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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와붕가 Nov 09. 2023

지하철 역직원이란?

잘 보이지 않는 이들.

"자네는 무슨 일을 하나?"


장인어른께서 물으셨다.

"표도 팔고요, 유실물도 찾아주고요, 112 119에도 신고하고요, 미아도 보호해 주고요,  돈 바꾸러 은행도 가고요..."등등 말해줘도 그때뿐이었다.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 표정이었다.


내가 지하철 공사에 다닌다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위의 질문을 던졌다. 다른 이들은 '기관사'로 착각하기도 했다. 입사했을 당시만 해도 '매표'(지하철 승차권 판매)와 '수입금 관리'가 주요 업무였다. 바쁜 역에서는 승객들이 지하철 표를 구입하기 위해 줄을 서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 승객들을 빠르게 해소시키는 게 우수 신입직원의 덕목이었다. 


지금은 매표 업무가 사라졌다. 그래서 내 존재를 궁금해하는 사람이 더 많아졌다. 


"그래서 넌 지하철에서 어떤 일을 하냐고?"


지하철에서 역직원을 보기 힘들다. 우선 인원이 많이 줄었다. 경영합리화를 내세우면서 정년퇴직자가 발생해도 자리를 채우지 않고 그보다 적은 수를 채용했다. 자연히 넓은 역사에 근무하는 직원수가 줄어들게 됐다.


주간근무는 일반직장인과 비슷한 출퇴근을 한다. 출근을 하면 퇴근할 야간반과 교대를 한다. 야간반에서 특이사항을 인수인계받고 업무를 시작한다. 인수인계를 제대로 하지 않았을 경우 업무에 혼선을 줘서 다시 야간반에 연락을 취하기도 한다.


월에 해야 할 업무가 있다. '안전점검의 날' '각종 모의훈련 실시' '승차권 재고조사' '호퍼 동전/지폐 실사' '각종 회계처리' '보안 점검''출근부 관리'등등 주간 근무때 해야 할 업무들이다. 역사 순회를 하면서 각종 위험 요소들을 해당 기술파트에 신고를 한다.


또한 여러 역을 관리하고 있는 소 본부 역할을 하는 사업소가 있다. 그곳에서 요청하는 업무에 대해서 조사하고 보고해야 한다. 간단한 업무가 대부분이지만, 긴급히 요청할 때가 많다.

간혹 진상 민원인이 발생될 때도 있지만 야간 업무 때에 비하면 그 수는 매우 적다. 


하이라이트는 야간 근무 때 주로 발생한다. 신입 직원들은 이 시간에 멘털을 강화할 수 있다. 그리고 내가 이곳을 더 다녀야 하나 진로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승강장에 쓰러져 있는 승객들이 보이면 이곳저곳에서 신고가 들어온다. 이럴 때 보면 우리나라 신고정신이 철저하구나 생각하게 된다. 신고를 받고 나가보면 대부분 술을 이기지 못해 숙면을 하는 취객이다. 가만히 누워만 있으면 다행이다. 일어나서 토를 하거나,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욕설을 뱉거나, 폭력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도 있다.


열차 내에서 승객끼리 다툼이 벌어지면 하차를 시키고 112에 신고를 한다. 경찰이 올 때까지 으르렁거리는 사이를 좋게 좋게 떨어뜨린다. 요새는 경찰관이 와도 더 소리 지르며 싸우는 모습이 많다. 안타깝다.


그리고 지하철 역에는 엘리베이터, 에스컬레이터 등 승강설비가 많다. 술에 취해 이용도중에 다치는 경우가 많다. 이때 역직원이 출동해서 상황을 보고 119에 신고해 준다. 긴급한 경우 '심폐소생술'도 한다. 직접 다른 사람의 피를 보는 경우가 많다.


요새는 여성 승객들의 신고가 많아졌다. 이상한 남자가 따라온다거나, 무엇을 묻히고 도망가거나, 스마트폰으로 촬영당했다거나 얼굴이 상기되면서 고객상담실을 찾아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 최대한 들어주고 경찰에 신고해 준다.


"도대체 역직원이 하는 일이 뭐요?"라고 물으신다면....


나는 이렇게 대답하겠다.

"때론 사무원으로 때론 경찰관으로 때론 구급대원으로 때론 상담원으로 때론 동네 아저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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