라희뷰

대자연 속 우리는 한낱 인간

<Out Of Africa>(1986) © Universal Pictures


“난 아프리카의 응공 언덕 기슭에 커피 농장을 갖고 있었다”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 Out Of Africa>(1986)는 광활한 아프리카 대자연을 배경으로 아름다운 모차르트 클라리넷 협주곡이 어우러지며 강렬한 인생 철학을 마음속에 새겨주는 한 편의 대서사시다. 이 작품은 낯선 아프리카 케냐 땅에 온 덴마크인 카렌 블릭센이 온갖 삶의 풍파를 이겨내고 17년간 커피 농장을 일구며 인간으로서 성숙해진 삶의 시간을 담아낸다.

이 작품은 상반된 가치관을 가진 두 인물, 카렌과 데니스의 만남과 이별, 삶의 태도의 대비를 통해 대자연 속 인간의 존재적 가치와 소유욕에 대한 의미를 묻는다. 카렌에게는 유한한 삶의 시공간에서 끊임없이 소유에 집착하는 인간의 욕망이 투영된다.

대부호의 딸인 그녀는 결혼을 통한 귀족 신분의 등극과 커피 농장을 통한 재산의 증식, 대외적으로 안정된 가정 등을 ‘소유’하려 애쓰고 자신의 의지대로 ‘미래’를 조정하려 한다. 그러나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사냥꾼 데니스는 소유욕에 버둥대는 카렌에게 인간은 대자연의 일부이고 스쳐가는 존재이기에, 어느 것도 소유하거나 뜻대로 움직일 수 없으니 ‘현재’를 충실히 살자고 말한다.


“엄청난 선물이었다. 세상을 신의 눈으로 보게 하는 선물이었다.”

시간이 흘러 사파리 가이드가 된 데니스는 카렌을 경비행기에 태워 아프리카 대자연을 한눈에 보여준다. 광활한 아프리카의 초원 속에서 가젤 떼가 저 멀리까지 달려가고 분홍빛 홍학 떼가 날아오른다. 이러한 풍경을 보면서 카렌은 그간 아프리카에 와서 겪은 지난한 일들이 한없이 작게 느껴지고 모든 걸 끌어안을 수 있을 만큼 한없는 자유로움을 느낀다.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의 OST 중 ‘Flying Over Africa’라는 곡을 배경 삼아 3분간 펼쳐지는 이 비행 장면은 제58회 아카데미 촬영상을 받을 만큼 영상이 아름답다. 보는 이로 하여금 아프리카 대자연의 광활함이 마음속에 가득 차오르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당신 말이 옳아요. 농장은 내 소유물이 아니었어요.”

카렌이 키쿠유 부족과 함께 수년간 공들여 수확한 커피 창고에 원인 모를 큰 불이 난다. 큰 빚을 진 채 모든 것을 잃은 그녀는 아프리카의 삶을 정리하기로 하고 이 소식을 들은 데니스가 찾아온다. 그녀를 위로하며 달빛 아래 왈츠를 추는 두 사람, 데니스는 마지막 배웅을 약속하지만 경비행기 추락 사고로 영영 돌아오지 못한다.

장례식에서 데니스의 무덤에 뿌려줄 흙 한 줌을 손에 쥐고 카렌은 슬픔에 부들부들 떤다. 흙을 그대로 손에 쥔 채 돌아선 카렌, 아프리카의 풍습대로 흙을 자신의 머리에 뿌리고 쓰다듬는 행동으로 데니스를 추모한다. 자신에게 영향을 끼친 데니스의 말대로 카렌은 세상사 모든 것은 소유의 의미가 없고 그저 잠시 머물렀다 놓아주는 것이라는 삶의 순리를 깨닫는다.

이 작품은 노벨 문학상 후보에 올랐던 카렌 블릭센(1885~1962)의 자전적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영화 상에서 카렌이 키쿠유 부족과 함께 운영하는 농장에서 커피를 재배하는 일련의 과정과 풍경의 변화는 한 인물이 인간적으로 성숙해지며 인생의 깊이를 더하는 과정으로 은유된다.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에 광활한 아프리카 초원을 가로지르는 동물들의 힘찬 생명력과 대자연의 경이로움, 인간의 존재성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케냐의 기운을 듬뿍 담은 케냐 AA 커피의 진하고 깊은 맛에 함께 빠져 보자.


오늘의 커피 : 케냐 AA

– 인생의 오묘한 맛이 느껴지는

<Out Of Africa>(1986) © Universal Pictures


케냐의 언어인 스와힐리(Swahili)어로, 커피를 ‘가하와(Kahawa)’라고 한다. 케냐의 커피는 아프리카를 대표할 만큼 세계적으로 알려져 있다. 케냐에서는 철저한 커피산업 육성 정책에 따라 해발 1,500~2,100m의 고지대에서 최고급 커피인 케냐 AA를 생산하고 있다.

커피를 재배하는 데 있어 케냐는 최적의 환경을 갖췄다. 양질의 토양을 기반으로 커피 종자의 번식에 적합한 온도, 커피나무의 생장에 중요한 강우량과 일조량, 풍량이 충분하다. 이에 커피 케냐 AA는 향이 풍부하고 전체적인 맛의 균형이 잘 잡혀 있다는 평을 받는다. 중후한 바디감에 신맛과 과일 맛이 잘 어우러져 좋은 커피로 손꼽힌다.

1893년 케냐의 해안지방 부라(Bura)에 커피가 처음 소개된 이래, 1904년부터 나이로비 키쿠유(Kikuyu)족 거주지에서 보다 본격적으로 커피가 재배되기 시작했다. 이곳은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의 원작을 쓴 소설가 카렌 블릭센이 터전을 잡았던 곳으로, 그녀와 커피 농장을 함께 일구어간 이들도 키쿠유족이었다.

현재 ‘카렌 블릭센 박물관(Karen Blixen Museum)’으로 운영되는 곳은 카렌 블릭센이 1917년부터 14년간 살았던 집으로, 영화를 기억하는 많은 이들이 지금도 이곳을 찾는다. 스와힐리어로 ‘숲 속의 집’이라는 뜻의 ‘음보가니(Mbogani) 하우스’로 불렸던 이곳은 뒷마당 테이블에 걸터앉으면 멀리 푸르른 응공 언덕(Ngong Hills)이 내다보인다. 이 땅에 커피나무를 심었던 그녀를 기억하듯 나이로비 남서쪽 지역은 지금도 카렌이라고 불린다.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

우리는 무엇을 가질 수 있는가

<Out Of Africa>(1986) © Universal Pictures


카렌: 내 키쿠유들이 글을 읽었으면 해요.

데니스: 내 키쿠유, 내 리모주, 내 농장. 많은 걸 가졌군요, 안 그래요?

카렌: 모두 내가 산 거예요.

데니스: 정확히 뭐가 당신 거라는 거요?

우리는 여기 소유자가 아니오. 그저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일 뿐이지.

카렌: 당신에겐 삶이 그렇게 단순해요?

데니스: 아마 난 당신보다 바라는 게 작나 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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