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사랑한다.
최근 미장(미국 주식시장)이 좋아서 절세 계좌로 모아가는 ETF 수익금이 많아졌다. 2020년 4월에 연금저축보험에 들어있던 1천만 원을 연금저축펀드로 이전했다. 매월 꾸준한 매수를 원칙을 지켰고, IRP계좌까지 만들어서 지금까지 투자하고 있다.
22년 미국시장 하락기를 기회로 삼아 세액공제를 넘는 금액을 추가로 투입해서 ETF를 공격적으로 매수했다.
운 좋게 시장은 전문가들의 우려와 금리 상승을 콧방귀 뀌며 상승하기 시작했다. 1천만 원으로 시작한 미국 지수 투자가 1억을 넘겼다. 4년이라는 시간을 버티고 눈을 뭉친 효과였다.
아이계좌도 만들어서 미국 ETF 투자를 하고 있다. 어른들이 준 용돈을 차곡차곡 모아서 주식을 사 주었다.
원금 500이 1천이 됐다. 입이 근질근질했다. 저녁에 아내와 단둘이 밥을 먹으면서 대화의 물꼬를 텄다.
코와붕가 "저기 아들 계좌가 1천만 원을 넘겼어."
아내 "그래?" (쩝쩝 거리며 밥만 먹는다.)"
코와붕가 "우리 투자금액도 많이 올랐어." (이제 자랑을 슬슬해 볼까나.)
아내 "얼만데?"
코와붕가 "드디어 1억을 넘겼어! 어때? 기쁘지?"
이때 예상한 장면은 이렇다.
1. 우리 여보 잘했어~
2. 와우~ 최고!
3. 정말? 더 열심히 모으자.
4. 남편 덕이야~ 하트 뿅뿅!
하지만,
아내에게 돌아온 답은 황당하고 허망했다.
아내 "1억이 돈이냐?"
"지난번 엄마들 모임(정기적으로 만나는 주변에 사는 엄마들이 있다.)에서 남편들 연봉얘기를 하더라."
"서진이 아빠는 월 세전 1천을 넘게 받는다고 하고, 지윤 엄마도 표정 보니 남편이 비슷하게 받는 거
같더라."
코와붕가 "다들 사기업 다니니까 그 정도 받겠지... 쩝..." (기운이 없어졌다.)
난 아내에게 자랑하려다 강펀치를 맞았다.
남과 비교하면 끝이 없다.
연봉 1억이 넘는 아빠들도 많이 받는 만큼 회사로부터 많은 걸 요구받으리라 생각된다.
사기업과 공기업, 장단점이 있다. 난 지금에 만족한다.
우리는 숫자만 볼 뿐이다.
사랑하는 아내야.
1억은 절대 작은 돈이 아니다.
계속 눈을 뭉치고, 굴리다 보면 어느 날 거대해진 눈 사람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
그래도 우리 아내가 알뜰살뜰 가정을 보살펴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어쩔 때는 우리 아내가 경제 돌아가는 상황을 너무 몰라서 좋을 때가 있다.
앞으로도 신경 꺼주기 바란다. 흐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