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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와붕가 Nov 20. 2023

당신 이름이 뭐야?!

전 쫄지 않습니다.

고객 응대라는 울타리.


내가 근무하는 지하철에도 승객들에게 극진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교육을 받던 시간이 있었다.

자칭 'CS교육'은 신입사원 교육과정에도 5년마다 받아야 하는 보수교육 과정에도 있었다.


입사 시절에는 '고객 감동'이 기업에서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사기업에서 행해지는 일이 공공 서비스에도 들어왔다. 서비스 강사들은 거울을 보면서 '위스키' '김치'를 강제적으로 시켰다. 얼굴에서 드러나는 인위적인 표정은 '가면'과 다름없었다. 


'고객 감동'에서 '고객 기절'이 나왔다. 서비스로 고객을 기절시키라는 것이다. 철저한 머슴 코스프레까지 해야 하는 교육을 받아야 했다. 교육이라는 명목하에 따라야 했다. 현장에 돌아가면 받았던 교육은 금세 잊고 진상 승객들에 요구에 굽히지 않는 직원으로 돌아왔다.


직원들을 보면 각각의 성향에 따라 공공 서비스를 한다. 매우 공손하고 친절한 직원도 있고, 툴툴 거리며 대충 알려주는 직원도 있다. 후자의 직원은 같은 직원인 내가 봐도 부끄럽다. 


연차가 쌓이면서 친절하던 직원도 무표정한 얼굴과 딱딱한 말투로 응대할 때가 많다. 내가 그렇다는 말이다.


민원의 끝은 대게 이렇게 마침표를 찍는다.


며칠 전 같이 근무하는 직원과 한 승객 간에 벌어진 민원을 적어보겠다.

직원과 교대를 하기 위해 안내센터로 걸어가고 있었다. 게이트를 통과하는 승객들은 안내센터 쪽으로 일제히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 대게 이런 경우 승객과 직원 간에 언쟁이 있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안내를 해주시면 어떡해요!"

"제가 틀리게 알려 줬나요? 맞게 알려줬잖아요!"

"제가 무거운 짐을 들고 있는데 엘리베이터로 안내를 해 줘야지. 계단으로 알려줍니까!"

"그거까지 제가 어떻게 신경 씁니까!"


대화를 이어갈수록 언쟁이 심해졌다. 이럴 때는 다른 직원이 중재를 시켜줘야 한다. 대신 사과를 하고 승강장까지 안내를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내가 다가가도 나를 보지도 않고 해당 직원에게 다시 큰 소리를 친다.


"당신, 이름이 뭐예요? 내가 가만 두고 볼 수 없어요."

"안 가르쳐줍니다!"

"책임자 나오라고 하세요!"

"접니다."


나 같은 경우는 이름을 알려준다. 내가 잘 못을 한 부분이 없기에 스스럼없이 정자로 이름을 적어준다. 이름을 받아간 사람들은 민원을 넣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이 직원은 끝까지 버텼다. 난감했다.

마음 같아서는 내가 적어서 주고 싶었지만, 개인정보라 함부로 나설 수 없었다.


두 시간을 대치한 끝에 해당 승객은 이름을 받아서 갔다. 이 지루한 싸움에서 승리한 걸까?

그리고 예상했듯이 승객은 민원을 넣지 않았다. 직원은 감정이 상해 하루를 망쳤고, 승객은 목적지에 늦게 도착했다. 아무도 이긴 사람이 없다.


입사 이후로 지금까지 

명찰이 두 번 부러졌고,

이름은 셀 수도 없이 적어 드렸고,

쌍 욕도 수 차례 먹었다.


잘 버텼다. 수고했다. 코와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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