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를 타고 운전을 하게 되면 말이야
우리 아빠는 베스트 드라이버야!
가족들과 어딘가로 향할 때면, 어김없이 아빠의 차에 올라탔다. 아빠가 운전하시는 차에 편하게 몸을 기대어 이어폰을 끼고 바깥 창문으로 지나가는 세상을 구경했다. 나는 앞으로 가는데, 세상은 뒤로 지나가는 것이 신기했다. 창밖의 같은 지점을 바라보고 있으면 차가 앞으로 가기에 내 얼굴은 저절로 앞쪽에서 뒤쪽으로 돌아갔다. 순식간에 지나가는 풍경들을 괜히 놓치고 싶지 않아, 머리를 창문에 기댄 채 풍경들을 바라보는 데 집중했던 것 같다.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들을 배경음악 삼아 보이는 세상의 모습에 내 상상을 더해 가만가만 바라보았다. 노래를 들으며 창밖을 바라보는 것이 좋았다.
아빠가 운전하시는 차만 탈 때는 모두가 운전을 그렇게 하는 줄 알았다. 부드러웠고, 너무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았고, 덜컹거리지 않았다. 그러다 나중에 다른 사람들의 차에 몸을 실어 보고 알게 되었다. 아빠의 운전에는 뛰어난 운전 실력뿐만 아니라 가족들에 대한 배려와 세심함이 있었다. 아빠의 운전에는 '그냥 가기만 하면 되지.'가 아니라 '부드럽고 안전하게 가야지.'가 포함되어 있었다는 것을 지금은 안다. 피로한 운전 시간을 줄이는 빠른 속도보다 더 중요한 게 있었던 것이다. 혼자 조심한다고 완전하게 안전해질 수 없는 운전에서 우리 가족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것은 최소한으로 제거하고, 가족들이 힘들지 않게 안전하게 움직이는 것이 더 중요했던 것 같다. 그런 아빠를 보면서 아빠처럼 운전을 '잘'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내 걸음의 선택은 누가 하고 있는가?
그래서인지 '운전을 하고 싶다'라는 생각을 어렸을 때부터 했다. '차'라는 나의 공간이 있다는 것, 차를 타고 내가 원하는 곳에 원하는 순간에 자유롭게 갈 수 있다는 것. 두 가지만으로도 내게는 충분히 매력적이었기 때문이었다. 언제나 내게는 '자유'에 대한 갈망이 있었던 것 같다. 내가 원하는 때에, 내가 가고 싶은 데에 가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래서 어른이 될 나에게 운전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생각했었다. 길을 걷다가 도로에 지나다니는 수많은 차를 보면서 차는 살다 보면 가지게 되고, 누구나 마음먹으면 운전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런데 막상 운전면허를 딸 수 있는 나이가 되고 면허를 따야겠다고 생각했을 때, 새로운 문제가 생겼다.
나는 본가에 살고 있는데, 우리 집의 차는 승합차여서 내가 면허를 딴다고 해도 운전해서 다니기 어려울 것 같았고 그렇다고 내가 차를 사거나 부모님께 차를 사달라고 하기에는 여유가 없었다. 그리고 운전을 위험하게 생각하시며 반대하시는 아빠와 싸우고 싶지 않았다. 한참을 생각하다가 운전면허를 따고 싶었지만 운전면허를 따도, 운전을 할 수 없을 것 같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장롱면허로 두고 싶지 않아서'라고 땅땅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돌아보니 싸우고 싶지 않았던 것이 컸고, 그냥 싸우고서라도 할 걸 그랬다는 생각도 들기도 한다. 그때도 알고 있었지만 무시했던 것 같다. 운전면허뿐만 아니라 내가 무언가를 하고자 할 때 아무리 가족이라고 하더라도 그 기준이 내가 되어야 했는데 그것을 못할 때가 있다. 여전히 때때로 부모님과 나의 생각이 다를 때 난 그 기준을 나로 하는 게 이성적으로 옳다고 판단될 때에도 참 어렵고 불안하고 망설여진다. 나를 너무 사랑하시는 부모님이 나와 다른 생각을 하고 내게 조언을 해주시는 것이 아니라 선택을 하고 따르라고 하실 때, 내가 그 말씀을 따르지 않으면 내가 컸다고 말도 듣지 않고 내 마음대로 한다고 화를 내시고 포기하지 않으실 때 마음이 참 힘들다. 내가 어른이 되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큰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내 걸음의 책임은 내가 지는데, 내 걸음의 선택은 누가 하고 있는가? 한 번쯤 생각해 볼 문제이다.
충분히 고민했다면 반대가 있어도 움직여야겠다.
아빠의 생각은 여전하셔서 내가 운전면허를 따려고 시작하자 크게 화를 내시고 반대하고 계시다. 그렇지만 내 걸음을 의지대로 움직이게 해 줄 운전 자체와 이처럼 반대하시지만 내가 옳다고 판단되는 걸음을 내 의지에 따라 움직이는 연습을 위해 하기로 했다. 그리고 나이가 더 들면서 일도 더 많아지고 결혼을 하게 되면, 절대적인 시간도 마음의 여유도 더 없어질 것 같았다. 지금 조금이라도 더 시간을 낼 수 있을 때 운전면허를 따야겠다고 생각했다. 진지하게 운전면허를 따려고 알아보자 면허를 따는 데도, 차를 소유하는 데도, 차를 유지하는 데도 작게 크게 돈이 꽤 많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마치 '눈만 돌리면 닿는 이 수많은 집들 가운데 왜 나의 집은 없을까?'라는 생각의 또 다른 버전이었다. 그렇지만 움직여야겠다고 생각했고, 운전면허를 따기로 했다.
시작하고 보니, 운전면허를 따기에 가장 좋은 때는 스무 살 즈음이었을까 생각했다. 그때 시작했다면 그 때로부터 십여 년을 살아온 지금까지 내가 내 의지대로 나에게 기준을 두고 움직이는 연습을 충분히 해서 지금 덜 불안하고 덜 힘들지 않았을까도 생각했다. 그렇지만 이 또한 내가 경험해서 알게 된 것이니, 지금 비로소 할 수 있는 말이겠지. 그래서 내게는 지금이 가장 좋은 때인 것 같다. 부모님과의 의견이 다를 때 부모님의 의견을 따르는 경험도 충분히 했고, 내 인생의 온전한 주체가 되는 연습을 더 늦지 않게 하고, 덕분에 내 마음을 더 들여다볼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다. 나를 너무 사랑하시고 내게 가장 좋은 선택을 하게 하고 싶어 하시는 부모님이지만, 그 행동도 책임도 내가 지는 것이니 충분히 귀 기울여 고민하되 선택은 내가 하는 것이 맞으니까. 부모님이 돌아가신 뒤에서야, 내 의지대로 움직이려고 한다면 그때의 난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될 테니까. 지금 건강하게 부모님이 계실 때 홀로서는 연습을 해보려고 한다. 나뿐만 아니라 부모님께도 연습이 필요한 듯하다.
내 행동의 책임은 내가 진다.
내 걸음의 선택은 누가 하고 있는가?
바로 지금이 가장 좋은 때이다.
< 다음 이야기 > 운전면허를 따려고 하는데 뭐부터 해야 하지? 학원은? 시험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