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첫 상승장이 왔다(2)

누구나 전문가였던 시절.

by 코와붕가

급락 = 또 다른 기회.


오전 9시만 되면 부리나케 앱을 켰다. 붉게 표시된 위로 솟은 화살표가 화사한 꽃처럼 보였다. 심장이 쿵쾅거리고 살짝 떨림도 있었다. 내가 고른 종목들이 하루가 다르게 올라가기 시작했다.


반도체 EUV회사 [에프에스티]가 미세공정 이슈를 타고 불을 뿜었다. 너무 빠르게 급등한 종목은 투자경고를 한다. 신기한 경험이었다. 난 달리는 말에 올라타기 시작했다. 급등해도 계속 샀다. 성공적이었다. 매수 버튼을 누를 때 기분은 짜릿함 그 자체였다. 경고 이후로 주춤하다가 다시 하락세로 접어들기 시작했다. 단기간에 50%가 넘었던 수익률을 전부 얻지 못하고 20% 언저리에서 매도했다.


[엘엔에프] 2차 전지 양극재 회사다. 2차 전지의 성장성은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테슬라=LG화학=엘엔에프로 연결돼 있었다. 3만 원 후반정도에서 조정을 주었다. 이때부터 모아가서 평단가가 4만 원 초반에 형성됐다.

이후 대량계약 공시가 나오면서 7만 원을 훌쩍 넘어서는 시세를 보여줬다. 난 에프에스티를 경험하면서 짧은 기간에 급등이 나오면 이후 어떻게 되는지 경험을 했다. PER도 너무 높아져서 놓아주기로 결정했다. 그래서 수익률 90%를 얻고 매도를 한다. 이후 엘엔에프는 30만 원 가까이 간다. 주식시장에서 이런 일은 빈번하다.


자신감이 붙어서일까. 이후 반도체 소부장, 건설, 증권, 통신, 자율주행, 스마트폰 부품 등 다양한 곳에 투자를 하며 수익을 얻는다. 가치투자를 하자고 다짐했지만, 시장의 급등을 보면서 빠르게 옮겨 타기를 하고 있었다.

누가 누가 빨리 더 많이 버느냐 시합하는 시장이었다.


주변에 전문가들이 많아지다.


이제는 출근만 하면 주식이야기였다. 폭락장과는 확연히 달랐다. 폭락장에서는 자신이 가진 종목을 말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급등장이 시작되면서 너도나도 자신이 가진 종목을 떠벌리며 자랑했다. 나를 포함 그들이 가진 기업에 대한 확신은 인터넷 기사와 유튜브를 통해서였다.


피터린치가 말한 시장의 끝물이 오는 거 같았다. 피터린치가 어느 날 파티장에 초대돼서 갔다고 한다. 여러 사람이 모여서 주식이야기를 한다. 서로의 직업을 물어본다. 피터린치가 펀드매니저라는 사실을 알고 수익률을 물어본다. 물어본 사람은 피터린치의 저조한 수익률을 듣고서 비웃으며 자신이 추천한 종목을 사보라고 한다.


나와 같은 초보에게도 주식을 추천해 달라고 친한 회사동료와 친구가 몇 있었다. 돌이켜보면 당시에 나도 여기저기 얻은 정보로 내가 많이 아는 것처럼 주저리주저리 떠들고 있었다. 승리에 취해 있었다.


매일매일을 리포트를 찾아가면서 출력해서 읽었다. 회사 재무제표와 적정가치를 계산하는 재미로 하루하루를 살아갔다. 이렇게 하다가 금세 경제적 자유를 누릴 거 같았다. 내가 가진 종목이 급등하는 날에 대출에 대한 욕구가 솟구쳤다. 1천만 원이 들어있는 청약통장을 들여다보면서 '해지'버튼에 손가락을 올려놓기도 했다.


이렇게 20년 하반기가 오면서 그동안 오르지 않았던 [삼성전자]가 슬슬 시동을 걸기 시작했다. 이제 온 국민들이 주식에 참여하는 시기가 도래한 것이다. 모두가 장기투자를 외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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