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은 친구가 아니다.
수빈이가 제대하는 날.
몇 달 만에 우리 조 회식을 했다. 우리 조는 회식을 선호하지 않는다. 말년 부역장이 회식을 선호하지 않는다. 본인 지갑을 여는 것도 보기 힘들다. 내가 나서서 "부장님, 우리 조 신입직원 수습 끝났습니다. 회식 한번 하시죠?"라고 묻는다. "네, 언제 하시죠."정확한 날짜도 안 잡히고 회식은 연기된다.
부장도 수빈이가 성실히 근무해 줘서 고마웠을까. 웬일로 "차장님, 수빈이 나가는 날 회식 어때요?"라고 물었다. 그렇게 D조 회식이 만들어졌다. 1차로 우리 역 근처에 있는 가성비 좋은 삼겹살 가게를 갔다. 이날 안타깝게도 신입직원은 건강검진을 앞두고 있어서 술을 입에만 댔다. 그래도 끝까지 남아줘서 고마웠다.
수빈이는 '소맥'을 잘 말아준다. 이번에는 헤어짐을 알아서일까. 전에 먹었던 고소한 맛보다 쓴 맛이 강했다.
"우리 반 막내직원 수습을 끝마침과 수빈이의 제대를 축하하면서... 짠!"
1차를 부장이 계산했다. 난 2차로 근처 호프집으로 안내했다. 거기서부터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500cc두 잔을 먹었다. 2차는 내가 계산을 하고 지하철역 화장실에 수빈이와 갔다. 그리고 승강장에서 부장과 막내 직원을 만났다. 서로가 얘기를 나누다가 부장 동네에 가서 커피를 마시자고 했다. 도착해서 시간을 보니 저녁 11시였다. 커피를 파는 가게는 편의점뿐이었다.
여기서 서로 뿔뿔이 해어졌다. 단, 나와 수빈이는 남았다.(그냥 집으로 가야 했다.)
3차로 근처에 있는 맥주집에 갔다.
맥주가 나왔고 수빈이가 울먹이기 시작했다.
수빈이는 안경사이로 눈물을 계속 닦았다. 나도 울컥해서 다른 곳을 보며 맥주를 마셨다.
4차로 '코인 노래방'에 갔다. 미쳤다. 지금 생각해도 왜 그랬을까... 이때쯤 아내에게 전화가 왔다.
"어.. 알았어.. 곧 갈게"
노래를 어느 정도 불렀을까. 정신은 이미 나가있었다. 집까지 먼 거리를 걸어갔다. 에효~
난 시체가 됐다. 아침부터 속에서 무언가가 솟구쳐 올랐다. 그대로 화장실로 직행해서 쏟아냈다.
후회와 자책에 밀려왔다. 40대 후반에 이게 무슨 일인가. 내가 이렇다. 사람에 대한 잔정이 많다.
오후까지 여러 번 화장실을 갔다 왔다. 저녁 근무를 나가서도 신체 리듬은 돌아오지 않았다.
돌아본다. 난 술을 잘 못한다. 주량이라면 소주 1병에 맥주 500cc 2잔이다. 여기를 넘어가면 힘들어진다.
주변에서는 얼굴이 그대로라고 나를 치켜세워준다. 하지만 집에 가면 시체모드로 바뀐다.
"차장님, 괜찮으세요? 저 다음날 죽는 줄 알았습니다."
야간근무를 마치고 퇴근하는 길에 수빈이에게 톡이 왔다.
"나도 마찬가지다."
"건강하십시오~"
"야, 아르바이트해서 첫 월급 받으면 연락해라"
"넵!"