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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랑라희 Dec 08. 2022

영화 <부르고뉴, 와인에서 찾은 인생> 프랑스 샤르도네

삶의 깊이를 담은 와인, 샤르 도네와 피노 누아

영화 <부르고뉴, 와인에서 찾은 인생>와

삶의 깊이를 담은 와인, 샤르 도네와 피노 누아


자연의 섭리, 인간의 순리

<Ce qui nous lie/Back to Burgundy>(2018) © t.cast

 

아버지는 내게 와이너리를 물려주고 싶어 했다. 나는 고향에서 살기 싫었다.

여기 있는 모든 것에서 도망치고 싶었어, 내 뿌리에서.

 

영화 <부르고뉴, 와인에서 찾은 인생 Ce qui nous lie / Back to Burgundy>(2018)은 프랑스 부르고뉴의 광활한 포도밭이 일러주는 자연의 섭리와 함께 찬란한 인생의 아름다움을 찬양한다. 위독한 아버지의 소식을 전하며 10년 만에 재회한 세 남매가 공동 상속받은 와이너리의 의미를 깨닫고 그곳을 지켜내는 과정과 중첩하여, 각자의 상처와 고난을 이겨내고 성숙해지면서 진정한 어른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그렸다. 

포도 열매가 여물고 어린아이가 자라고 생각과 감정이 발전해 드디어 무르익은 시기에 달하는 것과 같이, 인생의 모든 것은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고 그에 맞는 적절한 때가 있음을 이 작품은 이야기한다. 영화의 원제 ‘Ce qui nous lie’는 ‘우리를 이어주는 것’이라는 뜻으로, 이 작품은 와인으로 이어진 인연과 삶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힘 있고 산도 높은 와인을 만들려는 거 아냐?

초록빛 청포도를 따서 오물오물 씹어보는 세 남매, 수확 일자를 두고 열띤 토론을 한다. 첫째 아들 장과 둘째 딸 줄리엣, 셋째 제레미는 어린 시절, 아버지와 함께 각종 식재료를 맛보며 미각 훈련을 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와이너리를 물려받고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둘째 줄리엣은 아직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없다. 첫째 장은 줄리엣에게 자신을 스스로 믿을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준다.


<Ce qui nous lie/Back to Burgundy>(2018) © t.cast


"나 이 일에 안 맞나 봐, 다들 내 말을 안 들어." "와인은 좋아하지?" "당연하지" 

"그럼 와인을 만들어야지!"


아버지의 장례식을 마치고 세 남매는 먼지와 곰팡이가 수북이 쌓인 와인 저장고에서 아버지의 와인을 꺼낸다. 아버지의 와인은 그 자체로 그의 인생을 담고 있다. 로맨틱하고 이상적인 할아버지의 와인 또한 세 남매에게 깨달음을 준다.

영화 속에는 언젠가 부르고뉴에 간다면 경험해보고 싶은 장면이 가득하다. 다리가 푹 잠길 정도의 깊은 오크통에서 포도를 직접 발로 밟아가며 즙을 추출하는 모습이나 포도 수확철 일꾼으로 와 고된 노동 끝에 저장고의 오랜 와인을 나눠 마시며 수확 파티를 즐기는 모습 등이 담겨 있다.

투명한 잔의 곡선을 넘길 듯 힘차게 와인을 따른다. 빛을 통과시켜 와인의 오묘한 색을 감상하고 코를 잔 속에 콕 넣어 향기를 깊이 들이마신다. 와인을 호로록 들이켜고 입안에서 굴리며 마신다. 이러한 모습을 보노라면, 당장이라도 와인숍에 달려가고 싶은 충동이 든다. 보고 나면 절로 와인을 찾게 되는 영화 <부르고뉴, 와인에서 찾은 인생>을 추천한다.

 

황금 언덕에서 자란 와인, 샤르도네와 피노 누아

<Ce qui nous lie/Back to Burgundy> © tcast


영화 <부르고뉴, 와인에서 찾은 인생>에는 프랑스 부르고뉴 지역 꼬트 드 본과 뫼르소의 광활한 포도밭 풍경이 담겨 있다. 감독 세드릭 클라피쉬는 부르고뉴 와이너리의 아름다운 사계절을 담기 위해 7년에 걸쳐 영화 제작을 준비하고 1년간 촬영을 진행했다. 

부르고뉴 와이너리는 중세 수도사들이 흑사병을 피하려 담장을 두르고 포도밭을 가꾸며 시작됐다. ‘황금 언덕’이라 불리는 좁고 긴 땅, 꼬트 드 본(코트 도르)은 서늘한 기후대에 속해 흙냄새가 밴 과일 향과 꽃향기가 나는 샤르도네와 피노 누아로 특히 유명하다. 

코트 드 본의 샤르도네는 오크를 사용하지 않는 샤블리 것과 달리, 오크 숙성을 해서 노란 사과와 헤이즐넛 향이 풍성하고 맛이 더욱 진하다. 섬세한 화이트 와인인 샤르도네는 크림이나 버터, 바닷가재 등을 곁들이면 훌륭한 조합이 만들어진다. 붉은 과일과 꽃향기가 가득하고 은근한 버섯 향을 품은 코트 드 본의 피노 누아도 세계적으로 인기가 높다. 라이트 바디 레드 와인인 피노 누아는 산도가 높고 타닌이 낮아서 오리고기와 닭고기, 돼지고기와 버섯이 잘 어울린다. 

이 작품은 극 중 마르셀 역을 맡은 배우 장-마크 룰로(Jean-Marc Roulot)의 자전적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는 6대째 운영 중인 ‘도멘 룰로’ 와이너리의 소유주로, 가업을 물려받기를 원했던 아버지를 떠났다가 배우로서의 입지를 다진 후 다시 돌아와 배우 겸 와인 생산자가 되었다. 별세한 아버지 대신 누나와 사촌이 와이너리 운영을 했던 이야기나 셋째 제레미처럼 ‘도멘 드 몽띠유’ 와이너리 소유주의 딸과 결혼한 사연 등이 작품 속에 녹여져 있다.

 


영화 <부르고뉴, 와인에서 찾은 인생>, 사랑은 와인처럼

<Ce qui nous lie/Back to Burgundy> © tcast


장 : 부르고뉴에서 와인을 만드는 건 집에서랑은 달라, 호주랑은.

알리시아: 집에서랑? 호주를 그렇게 부르는 건 처음이네. 뭐가 그렇게 달라?

장 : 여기선 2년 앞을 보고 와인을 만들지 않아. 10년, 20년 후를 보지. 

    호주에선 '신선함'을 강조해. 지속되는 게 없어.

알리시아: 뭐가 더 좋은데?

장 : 각각 다른 기쁨이 있지, 내 사랑.

알리시아: 내 사랑?!... 모르겠어. 당신에게 뭘 바라야 할지..

            처음에 당신이 그랬잖아. 사랑 이야기에서 최고의 순간은 처음 몇 개월이라고.

            우린 그거 지난 지 오래고.

장 : 그렇게 말했지. 하지만 떨어져 지내면서 마음이 바뀌었어.

     사랑은 꼭 와인 같아. 성숙해질 시간이 필요하잖아. 시간이 지난다고 상하지도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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