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뒤면 새로운 곳으로 간다. 먼저 사업소로 발령 난다. 사업소에서 역으로 발령을 낸다. 그리고 해당역 A, B, C, D파트 중에 한 곳으로 들어간다. 주로 빠진 곳에 들어가지만, 사람이 하는 인사라 개입이 안된다고 말할 수 없다.
발령 난 역에 직원을 살펴본다. 아는 직원이 있다. 그러면 정보를 얻기 위해 연락을 한다. 바쁜 곳에 발령 나면 굳이 연락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내게 걱정과 우려의 전화나 메시지가 온다. 발령 난 곳에 비타 500 한 박스를 들고 간다. 역장에게 인사를 한다. 간단한 대화를 마치고 짐을 푼다.
나는 새로운 곳에 적응하는 기간이 대략 석 달 정도 걸린다. 역마다 특성이 있다. 난 아직 1-4호선 근무를 해보지 못했다. 어느 곳이나 마찬가지다. 빨리 적응하기 위해서는 많이 둘러보고, 해보고, 뛰어다니면 된다.
그래도 역시 제일 중요한 건 '사람'이다. 아무리 좋은 역이라도 아무리 힘든 역이라도 같이 근무하는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천국과 지옥이 된다. 우선 나부터 좋은 첫인상을 줘야 한다. 서로 신뢰를 쌓는 기간이 필요하다. 내가 바라고 원하는 직원은 뚜렷한 배울 점이 있는 사람이다. 직급과 나이는 상관없다.
현재 우리 조 부역장은 임금피크제 1년 차다. 그래서일까. 모든 일에서 뒷짐 지고 잘 움직이려 하지 않는다.
전에 함께했던 사회복무요원, 같이 근무하는 직원에게 커피 한 번 사본적이 없다. 거꾸로 나와 막내직원은 혼자 마시기 미안해서 사드린 적이 몇 번 있다.
지금도 악착같이 야간근무를 더 뛰려고 노력한다. 출근하면 빨래와 샤워를 이곳에서 해결한다. 지난날 투자실패를 경험했다는 이야기를 본인에게 들었다. 문재인 정권 시절에 부동산 폭락이 두려워 집을 팔고 전세로 옮겼다는 사실도 들었다. 그래서 호남분이신데 문 정권을 그렇게도 비판했구나. 이해가 됐다.
근무의 절반을 침실, 샤워장, 세탁실에 있다. 사무실 전화도 잘 받지 않는다. 모든 게 귀찮나 보다. 내년만 근무하면 지하철 생활을 마치신다. 요새는 받은 퇴직금과 전세금으로 잔뜩 인상을 찌푸린 체 네이버 부동산을 째려보고 있다. 이번에도 당하면 아마 이재명 정권을 욕할 것이다.
우리 조 에이스로 거듭나고 있는 막내 직원이 있어 든든하다. 이번 직원이 받은 근무평가만 생각하면 화가 다시 나려 한다. 우리 조에 새로 들어올 직원에게 일러둘 점을 말해주고 떠나야겠다. 처음에 원활한 소통이 이뤄지지 않으면 서로가 힘들어진다.
누군가 짐을 싸고 새로운 곳을 가고 오고 해도 지하철은 잘 굴러간다. 사람 사는 곳이 비슷한 곳 아닌가.
좋았던 감정과 아쉬운 점들을 쌓아 두기보다 하나씩 놓고 간다. 잘 놀다 간다고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