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크스 포도호텔>
- 건축가 이타미 준, 서귀포시 안덕면, 2001년
2005년 프랑스 예술문화훈장 슈발리에, 2006년 아시아주거문화 및 주거 경관상 수상
2013년 제주도 7대 아름다운 건축물 선정
건축가 이타미 준은 제주의 자연을 읽고 건축에 담아냈다. 포도호텔은 제주 오름의 높낮이에 따라 몸을 낮추어 자리를 잡았다. 제주 민가의 둥그스름한 지붕은 포도호텔의 지붕으로 옮겨왔고, 구멍이 숭숭 뚫린 검은 현무암은 포도호텔의 바닥을 채워줬다. 제주 사람들이 주로 입었던 갈옷은 포도호텔의 몸체를 감싸며 안쪽 벽면에 입혀졌다.
제주에서 바람, 흙, 돌에서 묻어나는 체취를 그대로 느끼며 온전히 나로써 휴식하고 싶을 때, 핀크스 포도호텔은 그 대답으로 적합하다. 과한 무엇을 하라고 요구하지 않고 테라스에 앉아그저 멍하니 제주의 풍경을 바라보는 시간을 허락한다. 제주의 따뜻한 온천수로 몸을 적시며 복잡했던 생각을 잊고 잠시 자신을 놓아두라며 마음의 휴식을 내어준다.
일본과 한국의 경계인으로 불렸던 그이기에 포도호텔은 이타미 준 본인의 정체성을 담고 있기도 하다. 햇살이 드는 창호에 서면 경계에 선 자신을 내보인다. 위아래로 나누어진 두 가지의 창호선이 그러하다. 위는 자신의 조국인 한국 창호의 선을 담았고 아래는 자신이 나고 자란 일본 쇼지(障子)의 선을 담았다. 창호의 아래로 제주의 풀과 꽃을 옮겨놓은 작은 정원이 보인다. 제주의 자연을 위에서 내려다보는 시선이 아니라, 몸을 낮추어 더 아래에서 평온하고 그윽하게 바라보는 시선을 이끌었다.
제주의 마을이 굽이굽이 들어선 듯, 단 26채 뿐인 포도호텔의 객실은 땅의 형태와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배치되었다. 마을 길의 역할인 중앙 통로는 흘러가듯 이어진다. 제주의 검은 돌이 깔린 로비는 다소 어둑한데, 이내 하늘로 뚫린 천정에서 내린 환한 빛줄기를 받고 선 중앙 정원이 나온다. 중정에는 제주의 사계절이 담긴다. 봄에는 노란 수선화가 심기고, 여름에는 수국이 꽃을 피운다. 가을에는 작은 단풍나무가, 겨울에는 새하얀 자작나무가 제주의 시간을 말한다.
포도호텔 객실의 창은 한 폭의 산수화를 담은 액자다. 드넓은 제주 들판의 풍경이 펼쳐지며 바다 내음이 실린 바람이 훅 몸을 감싸온다. 오밀조밀 쌓여진 돌담이 정겹고 그 사이를 비집고 선 파릇파릇한 제주의 풀과 나무의 생명력이 경이롭고 또한 사랑스러운데, 저 멀리 보이는 한라산의 위엄이 전해져오면 마침내 제주가 자신을 받아주었다는 감정이 밀려온다.
지역, 뿌리, 마음. 이타미 준이 건축에서 가장 중시했던 3가지였다. 건축가로서 자신의 재주를 내보이기 위한 건축이 아니라, 땅이 내어주는 질문과 숙제에 답을 하는 건축을 하려 했다. 그 땅에 사는 이들의 마음을 들으려 했다. 건축이란 대지를 잠시 빌려 인간의 필요를 얹어두는 것이라 생각하며 겸손한 자세로 건축에 임했다. 자연의 흐름과 섭리에 거스르지 않는, 최대한 자연스럽게 흡수될 수 있는 건축을 하려 애썼다. 그러한 면에서 제주 핀크스 포도호텔은 그의 철학을 실천한 결과물이자, 스스로를 향한 다짐의 연장선이었다.
포도호텔은 건축가 이타미 준이 제주의 자연에 보내는 존경과 존중이자, 마음 자세를 닮았다. 제주가 자신을 크게 끌어 안아준 것처럼, 이타미 준 자신도 제주를 보다 깊이 파고들어 그 사랑을 표현한 작품으로 남았다.
PODO HOTEL
제주도 서귀포시 안덕면 산록남로 863
건축예술 가이드투어, 매일 17:00(1일 1회), 40분 소요, 무료, 프론트 현장접수
문의 : 0507-1477-7007
홈페이지: https://podo.thepinx.co.kr/
<포도 뮤지엄> (2021)
포도 뮤지엄은 제주 자연 속에 어우러진 문화적 채움 공간이다. 전시를 통해 던지는 질문이 의미 있고 작품의 수준도 훌륭해 들러보기를 추천한다. 제1~3전시실까지 구성된 전시 공간이 400평 이상으로, 메자닌 공간의 강연과 클래스 등 전시 연계 프로그램도 흥미롭다. 중정과 뒤뜰에서 소규모의 야외 공연이 열리기도 한다. 건축가 이타미 준의 건축 철학을 이어가려는 포도 호텔의 운영사가 함께하고 있다.
PODO MUSEUM
전시 <어쩌면 아름다운 날들> 2024. 3. 20~ 2025. 3. 20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안덕면 산록남로 788
수~월 10:00~18:00, 매주 화요일 휴관
문의 : 064-794-5115
홈페이지: https://www.podomuseum.com/VIS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