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가댁에서 하는 놀이

3ㆍ8 광땡을 기다린다

by 코와붕가

본가


본가에서 모이면 무엇을 해도 심심하다. 다 같이 식사를 하고, 스타벅스에서 각자 기호에 맞는 음료를 사 온다.

잠깐 담소를 나눈다. 아버지는 방으로 들어가서 중화 tv를 본다. 아들은 노트북을 들고 다른 방으로 간다.

이제 남은 사람은 나, 아내, 엄니뿐이다.


"좀 누워라."

엄니는 나만 보면 주로 누우라는 소리를 자주 하신다. 소파에 눕는다. 이럴 때는 말을 잘 듣는 효자다.

엄니와 아내가 대화를 이어간다. 매번 비슷한 주제다. 부동산, 여행, 교회, 아들 교육, 주변 친인척 이야기다.

그리고 점심시간이 되면 다시 모여 밥을 먹는다. 설거지를 마치고 엄니가 싸준 음식을 들고 집으로 간다.


아직 결혼 안 한? 못한? 남동생은 학원강사라 어쩌다가 오면, 그동안 참석하지 못한 미안함을 쇼핑으로 대신한다. 본가에서 윷놀이, 화투, 섯다를 시도했다. 30분을 넘기지 못했다. 그렇게 본가에서 하는 놀이는 눕고, 먹고, 듣고, 설거지 하고 돌아오는 수순이다.


처가


처가는 본가와 다르게 식구가 많다. 딸이 넷, 아들 하나가 있다. 대화하기 좋아하는 여자가 다수라 항상 시끌벅적하다. 마흔이 넘어 결혼한 처남은 유치원에 다니는 아들이 있다. 집안의 귀여움을 독차지하고 있다.


시작은 본가와 비슷하다. 밥을 먹는다. 과일을 먹는다. 생일자가 있으면 케이크를 놓고 축하노래를 불러준다.

모든 순서를 마치면, 장인ㆍ장모가 기다리는 놀이가 펼쳐진다. 그것은 바로 '섯다'다. 화투로 간단히 즐기는 놀이다.


커다란 상을 가져온다. 화투 전용 판을 펼친다. 화투를 펼치고 두 장씩 쌍을 맞춘다. 아무나 선을 잡는다. 여기서 모두 학교를 간다. 학교를 간다는 뜻은 기본 게임비를 배팅한다는 것이다. 게임비는 200원이다. 선이 한 사람에게 두 장 또는 세 장씩 화투를 나눠준다. 섯다에 임하는 사람마다 눈이 반짝인다. 기대감에 사로잡혀서다.


내가 처가에 적응하기 위한 첫 번째 임무는 '섯다'를 알아야 했다. 난 고스톱도 치지 못하는 소심한 사람이다. 그런데 처가에서는 모이면 판이 벌어졌다. 적응을 위해 무엇보다 족보를 알아야 했다. 머리보다 몸으로 부딪쳤다.


지금은 능수능란한 나를 본다. 상대방의 눈을 보고 심리를 파악한다. 뻥카인지 찐카인지 구분하기 위해서다.

가끔 뻥카일 거라 생각해서 무리한 배팅을 하다 잃은 적도 많다. 섯다를 하며 동서 간에 소주잔을 기울인다.

그렇게 한 번 섯다를 치면 3시간은 쉽게 지나간다.


섯다를 장모님이 좋아한다. 그리고 잘하신다. 특히 계산에 있어서 빠뜨림 없다. 내 생각에 치매예방에도 도움이 될 거 같다. 장모님을 기쁘게 해 드리기 위한 사위들의 노력이 들어있다. 그래도 돈이 오가는 거라 재미 이상의 신경전이 있다. 잃어봤자 몇 만 원이지만, 속이 쓰린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처가에서 하는 섯다는 3ㆍ8 광땡이 나오면 무조건 2천 원씩 받는다. 장땡은 1천 원씩 받는다. 그래서 게임에 임하는 모두가 3ㆍ8 광땡이 자신에게 오길 기다린다. 패를 받고 광이 보일 때 도파민 수치는 급상승한다.


요즘 내 섯다성적은 매우 저조하다. 사위들은 따면 안 된다는 큰 처형의 바람이 현재까지 이루어졌다.

다음에는 자본금을 두둑이 챙겨가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따겠다는 생각보다 나눠준다는 생각으로 하면 이상하게 잘 된다. 역시 뭐든지 힘을 빼야 하나 보다.


오늘도 코와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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