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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와붕가 Nov 28. 2023

파마는 날 띄운다.

꼬불꼬불 말아야 제 맛!

코와붕가의 파마 역사.


국민학교 시절, 어머니가 미용실에서 파마를 시켜 준다고 데려갔다. 아무것도 몰랐던 나는 변해버린 모습에 울음을 터트렸다. 당시가 파마에 대한 첫 기억이다. 


입사를 하고 짧은 머리에 젤을 바르고 다녔다. 어느 날 TV에 나온 원빈의 헤어스타일을 따라 하고 싶어졌다.

가을동화에 나온 원빈의 머리는 옆머리는 다운펌에 윗 머리를 파마로 띄운 매력적인 모습이었다.


야간 퇴근을 하고 집에 가는 길에 동네 미용실에 들렀다. 이른 아침이라 손님이 없었다. 부끄럼을 무릅쓰고 원장님에게 원빈 같은 스타일을 만들어 달라고 했다. 원장님의 주특기는 더블커트였다. 내 요청에 웃음을 지으셨다. 원빈과 내 얼굴이 너무도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머리카락이 짧아서 기른 후에 파마를 했어야 했다. 지금 생각하면 무슨 용기로 짧은 머리에 파마를 했는지 모르겠다. 


1시간이 넘어서 머리가 완성됐다.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똑바로 보기 힘들었다. 그래도 살짝 기대감을 갖고 또 다른 나를 봤다. 아니! 이 모습은! 어디서 많이 본 배우의 머리였다. 바로 떠오르지 않았다.


다음날 직원들은 내 모습을 보고 웃었다. 같이 근무하는 선배는 황당한 소리를 했다.


"코와붕가씨, 머리가 심한 곱슬이네. 힘들겠어."

이 선배는 평소 나에 대해 관심이 없었던 것이다. 


퇴근 후 저녁에 종로에서 동기 모임이 있었다. 내 모습이 우스꽝스러워도 자세히 보면 멋있어 보였다.

동기들의 반응을 기대하며 종로로 향했다. 그리고 동기들을 만나면서 솔직한 의견을 듣게 됐다.

생각이 나지 않았던 배우의 모습도 알게 됐다.


바로, 영화 '친구'에 나왔던 유오성 머리였다. 똑같았다. 

동기들과 2차로 간 노래방에서 난 'my way'를 불렀다. 

노래를 마치고 그렇게 뜨거웠던 박수세례는 처음이었다. 

다시는 파마를 하지 말자고 다짐했다.


시간이 흘러 지금의 나는 3~4개월에 한 번씩 파마를 한다. 사랑하는 아내의 강요로 파마를 하게 됐다. 

머리숱이 적어지니 보기 안쓰러웠나 보다. 이것도 한두 번 하다 보니 이제는 익숙해졌다. 


파마를 하면서 원장님과 재테크 상담도 하고, 휴식을 취하는 시간이 된 거 같다. 

지난번에 파마가 일찍 풀려서 당혹게 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원장님께 이렇게 요구했다.


"여기 계신 할머님같이 빠글빠글하게 부탁드립니다~"


부끄러움은 잠시다. 세게 말려야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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