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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와붕가 Dec 14. 2023

작은 선행

제가 감사합니다.

근무복을 입고 있으면 지하철을 이용하는 승객들은 묻습니다.

 

"여기서 분당 가려면 어떻게 가야 해요?"

"국민연금공단이 여기 있다고 하던데 몇 번 출구로 가요?"

"민원발급기는 어디에 있나요?"

"제가 열차에다가 가방을 놓고 내렸어요. 어떻게 하죠?"


이외에도 정말 많은 물음에 답해드립니다. 

공익을 위하는 공기업에 다니고 있지만, 때로는 귀찮고 짜증이 날 때가 많지요.


그래도 가끔 노약자 분들이나 장애를 가진 승객들에게 도움을 드릴 때 뿌듯함을 얻기도 합니다.


어릴 적 저도 할머니 손을 잡고 대중교통으로 친인척 집을 가곤 했습니다. 택시와 버스는 매번 차멀미를 나게 해서 이용하고 싶지 않았죠. 기차역에 도착했을 때 저는 무척 좋았습니다. 창밖으로 느리게 보이는 풍경들과 냄새가 좋더군요.


지하철을 이용하는 어르신들을 보면 할머니 생각이 많이 납니다. 그래서 조금 더 도와드리려고 합니다. 

도움을 받으신 어르신들은 그냥 지나치지 않습니다. 가방에서 두유, 사탕 등을 주시면 고맙다고 하시죠.


지하철에 근무하면서 여러 도움을 드리지만, 그중에서도 유실물을 찾아주었을 때가 가장 짜릿하면서 기쁘더군요.


지금까지 찾아드린 물건은 수도 없습니다. 가방, 지갑, 쇼핑백, 핸드폰, 카드, 카메라 등등.. 이루 말할 수 없지요.


물건을 잃어버린 승객들은 다급하죠. 사무실에 찾아와서 차분하게 설명하지 못하죠. 어렵죠.

저희는 종점을 향해 가고 있는 열차를 멈춰 세우지 못합니다. 다른 역에 부탁해서 유실물을 찾게끔 도와드립니다. 위치가 정확하지 못한 경우 종점역에 부탁하기도 합니다. 여러 단계를 거치는 수고로움이 있습니다.


유실물을 찾았다고 연락이 오면 마치 로또 5등? 이 당첨된 기분이 듭니다. 저에게는 보물을 찾은 감정과 같습니다. 반대로 못 찾으면 제 잘못인 거 같아 자책하기도 합니다. 


"감사합니다"라는 승객들의 표현에 제가 고개를 더 숙이게 됩니다.

"찾으셔서 다행입니다. 다음에는 물건을 품 안에 간직하세요~"


어떤 어르신은 이런 말까지 해 주셨습니다.

"복 받으실 거예요!" 


'네, 복 받겠습니다. 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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