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Ra Nov 23. 2021

임신 일기 1

4주, 아니 잠깐만.

나는 생리 주기가 매우 일정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하루만 늦어도 임신 테스트기를 해왔다. 그럴 때마다 단호박으로 한 줄이었다. 그래서 이번에도 당연히 한 줄이겠지 했는데 어, 이상하다. 

희미하게 줄이 하나 더 보이는 것 같은데 아닌 것 같기도 하고. 그러나 지금까지 항상 단호박이었기에 이번엔 좀 이상하다 싶었다. 하필 이럴 때 테스트기가 하나밖에 없네. 남편에게 당장 가서 테스트기를 사 오라고 부탁했다. 지금까지는 괜히 남편이 기대할까 봐 혼자 조용히 테스트기를 사용해왔었는데 갑자기 불안한 기분이 들었다. 

정말 당연히 아닐 거라고 생각했는데 당황스러웠다. 결혼하고 1년쯤 지났을 때 지금쯤 아이가 생기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병원이나 배란 테스트기의 도움을 받은 건 아니고 생리 주기로 계산 한 가임기에 시도를 해보긴 했지만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다 요즘 한 달 사이 남편과 왜 이러는지 모를 정도로 싸움이 잦아서 그 전처럼 아이 생각은 없었는데 호르몬의 변화였나 싶기도 하다. 

두 번을 더 하고도 믿기가 힘들어 다시 나가서 다른 테스트기를 사다 달라고 부탁했다. 이번엔 더 확실하게 두 줄이다.  아이가 생기면 감사하게 받고, 생기지 않는다면 내 몸이 망가지지 않을 것에 감사하다고 생각해왔는데 막상 나는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던 걸까. '몇 주가 되는 거지?' '아이는 언제 나오는 거지?' 나는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그 와중에 엽산을 먹어야 한다는 건 알았기에 급히 마트에 가서 임산부용 비타민을 샀다. 병원에 전화했더니 8주에 첫 검진 날을 잡아주었다. 다시 한번 미국에 있구나 느꼈던 순간이었다. 한국이었다면 바로 병원에 가서 임신 확인을 할 수 있었을 텐데 아쉽다기보다 그래서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 몸에 큰 변화는 없고, 굳이 하나를 찾자면 호르몬의 변화인데 정말인 건가. 


병원에 가기 전이라 아직 믿어지지 않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조심스러워진다. 부모님께, 공식적으로는 완전히 안정기에 들어서면 알리기로 했다. 그렇다고 병원에 갈 때까지 아무 기록도 하지 않기에 내 인생의 큰 변화임에 브런치에 글을 적어본다. 


2020년 6월 19일 토요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