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과 낭만사이 2

by 코와붕가

게임 DNA를 물려받은 아들


어느덧 하나뿐인 아들은 고등학교 3학년이 됐다. 코로나 시기에 중학교에 입학해서 익숙하지 않은 온라인 수업부터 받았다. 교대근무를 마치고 퇴근한 나는 존재만으로 감시 아닌 감시를 하게 됐다. 덕분에 아들은 딴짓을 하지 못했다.


온라인 수업 초반에 아들은 친구들과 게임을 하다 걸렸다. 내가 자고 있는 줄 알았다. 방심은 화를 불렀다. 노트북 화면에 수업을 띄워놓고서 다른 창으로 신나게 총 게임을 했다. 혼내면서도 게임 DNA를 물려준 내 책임도 컸다고 생각했다.


여담이지만 나도 맞벌이 가정에서 자랐다. 국민학교 시절을 오롯이 할머니의 품에서 자랐다. 할머니는 사랑만 주시는 분이었다. 나와 동생에게 일절 혼을 내지 않으셨다. 그래서일까. 자유로움은 학교보다 오락실을 찾게 만들었다.


골목에 세워진 포장마차에 가방을 숨겼다. 그리고 오락실에 가서 학교가 끝날 때까지 머물렀다. 이런 일을 반복했다. 학교에서 연락을 받은 할머니는 도저히 안 되겠는지 아버지에게 알렸고, 몽둥이로 엉덩이 찜질을 받았다. 할머니는 끝까지 사랑만 주고 천국에 가셨다.


고3 문과 정시파이터 코와붕가 주니어


아들은 숫자보다 글을 좋아한다. 국어와 수학의 점수차이가 크다. 아이의 바람대로 '문과'를 택했다.

사회는 먹고사니즘을 위해 '이과'를 강요했다. 주변에서 문과를 선택했다는 말에 우려를 표시했다.


"너네 아들 앞으로 뭐해서 먹고살려고 그래?"


아들은 게다가 흥미롭고 전고하고 싶은 분야가 '철학'이다. 처음에는 웃어넘겼다. 그래 모든 학문의 기초를 알고 배우면 좋겠지라고 생각했다. 지금 대학교에서 기초 학문은 점점 자리를 잃고 있다. 그런 곳에 애써서 들어가려고 한다.


우리 회사에 입사하는 역무직군은 거의가 문과 출신들이다. NCS와 전공시험(경제, 경영, 행정)을 통과해서 입사한 자들이다. 내가 입사할 때와 달라졌다. 인-서울 대학을 나온 사람과 경쟁률이 높아졌다. 갓 입사한 젊은 직원에게 문과의 장래성에 물어보면 대답은 비슷했다.


"로스쿨 진학 아니면 공무원 시험이죠."

"인턴도 들어가기 힘들고, 사무직은 미래가 어둡죠."

"철학이요? 때려서라도 이공계로 바꾸라고 하세요."


잠시나마 아들과 집에 같이 있을 때 미래에 대한 대화를 조심스럽게 시작한다.


"아들아, 요새 날씨도 포근해지고 공부하기에 졸리지 않아?"

"가끔요..."


"아직도 철학 쪽으로 가고 싶냐?"

"네..."


"아빠 생각에 경제적 해결을 우선하고, 좋아하는 걸 하면 어떨까?"

".........."


"그렇다면 자유전공으로 들어가서 다른 쪽으로 전과를 해도 되고, 아니면 상경계열을 어때?"

"그만하세요..."


대화는 중단됐다. 아빠의 생존과 아이의 낭만이 대립했다. 아이입장에서 생각해 본다. 공부하기도 힘든데 이런 얘기가 들어오지 않을 것이다. 나도 아이에게 말하고 나서는 후회가 됐다. 주변에 얘기에 휩쓸려서 단정적이고 편협된 시선으로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지금은 아이에게 무엇을 강요함이 아니라, 선택을 믿고 응원해 줘야 하지 않을까?

그곳에 가면 생각지 못한 기회가 생길 수도 있고, 평소 생각한 거와 달리 맞지 않을 수도 있다.

미래에 대한 계획은 전지전능하신 그분만 아신다.


며칠간 생각 끝에 내린 결론은

'침묵이다.'


아이가 물어보면 함께 찾아보고, 묻지 않으면 그냥 웃어주자고 다짐한다.

성급한 먹고사니즘에 대한 문제를 아이에게 강요했다.


"아들아, 미안하다. 그리고 네 선택을 존중하고 응원해 줄게."

행복이 별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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